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항암제 선발주자인 키트루다와 옵디보의 희비가 갈렸다.

최근 키트루다와 옵디보가 폐암 1차 치료 효과를 입증한 새로운 데이터를 각각 발표했지만, 의료진들은 두 약제에 대해 상반된 반응을 보이고 있기 때문.

1차 치료의 효용성 입증에도 불구, 두 약제에 대한 평가가 갈리는 이유를 들여다봤다.

BMS-오노약품의 옵디보(좌)와 MSD의 키트루다(우)
BMS-오노약품의 옵디보(좌)와 MSD의 키트루다(우)

키트루다, 1차 치료제로 안쓸 이유 없어

키트루다는 진행성 비소세포폐암 환자 중 치료 경험이 없고 PD-L1 발현율이 50% 이상인 EGFR 또는 ALK 변이가 없는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KEYNOTE-024 연구에서 화학요법 대비 우수한 무진행 생존기간(PFS) 및 전체 생존율(OS)을 입증했다. KEYNOTE-024 연구 결과 키트루다가 기존 표준 치료 항암화학요법 대비 질병 진행 혹은 사망의 위험을 50%(HR, 0.50) 감소시켰고, 사망 위험은 40%(HR, 0.60) 줄였다. 반응률의 경우, 키트루다 투여군이 44.8%로, 27.8%인 항암화학요법 투여군에 비해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함께 키트루다는 KEYNOTE-024 연구의 2차 유효성 평가 기준을 확인한 결과 전체 생존기간 중앙값은 30개월로, 항암화학요법 투여군(14.2개월) 대비 생존기간 200% 이상 연장시키는 효과를 보였다. 이에 미국종합암네트워크(National Comprehensive Cancer Network, NCCN)도 PD-L1≥50%일 경우에는 키트루다만을 비소세포폐암 1차 표준 치료 요법으로 권고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지난해 3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PD-L1 발현율이 50% 이상이며 EGFR 또는 ALK 변이가 없는 진행성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1차 치료제로 적응증을 확대 승인 받은 바 있으며, 현재 보험 급여를 신청해 놓은 상태다.

국내 한 대학병원병원 혈액종양내과 A 교수는 "키트루다는 KEYNOTE-024 연구를 통해 1차 치료 효과를 입증한 면역항암제"라며 "연구 결과 18개월 시점에서 60% 이상의 환자가 생존해 있었으며 삶의 질에서도 좋은 효과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키트루다는 후향적 연구를 통해 1차 치료 이후 다음 단계 치료에까지 영향을 끼친다는 점도 입증했다.

A 교수는 "후향적 연구를 바탕으로 보면 같은 치료법을 사용하더라도 키트루다를 1차로 사용했을 때에 2차 치료의 효과도 더욱 커진다는 점을 확인했다"며 "즉, 면역항암제 치료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고 이후 치료도 좋은 효과를 기대해 볼 수 있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다른 혈액종양내과 B 교수도 "키트루다를 1차 치료제로 사용하게 될 경우 발생하는 별다른 문제는 없지만, 굳이 하나를 꼽으라면 환자의 생존 기간이 길어지게 됨으로써 추가적인 재정 부담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라며 "하지만 이조차도 PD-L1 발현율이 진단 시점에 따라 크게 변동하지 않아 1차든 2차든 환자군은 차이가 없어 재정적으로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 만큼, 키트루다를 1차 치료로 안쓸 이유가 전혀 없다"고 전했다.

또 다른 대학병원 혈액종양내과 C 교수는 "일각에서는 최근 활발하게 연구 되고 있는 면역+면역 요법 등 새로운 치료법들을 염두해 둬야 하는 만큼 섣부르게 키트루다 단독 요법을 1차료 써서는 안된다는 의견들이 있다"며 "좋은 결과가 예상되는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다고 하더라도, 효과가 입증된 치료제가 있음에도 환자를 방치한다는 것은 너무 안이한 판단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1차 치료에 실패한 환자들에게 새로운 약제들을 추가하는 형태의 IO+IO 요법을 사용하는 것도 또하나의 치료 전략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옵디보, 여보이와 병용 통해 1차 효과 입증했지만 의료계 시선 '싸늘'

키트루다와 달리 옵디보를 바라보는 의료계의 시선은 다소 부정적이다. 1차 치료 효과를 입증한 환자군의 마커가 효용성이 떨어지기 때문.

오노약품과 BMS는 지난달 열린 AACR에서 종양변이부담(Tumor Mutational Burden, TMB)이 높은 진행성 비소세포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옵디보-여보이 병용요법의 3상 임상연구인 CheckMate-227의 중간 결과를 발표했다.

CheckMate-227 연구 결과, 종양변이부담이 높은(10mutation/megabase 이상) 진행성 비소세포폐암 환자군에서 옵디보+여보이 병용요법은 PD-L1 발현여부에 상관없이 화학요법 대비 무진행생존기간(Progression-Free Survival, PFS)을 42% 연장시켰다. 또한 옵디보+여보이 병용요법 투여군은 화학요법 대비 21% 높은 전체 생존 기간(Overall Survival, OS)을 보이며 1차 치료 효과를 입증해 냈다.

이렇듯 옵디보는 새로운 연구 결과를 발표하며 1차 치료 효과를 보였지만, 해당 데이터만으로는 실제 임상 현장에서 환자들을 치료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의료진들의 중론이다.

B 교수는 "TMB는 종양내의 돌연변이 수를 확인한 것으로, CheckMate-227의 중간 결과에서 보면 옵디보+여보이 병용요법은 TMB가 10 이상인 환자에서만 효과가 있었다"며 "문제는 TMB의 효용성이 매우 떨어진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TMB는 검사시 비용만 대략 600만원 가량이 소요될 정도로 고가의 진단법"이라며 "검사 방법도 표준화되어 있지 않고 복잡해 채혈양도 많아질 뿐더러, 진단부터 결과가 나오기까지 약 3주 가량의 긴 시간이 걸려 그 사이 환자들에게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다분하다"고 지적했다.

C 교수 역시 "CheckMate-227에서 TMB를 마커로 한 환자들의 수는 대략 절반 정도로 모든 환자들을 대변하지 못한다는 제한점이 있다"며 "무엇보다 TMB가 높든 낮든 환자의 서바이벌 차이가 극명하지 않아 인상적인 진단법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TMB가 PD-L1과 상관관계가 없어 서로 독립적인 만큼 또 다른 하나의 마커가 되기는 하는데 실제 임상에서 얼마나 사용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며 "해당 연구 결과가 발표된 이후 직접적으로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굳이 키트루다를 두고 TMB 검사를 해야 하냐는 의견들이 의료진들 사이에서는 오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TMB 검사법을 인정하더라도 옵디보+여보이 병용요법은 국내에서 자리잡기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A 교수는 "TMB가 높을 경우 옵디보+여보이 병용요법으로 치료할 수 있겠지만, 단일요법에 비해 독성이 심하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될 일"이라며 "무엇보다 옵디보+여보이든, 1차 치료에 대한 병용 연구를 하고 있는 티쎈트릭이든, 단일요법 대비 추가되는 약제의 비용이 고가라는 점을 감안하면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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