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림대학교성심병원 유방내분비외과 김이수 교수가 올해 1월 개인통산 유방암과 갑상선암 수술 1만 례를 돌파했다.

대형 대학병원이 아닌 중간급 대학병원에서 병원 브랜드 가치에 힘입은 업적이 아니라, 개인의 브랜드 가치로 이룩한 업적이라 더욱 주목되고 있다.  

대한갑상선내분비외과학회 이사장이기도 한 김이수 이사장은 학회차원의 갑상선암 데이터베이스 시스템을 구축해 이번 5월 춘계학술대회에서 시연 및 가동할 예정이다.  

 

“다시 태어나도 외과 의사를 할 것”

“저는 다시 태어나도 외과 의사를 할 것입니다. 그러나 다시 과거로 돌아가서 새로 시작하라고 하면 못 할 것 같습니다.”

지난 3월 30일 열린 유방암과 갑상선암 수술 1만 례 돌파 기념식에서 김 이사장이 한 말이다. 외과 의사로서의 보람과, 그동안 힘들었던 과정이 고스란히 묻어나오는 멘트다.

김 이사장은 지난 1월 유방암 4,002례와 갑상선암 6,005례를 달성했다. 이는 1993년부터 시작해 2년간의 미국 엠디앤더슨 암센터 객원교수로 재직하던 기간을 뺀 22년 동안의 성과다.

김이수 이사장은 유방내분비외과의사로서는 국내 최초로 1993년부터 국소진행이 심하여 수술이 불가능한 유방암 환자를 상대로 수술 전 항암화학요법을 시행하여 병기를 떨어뜨려 34%의 유방보전수술을 달성하였고, 액와부 청소술을 대신할 감시림프절 개념도 초기에 받아들여 우리나라에서 표준술식으로 자리를 잡는데 기여한 바 있다.

이와 함께 유방암 수술 후 합병증으로 많이 나타나는 림프부종에 대한 관심을 갖고 연구하기 위해 대한림프부종학회의 창립에 앞장섰으며, 3대 회장을 역임했다. 2002년부터는 초기단계에 머물러 있던 내시경갑상선수술을 한림대의료원 최초로 시행해 현재의 로봇갑상선수술의 기틀을 다지기도 했다. 이러한 공로로 현재 대한갑상선내분비외과학회 이사장 및 대한종양외과학회 부회장 및 대한외과학회 의료심사 이사도 4년째 맡고 있다.

또한 미국 엠디앤더슨 암센터에서부터 시작되어 최근까지 기초연구실을 두고 유방암과 갑상선암에 대한 연구를 계속하여 연구결과 50여 편은 SCI급 저널에, 50여 편은 국내저널에 발표하기도 했다.

 

22년간 국내 유방암·갑상선암 수술 분야 세계 탑으로 발전해

김 이사장은 지난 22년 간 수술을 해오는 동안 유방암, 갑상선암 수술 분야는 눈부시게 발전했다고 회고한다.

“제가 레지던트 때만해도 유방암 수술 장비가 안 좋아서 출혈이 많고 수술도 아주 어려워 꺼려했죠. 그러나 최근에는 수술기법이 발전하면서 합병증이 한층 적고 무혈수술까지 등장했습니다.” 또한 항암치료를 하면서 환자들이 많이 고통스러워했지만 표적항암제가 나와 치료율을 높이고, 내분비 치료도 가능해서 머리가 안 빠지는 등의 변화가 왔다고 소개했다.

갑상선암 수술 역시 큰 발전을 이뤘다. “예전에는 암 부위를 적당히 절제를 했지만, 점점 발전을 하면서 지금은 로봇수술도 나와 상당히 섬세하게 절제하는 한편, 합병증도 미국이나 유럽보다 훨씬 적어서 외과 의사들이 한층 자신감을 갖게 됐다”는 것.

