연명의료결정제도가 시행된 지 5개월이 지났지만 법적인 한계로 실효성이 적은 것으로 지적되고 있는 가운데, 법률 개선에 대한 논의의 자리가 마련됐다.

연명의료결정제도 시행 5개월을 돌아보고, 현장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한 정책토론회가 바른미래당 최도자 의원의 주최로 18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됐다.

올해 2월부터 시행된 연명의료결정제도를 통해 5개월간 11,528명이 존엄한 죽음을 선택했다. 건강한 사람이 미리 작성하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도 전국 86개 기관에서 접수하여, 34,974명이 등록했고, 말기환자나 임종과정의 환자들이 작성하는 연명의료계획서도 6,150명이 등록했다. 의료기관이 연명의료결정제도 시행을 위해 마련해야 하는 의료기관윤리위원회도 2월 제도시행 당시 59곳에 불과했으나, 현재는 148개로 크게 늘어났다.

그만큼 필요한 법률이었다는 것에는 큰 이견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통해 연명의료중단 결정이 내려진 사례는 전체의 0.6%밖에 되지 않는다. 이는 연명의료중단의 절반이상은 환자가족의 진술(28.5%)이나 환자가족의 전원합의(36.7%)에 의해 결정되고 있어서 결정 과정이 매우 까다롭기 때문. 최도자 의원은 토론회에서 “가족의 숫자가 너무 많아 모든 가족의 동의를 받기 어렵거나, 최근 다양해진 가족형태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환자의 의사가 왜곡될 수 있다는 문제점이 의료현장에서 제기되기도 했다”며 “이에 동의가 필요한 가족의 범위를 조정하는 연명의료법 일부개정안을 대표발의 했으며, 이에 대해 논의해 보고자 한다”고 전했다.

최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에는 환자가족을 배우자 및 1촌 이내 직계 존.비속으로 하도록 했고, 2촌 이내 직계 존.비속이 없는 경우에는 형제자매로 하여 가족 전원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내용이 변경의 내용의 골자다.

이어 서울대병원 허대석 교수의 주제발표에 의하면 현재 국내 연명의료결정법에 있어 의사 추정은 가족 2인 이상, 대리결정은 가족 전원 동의로 돼 있다. 그러나 글로벌 스탠다드에서는 추정과 대리를 구분하지 않는다. 또 가족 범위도 우리나라는 직계가족에 한정한 데 비해, 글로벌 스탠다드에서는 친족관계만 뜻하지 않고, 보다 넓은 범위의 사람을 포함(대리인 제도 등)한다고 전했다. 연명의료 결정에 따른 원칙도 국내는 자기결정권을 원칙으로 하고 있지만, 국제적으로는 환자입장에서 무엇이 최선인지 의료진과 가족의 상의해서 결정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토론회에서 병협 김선태 대외협력 부위원장은 환자 의사 추정에 있어 현장의 어려움으로 ‘가족의 범위’가 특정되지 않아 법적 분쟁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가족 수가 변동되거나 구성원의 변경으로 동일한 절차와 설명이 반복되고 치료 혼란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

이에 이번 개정안에 대해서는 “환자 가족 범위를 배우자, 1촌 이내 직계 존.비속 등으로 한정한 것은 바람직해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배우자만 있고 1촌 이내 직계 존.비속이 없는 경우 배우자의 의견에 전적으로 의존하게 되어 다른 가족들과의 의견 불합치 가능성과, 형제자매가 가까운 가족임에도 불구하고 가목~다목의 사람이 모두 없는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적용되는 타당한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즉, 유년시절부터 환자의 성격형성을 공유해 온 형제자매를 의사결정에 참여시키는 것이 환자를 위해 바람직하다고 제시했다.

이석배 단국대법대 교수는 “환자 상태의 예후를 가장 잘 아는 담당의사와 가족(향후 지정대리인 제도가 허용될 경우 법에 따른 지정대리인 포함)과 상의해 환자 이익의 최선 측면에서 결정을 내리는 쪽으로 개정될 필요가 있다”며 “단, 우리나라에서는 의사에 대한 신뢰 부족과 지정대리인 제도의 경우 민법 등 법률 개정 같이 복잡한 선행절차가 요구되므로 오랜 사회적 합의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가생명윤리정책원 백수진 부장은 대리동의 필요성이 매우 절실하게 보완돼야 할 점이라고 들었다. 이에 내년 1월부터 시행되는 대만의 환자결정법에서 지정대리인 법제화를 참고할 만한 예시로 제시했다. 대만은 민법상 후견인과 달리 의료위임대리인의 지정인 위임의 중지자 변경은 중앙주관기관에 신청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법에서는 환자의 상속인과 수증인, 시신이나 장기의 지정 수증인 등 환자 사망으로 이득을 볼 수 있는 사람은 대리인이 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환자의 사전의료결정에 대해서는 지정대리인 2명 이상인 경우에만 독자적으로 환자의 의사를 대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현행법에서는 가족 전원의 합의로 결정해도 환자 자발성에 근거하는 것이 아니고, 가족 간 다양한 이해관계 등에 대한 우려를 구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제시가 수반되지 않았다”며 이러한 점을 고려한다면 대만의 법률과 형식은 참고해 볼만 하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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