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양치료의 한 분야인 경장영양이 치료제가 아닌 식대로 분류돼 있어 국내 영양치료의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지난 13일부터 16일까지 한국정맥경장영양학회가 주관한 제19회 아시아정맥경장영양학회 및 제17회 한국정맥경장영양학회 학술대회(이하 PENSA 2018)에서 학회 임원진은 이 같이 밝혔다.

학회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영양치료의 한 부분인 ‘경장영양’이 식대로 분류돼 있어서 활성화가 안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영양치료는 수술이나 항암 등 입원 치료 전후에 있는 환자에게 영양 균형을 맞춰 치료결과 및 회복에 도움을 주는 치료법을 말한다. 

서정민 학술위원장(삼성서울병원)은 “미국, 유럽의 경우 영양치료는 의사처방 하에 영양사가 관리하는 메디컬 푸드법이 있어서 치료 분야가 활성화 돼 있는데, 우리나라는 약으로 분류된 경장영양액이 아닌 경장영양의 경우 식대로 분류 돼 있어서 한 끼에 4천 원대 밖에 보상을 받지 못한다”고 말했다.

특히 유럽에는 치매를 막는 경장영양액도 나와 있어서 치매가 시작되면 경장영양액을 보험급여 해 주는 추세로 바뀌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경장영양액을 수입시에도 식품으로 들여와야 하는데, 첨가제 문제로 수입도 쉽지 않다. 이에 미국의 메디컬 푸드법 같은 법을 따로 만들어서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 학회 측의 주장이다. 

한편, 고령화에 따른 영양치료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지만, 영양치료에 대한 수가 역시 선진국을 한참 못 미치고 있다고.

임원진은 “영양치료는 의사, 약사, 영양사, 간호사가 팀이 되어 각자 영역을 담당해야 해서 다학제가 환자 안전에 매우 중요하다”며 “그러나 우리나라 영양치료 수가는 외국의 3분의 1 수준으로 책정돼 있다. 최근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태에도 이런 수가 문제가 바닥에 깔려 있다”고 지적했다.

PENSA 2018 한호성 조직위원장(좌)과 한국정맥경장영양학회 권국환 이사장(우)
PENSA 2018 한호성 조직위원장(좌)과 한국정맥경장영양학회 권국환 이사장(우)

한호성 조직위원장(분당서울대병원)은 특히 이대목동병원 의료진 구속 사태에 대해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만약 영양제 분주에서 문제가 있다면 그에 대해 재판을 하면 되는 데, 영양제 분주를 잘못해서 일어난 문제인지 정확히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의료진을 구속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영양치료는 환자에게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 아껴야 하는 환경이 아니라 환자 회복을 가장 중시하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학회 임원진에 따르면 통상 입원환자의 12%가 영양불량 상태인 것으로 추계되고 있다. 또한 수술후 1주 이상 금식하는 경우 가능한 빨리 영양을 공급해주는 것이 현재 치료의 트렌드이기도 하다.

그러나 영양소를 무조건 공급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 상태에 따라 맞춤 영양치료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학회 임원진은 강조한다. “환자 상태에 따라 어떻게 영양을 공급할 것이고, 조기회복 프로그램을 통해 컨설트 하며 영양치료의 밸런스를 맞추는 것이 영양집중치료팀이 하는 일”이라며 “그러나 병원들이 팀에 전문가 4명을 투입해야하는 현실적 문제와 다학제에 비해 턱없이 낮은 수가에 학회원들이 희생하며 움직이고 있다”고 전했다. 

다행히 올해 영양집중치료에 대한 수가가 신설돼 그나마 숨통이 트였다. 박도중 사무총장(분당서울대병원)은 “복지부와 수가 논의시 16만원까지 필요하다는 연구결과까지 나왔지만, 현실적인 재정 어려움 때문에 상급종합병원 기준 36,820원으로 결정됐다”며 “적정수가까지는 아직 멀었지만 앞으로 학회가 영양치료의 연구결과 등을 제시해 수가 현실화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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