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생제 투여시 장내 균이 증식하면서 염증 작용을 일으키는 '클로스트리디움 디피실 감염증(Clostridium difficile Infection, 이하 CDI)'.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3~4%에 불과했던 중증 CDI 환자 발생률이 2000년대 중반 이후부터 10%를 넘어서며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본지는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이재갑 교수를 만나 CDI에 대해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이재갑 교수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이재갑 교수

중증 환자 급증에도 인지도 낮아

CDI는 병원 내 항생제 투여로 인해 정상적인 장 세균총이 파괴된 뒤, 클로스트리디움 디피실균이 과다 증식해 심각한 설사를 일으키는 질환이다. 대게 항생제 사용 후 5~10일 가량 이후에 발생하지만, 항생제 중단 10주 후까지도 발생하기도 한다. CDI 환자의 가장 흔한 증상은 설사로, 이와 함께 발열과 백혈구증가증, 복통 등이 주로 동반된다. 이 외에도 오심, 권태, 식욕부진, 저알부민혈증, 잠혈변, 탈수 등의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CDI의 합병증으로는 독성 거대결장이나 장천공, 가로 창자꼬임, 단백손실 창자병증 등이 발생할 수 있으며, 장외 증상으로 균혈증이나 비장 농양, 골수염 등이 드물게 발생한다는 보고도 있다.

이재갑 교수는 "2000년대 중반부터 고병원성 NAP1/027 균주의 유행과 함께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중증 CDI 환자 발생률과 사망률이 높아지면서 심각한 문제로 부상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미국이나 캐나다, 유럽 등의 국가에서 중증 CDI 환자 발생률은 2000년부터 2000년 중후반 사이에 3배 가량 증가했으며, 사망률 역시 3배에서 최대 9배까지 늘어난 국가도 있다.

이렇듯 전 세계적으로 CDI에 대한 문제가 심화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낮은 인지도로 인해 환자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이 교수는 "CDI의 대표적인 증상이 흔하게 나타날 수 있는 설사인 만큼, 수술을 진행하는 외과 전문의들도 원인을 모른채 방치하는 경우가 다반사"라며 "종병급 기관에서 조차 인지도가 낮다보니 규모가 작은 병원에서는 장이 터지기 직전이나 설사를 하루에 10번 이상 할 정도로 심해진 상태에서 환자가 전원되는 케이스가 빈번하다"고 전했다.

이어 "과거에는 CDI가 치료도 어렵지 않고 설사도 금방 멎어 큰 관심을 받지 못해 왔고, CDI에 대해 조명이 된 적도 없어 인지도는 여전히 낮은 상태"라며 "무엇보다 더 큰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CRE나 VRE에 집중하다 보니 감염관리 순위에서 밀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이재갑 교수는 CDI의 낮은 인지도로 인해 환자 관리가 부실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재갑 교수는 CDI의 낮은 인지도로 인해 환자 관리가 부실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국내엔 마땅한 치료제 없어...예방 백신에 기대

현재 국내에서 CDI 문제 해결의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것은 치료제의 부재다.

이 교수는 "미국 등 선진국가에서는 CDI 치료에 반코마이신과 피닥소마이신 등의 약물을 사용하고 있지만 국내의 상황은 전혀 다르다"며 "국내에서는 치료 효과가 떨어져 가이드라인에서 배제된 약물인 메트로니다졸을 우선적으로 사용해야 하고, 이후에는 반코마이신을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반코마이신을 먼저 사용할 경우 급여가 삭감되기 때문에 치료 효과가 떨어지더라도 메트로니다졸을 먼저 사용할 수 밖에 없다"며 "심지어 치료 효과와 재발률을 가장 낮추는 피닥소마이신의 경우 약가 문제로 국내에 출시조차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이러한 상황속에서 최근 반가운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CDI를 예방할 수 있는 백신이 개발되어 임상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것.

이 교수는 "원내 감염이 주를 이루는 CDI는 감염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국내 병원들은 CDI 환자들까지 격리 조치를 할 수 있는 여력이 없다"며 "우리나라처럼 감염관리가 어려운 국가에서는 신약 보다 예방 백신이 더 중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아직 임상을 진행 중인 만큼 예방 백신의 출시 여부에 대해 논의하기는 이르다"며 "특히 백신으로 인한 예방률에 따라 효용성이 갈리는 만큼, 내년 하반기 경에 발표될 임상 데이터에 기대를 걸고 있다"고 전했다.

저작권자 © e-의료정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