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임상심리학회와 한국인지행동치료학회는 지난 17일 오후 3시 성신여자대학교 미아운정그린캠퍼스에서 600여명의 정신건강 분야의 관계자들이 모인 가운데, “인지행동치료 건강보험정책 개편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주제로 공청회를 개최했다.

최진영 교수(한국임상심리학회 회장,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김대호 교수(한국인지행동치료학회 회장, 한양대학교 구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권정혜 교수(세계인지행동치료학회 이사, 고려대학교 심리학과) 등 심리치료 분야의 전문가와 서울시의회 김영한 의원이 패널로 참여하여, 현 정신치료 건강보험 수가개편안이 국민 정신건강문제 해결이라는 근본 취지와 달리 정신건강 서비스의 질을 심각하게 저해할 가능성에 공통된 의견을 모았다.

이날, ▲인지행동치료 시행의 자격 기준과 수련 및 교육에 대한 해외 및 국내 현황 ▲인지행동치료 수가와 보험 및 급여화 관련 현안 ▲국가 정신건강정책 방향에 역행하는 건강보험 수가체계 등에 대한 전문가 발제가 이어졌으며 이와 관련한 열띤 토론이 진행되면서, 공청회는 종료예정시각을 한 시간 여 넘어선 18시 경 마무리되었다.

주제발표 및 토론에 참여한 임상심리학자와 정신건강전문의들은 보건복지부가 제안한 개편안이 시행될 경우, 다음과 같은 문제점들을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 현 개편안에 따르면 비전문적 인력이 인지행동치료에 투입되어 국민들에 심각한 피해가 초래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권정혜 교수(고려대학교 심리학과)는 “인지행동치료는 국민의 정신건강 문제를 개선시킬 수 있는 열쇠”로 "쉽게 배워서 쓸 수 있는 치료가 아니며, 전문적 훈련이 수반되어야” 함을 강조하였다. 최영희 원장(메타 의원, 정신건강전문의)은 “건강보험당국은 인지행동치료 수가를 신청하는 치료자의 자격 기준을 엄격하게 관리하여, 건강보험 재정이 헛되이 사용되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이에 정확한 인지행동치료의 시행 및 국민정신건강 증진을 위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와 국가 전문 인력인 정신건강임상심리사가 반드시 심리치료의 주체로 명시되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국민들에게 인지행동치료를 제공할 수 있는 보건복지부 산하 국가전문자격인 정신건강임상심리사의 치료 활동뿐만 아니라 수련 및 양성이 불가능해진다. 정신보건법이 1995년 제정된 이후, 지난 20여년간 보건복지부 주도로 2,398명의 정신건강임상심리사가 배출되어(2016년 기준) 정신건강 분야에서 활동해왔으나, 현장에서 인지행동치료를 시행해왔던 정신건강임상심리사 및 수련생들이 더 이상 인지행동치료를 제공할 수 없게 된다. 또한 정신건강임상심리사 자격 취득을 위해 필수적인 인지행동치료 실습이 불가능해짐으로써 정신건강 분야의 전문 인력양성이 불가능해지고 이는 향후 국민들의 정신건강을 지켜줄 인적 자원의 감소로 이어져 국가적 손실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현재 대한민국은 타 OECD 국가에 비해 10만명당 정신건강인력의 비율이 현저히 낮다. 2011년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10만명당 정신건강 인력은 덴마크 85.5명, 미국 31.1명, 일본 7.0명, 그리고 한국은 0.8명으로, 개편안 이후 국민들의 전문적 정신건강 서비스를 제공할 인력이 더욱 축소될 예정이다.

이번 개편안은 정신건강복지법과 의료법이 상충된다. 2017년 정신건강증진법 개정으로 인해 정신건강임상심리사들의 업무 범위를 ‘심리평가’ 및 ‘심리상담’, 그리고 ‘심리안정을 위한 서비스 지원’으로 규정한 정신건강복지법(정신건강증진법 시행령 제 12조 2제 2항 및 시행령 별표 2)과도 상충되는 상황이다.

이번 개편안에 대해 민병배 소장(마음사랑 인지행동치료센터)은 “보건복지부 스스로 OECD 권고안과 정신건강복지법의 정신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정신건강임상심리사가 같은 정신의료기관에서 인지행동치료를 시행하는데 정신건강복지법으로는 가능하고 의료법으로는 가능하지 않다니, 어찌 하란 말인가? 정신건강임상심리사들에게 병원을 떠나라는 말인가?” 하며 개편안의 모순을 날카롭게 지적했다.

현재 한국임상심리학회는 정신건강임상심리사가 인지행동치료를 시행할 수 있게 현 개편안을 수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이러한 주장을 관철하기 위하여 한국인지행동치료학회, 한국심리학회, 한국상담심리학회 및 관련 협회 등과 연대하여 행동하기로 합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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