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치매 국가책임제에 대해 너무 급진적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한치매학회(이사장 김승현)은 지난 13일~14일 춘계학술대회 및 보수교육을 서울 백범기념관에서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는 ‘혈관성 치매’에 대한 집중 논의와 함께 치매 국가책임제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이 제시됐다.

 

좌측 세번째 김승현 신임이사장, 네번째 강연욱 회장 및 신임 임원진
좌측 세번째 김승현 신임이사장, 네번째 강연욱 회장 및 신임 임원진

 

‘치매 친화형’ 제도로 가야…치매 마일리지 제도 제안

“고령화 사회를 앞두고 시의적절한 제도임에는 틀림없습니다. 그러나 한 번에 혁신적으로 제도를 마련하는 것은 수많은 시행착오가 우려 됩니다. 지금부터 100년 대계를 내다보는 장기적 안목을 가진 정책으로 점진적으로 확대되어야합니다.”

김승현 이사장에 따르면 노령화 사회로 접어든 시점에서 치매를 국가에서 책임져주는 것은 바람직하다. 그러나 단기간에 개혁적으로 모두 추진하고자 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며, 그에 따른 후유증도 많을 수밖에 없다는 것.
 
예를 들어 안심센터 직원을 보통 25명으로 잡을 경우 전국에 5천여 명의 전문가가 필요하다. 그러나 제대로 트레이닝 받은 전문 인력들을 한 번에 채우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 하다는 것. 이는 원래 목적인 치매국가 책임제 보다 일자리 창출에 끌려가는 꼴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즉, 신경 심리사 한 명이 나오려면 오랜 트레이닝이 필요하고 전문가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이러한 부분들을 감안하지 않고 정책에만 맞춰 강행한다면 정책의 본질 자체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는 것.

학회 박기영 이사는 “국가가 할 부분은 국가가 해야 하고, 전문가가 할 일은 전문가들이 해야 하는데 진짜 문제는 진단을 국가가 하겠다고 하는 것”이라며 “실적과 연관돼 있다 보니 지하철역까지 나가서 스크리닝 해서 치매라고 진단을 받으면 사회적 불안감만 조성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서는 치매학회 뿐 아니라 노인의학회 등 관련 학회들이 모두 우려하는 부분이라고. 

한편, 김승현 이사장은 고령화에 따라 치매를 좀 더 친화형으로 받아야들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하며, ‘마일리지’ 제도를 제시했다. “치매는 누구나 앓을 수 있다. 이에 무조건 요양병원이나 요양관리사에게 맡기기보다 자원봉사 마일리지 시스템을 통해 치매 부모님을 케어할 경우 마일리지를 쌓도록 하여 추후 자신도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면 좋을 것 같다”며 ‘치매 친화형’ 제도를 제안하기도 했다.

 

학회 최초 심리학과 교수가 회장 맡아

대한치매학회 춘계 학술대회에서는 혈관성 치매와 알츠하이머의 관련성에 대해 집중적으로 다뤄졌다.

서상원 학술이사는 “최근 혈관성 치매가 알츠하이머병과 별개의 병이 아니라 서로 관련 있다는 증거들이 나오고 있다. 그 이유 중 하나가 두 종류 치매 환자들이 위험요소를 공유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또한 혈관성치매 환자들에서도 알츠하이머병이 동반되는 경우가 30%가 넘고, 순수 혈관성 치매에 비해 훨씬 빠른 속도로 나빠진다는 보고가 있어 이에 대한 강의들을 집중 마련했다”고 전했다.

또한 영국과 미국의 두 석학인 University of Oxford의 John Gallacher 교수와 National Institute on Aging의 Lenore Launer 박사를 초청 ‘치매와 생활습관’, ‘혈관성 위험인자들과 치매 관련성’에 대한 특강도 진행됐다.
한편, 이번 학회에서는 신임이사장으로 김승현 교수(한양대의대)를 비롯해 학회 최초로 심리학과 교수인 강연욱 교수(한림대학교)가 신임 회장으로 취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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