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의료진이 주도한 아시아 대장암 외과 치료 교과서가 세계 처음으로 나왔다.

연세대 의대 김남규 교수는 급격히 늘어나는 아시아 지역 대장암에 있어 서구인 중심의 치료가 아닌, 아시아 5개국 60명의 대장암 외과 치료 전문가들이 참여한 교과서를 2년간 준비끝에 최근 발간했다. 김 교수는 아시아 각국의 배포를 통해 아시아인 대장암 치료의 표준화와 최적화를 도모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아시아 5개국 60명 저자 참여…‘아시아 치료 표준화’

“서양에 많았던 대장암이 아시아지역에서 늘어나면서 이제는 대장암이 한국을 포함해 아시아 국가의 소화기암 1위가 됐습니다. 이에 기존 서양 치료 결과에 의존하기보다 아시아인들의 특성을 반영한 치료 표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아시아 지역 의사들이 모여 교과서를 만들게 됐죠.”

김 교수는 이러한 생각에 2011년 아시아 대장암 외과 의사들과의 교류를 주도해 ‘아시아 태평양 대장암 학회’를 창립했다. 이후 김남규 교수가 초대 회장으로 2012년 약 500명이 참석한 가운데 첫 아시아태평양 대장암학회를 한국에서 개최했다. 이후 학회는 2년에 한 번씩 아시아국에서 돌아가며 개최하고 있다.

김 교수는 학회의 목적에 대해 “아시아 국가들의 대장암을 어떻게 잘 치료할 것인가”라며 “아시아인과 서양의 다른 특징을 연구하고 조기발견, 예방 및 치료 지식의 경험을 공유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또 한 가지 목적은 대장암 치료에 있어 근치적 수술이 매우 중요한데, 학회 창립 당시 복강경 수술이 한창 보급될 때라 서양에 의존하지 않고 아시아 젊은 의사들을 아시아에서 교육하고 아시아 대장암 수술 치료를 표준화 시키자는 목적도 있다.

“이러한 의견을 공유하다보니 교과서가 필요하다는 것을 느끼고 2년 전부터 작업을 시작했다”며 “그동안 대부분의 교과서는 서양인이 썼던 것에 비해 이번 교과서는 일본, 중국, 한국, 홍콩, 대만 등 5개국 60여명 저자가 모두 아시아인이고, 각자 다양한 주제로 집필했다는 데 의미가 크다”고 전했다.

‘좋은 수술에는 왕도는 없다. 인간 해부학 지식을 바탕으로 한 수술 치료 원칙만 있다.’

이는 이번 아시아 대장암 교과서에 아시아 각국 언어로 번역돼 있는 문구다. 김 교수는 “이 교과서는 앞으로 11개국에서 배포될 예정”이라며 “나아가 동남아시아 및 중앙아시아까지 널리 전파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동양인에 많은 최소침습, 괄약근 보전 등 세부적으로 다뤄

이번 교과서에는 서양에서는 잘 다루지 않는 세부적인 내용들이 대거 포함되어 있다 예를 들면 서구와 달리 비만정도가 낮은 아시아인의 수술시 복강경, 로봇수술 같은 최소 침습 수술 적용율(한국 70% 이상, 일본 60% 이상)이 높고, 항문 괄약근 보존, 성과 배뇨기능 보존율이 서구에 비해 높다. 또 최소 침습 수술시 개복 전환율이 아시아는 5%미만이지만 서구는 15~20%로 높다.

또한 서구에는 결장암이 많지만(7대 3), 아시아 국가는 상대적으로 직장암이 많은 것도 특징이다(6대4 또는 5대5).

“우리나라 등 아시아 환자들은 비만도가 낮아 정확한 해부학적 근거에 의한 수술이 많아서 이러한 기술 적용의 지식이 필요하다”며 “이 책에는 이러한 노하우가 잘 정리돼 있어서 아시아 교수들간의 지식공유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또 아시아 지역은 검진 수검율이 낮아 진행된 암의 분포가 많은 것도 특징”이라며 “ 4기암이나 재발된 암, 복막 전이, 간 전이된 대장암에 대해 다학제 진료의 노하우도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대장암에 대한 근치적 수술 기법, 특히 한국과 일본의 방법과 서구의 방법과의 차이를 비롯해 향후 연구 방향도 기술돼 있다고.

김 교수는 “이는 동양에서 창출한 치료 연구와 결과, 노하우를 녹여낸 아시아 국가의 자화상”이라며 “이제 시작에 불과하므로 여기서 머물지 않고 아시아 태평양 대장암학회를 중심으로 2판, 3판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저렴하고 민감도 높은 대장암 진단법 개발이 숙제’

“우리나라 대장암 조기 진단율은 30% 밖에 안 됩니다. 올해 대장암 국가 검진이 확대되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문제는 분변잠혈검사의 정확도가 50%밖에 안 된다는 점이죠. 조기진단율을 높이려면 저렴하고 민감도 높은 검사법을 개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리나라의 대장암 치료율은 세계적으로 우수하지만, 조기진단율이 낮은 것이 해결해야 할 숙제다. 

이에 올해부터 국가 대장암 검진을 확대해 만 50세 이상 대상자의 본인부담금이 면제된다. 그러나 분변잠혈검사의 정확성이 떨어지다 보니 학계에서는 국가검진에 바로 대장내시경을 포함시켜야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물론 대장내시경은 정확하지만, 숙달된 전문의가 해야 안전하고, 비용과 위험 때문에 꺼리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 한계다. 이에 정확도가 높고 저렴한 검사법이 필요하다는 것.

미국에는 정확도가 90% 이상인 분변 DNA 검사인 콜로가드(Cologuard)가 FDA 허가를 받아 나와 있다. 그러나 검사비가 워낙 비싸서 우리나라에서는 널리 사용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최근 국내 벤처회사인 지노믹트리에서 대장암 진단 바이오마커인 ‘신데칸-2(SDC2)’ 유전자의 메틸화를 실시간으로 정량 분석해 대장암 여부를 선별하는 검사법을 개발하였으며, 현재 신의료기술 신청이 된 상태다. 이 기술의 임상에 참여하고 있는 김 교수는 “분변 바이오 마커 임상시험 결과 민감도가 90%로 높게 나타났다”며 “국내 기술이 나오면 콜로가드에 비해 4분의 1 비용으로 간편하게 대장 내시경이 꼭 필요한 사람을 선별해 내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김 교수는 한국에서 대장암이 매년 5%씩 증가하는 이유는 식생활과 밀접하다고 강조한다. “대장암 뿐 아니라 전제적인 대장질환이 늘어나는 이유는 결국 먹는 것과 밀접하다”며 “음식을 귀하게 먹고, 격식을 차려서 먹으며 칼로리를 생각하며 먹는 식생활 정착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대장용종의 30%가 암이 되므로 50세부터는 정기 검진을 통해 조기 발견 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한국인, 나아가 아시아 지역의 대장암 치료 표준화를 위해 직접 발로 뛰고 노력이 녹아든 아시아인의 맞춤 대장암 교과서가 아시아 국가 대장암 치료에 큰 공헌을 하기를 기대한다.

저작권자 © e-의료정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