그렇다고 로봇수술만 맹신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김 이사장의 설명이다. “갑상선암 로봇수술은 의학적으로 유리한 환자들을 엄격하게 따져서 구분해야 한다”며 “병기가 심한 환자나 수술비가 부담이 되는 환자들은 제외하고 주로 20~30대 젊은 환자들에게 상처를 남기지 않게 하는 경우에 추천된다”며 “이런 기준으로 하면 우리 병원에서는 환자들의 약 30% 정도가 해당된다”고 설명했다.

즉, 치료 성적은 똑같으므로 로봇수술의 한계가 있는 환자들은 기존 오픈 수술을 진행하고, 주로 병기가 약하고 젊은 환자들에게는 로봇이나 내시경 수술을 권유한다는 것.

한편, 22년 동안 1만례 수술을 하는 동안 기억에 남는 환자도 많을 터. 김 이사장은 특히 30대 후반의 같은 대학 후배였던 유방암 여성 환자가 기억에 남는다고 회고한다.

유방암 수술을 했지만 3년 후 뼈에 전이가 되어 24시간 동안 모르핀을 맞을 정도로 통증이 극심한 환자였다. “그런 경우 치료가 잘 안되는데, 마침 미슬토 원료의 면역치료제인 ‘암노바비스쿰’을 샘플을 받아 놓은 것을 써봤더니, 통증이 한층 경감되어 삶의 질이 훨씬 나아졌다”며 “결국 항암치료 후에도 재발을 해 7년 만에 환자가 사망했지만, 면역치료 추가를 통해 삶의 질을 높이고 생존율을 높여줬다는 것은 큰 성과였으므로, 이후 암 보조치료에 많이 적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안타깝게 현재 그 딸도 유방암으로 치료를 받고 있어서 더욱 발전된 치료로 최선을 다해 치료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학회 차원 첫 갑상선암 데이터베이스 구축·가동

“그동안 갑상선암 과잉 수술 논란이 있었는데, 이는 수술 역사가 짧다보니 데이터 부족으로 생긴 문제입니다. 이에 이번에 학회 차원에서 병원별 데이터를 수집한 데이터베이스 시스템을 춘계학회 때 시연 및 가동할 예정입니다.”

김 이사장은 대학들마다 따로 관리되는 데이터를 수집하면, 복지부 통계보다 정확한 통계가 나올 것이며, 대략 5년 후에는 의미 있는 데이터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한 국내에서 연수받고 있는 몽골쪽 의사들과 협력해 몽골의 갑상선암 생존율과 비교하는 논문도 준비하고 있다고. “몽골 쪽은 초음파나 조기발견이 미흡해 갑상선암 5년 생존율이 70%로 떨어진다”며 “우리나라는 다른 암들도 5년 생존율이 90%까지 나오므로, 갑상선암이라고 배제할 것이 아니라 조기 발견해서 최소한의 치료로 완치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 생각해 비교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새로운 갑상선내분비외과학의 교과서도 만들어  5월 11일~12일 여수 엠블호텔에서 열리는 대한갑상선내분비외과학회 춘계학술대회 때 증정식을 가질 예정이다. “4~5년에 한번 정도 새로 교과서를 만드는데, 이번이 세 번째 교과서”라며 “갑상선내분비외과학에 관련된 모든 내용이 망라돼 있다”고 소개했다. 한편, 이번 춘계학술대회를 마지막으로 임기가 끝나는 김 이사장은 임기동안 많은 사업을 진행했다. 영문학술지를 만들어 SCI-E 등재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젊은 회원들의 발언권을 넓히기 위해 젊은 회원 위주의 조직을 만들어 1년에 한번 심포지엄을 갖도록 했다. 또한 앞으로 국제학회를 대비해 연구비를 대폭 늘리기도 했다고. 마지막으로 김 이사장은 다음 임원진에 선후배 간 거리감 없이 친근한 분위기를 조성해 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치료, 수술뿐 아니라 병원내 환우 교육 시스템을 만들어 정착시킨 김 이사장. ‘명의’라는 명성답게 외과의사로서 더욱 많은 환자들의 생명을 살리고 삶의 질을 높여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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