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암종 가운데 사망률이 가장 높은 췌장암. 국내에서는 매년 6천여 명의 췌장암 환자가 발생하고 있지만, 이들의 5년 생존률은 10%에 불과한 상황이다. 이 중 수술이 불가능한 전이성 췌장암 환자들은 5년 생존률이 1.7% 가량으로 매우 낮아 대다수의 환자들은 치료를 포기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본지는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유창훈 교수를 만나 전이성 췌장암의 효율적인 치료법을 비롯, 새로운 치료제 등장 이후 치료 환경의 변화에 대해 들어보는 자리를 가졌다.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유창훈 교수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유창훈 교수

‘생존률↑부작용↓’, 아브락산에 주목

효과적인 치료제가 없어 항암화학요법에 의존해 오던 췌장암. 1997년 젬시타빈(gemcitabine)이 표준치료로 자리 잡았지만, 생존율을 크게 향상시키지는 못했다. 췌장암 주위의 섬유화된 염증세포로 인해 종양에 약물 전달이 원활하지 않았기 때문.

이후 2010년도에 4제 복합제 '폴피리녹스(FOLFIRINOX, 옥살리플라틴+이리노테칸+플루오로우라실+류코보린)'가 등장하며 생존율은 개선됐지만, 호중구 결핍증이나 혈소판 감소, 신경독성 같은 심각한 부작용이 빈번하게 발생한다는 리스크가 있었다.

유창훈 교수는 "폴피리녹스가 젬시타빈 대비 생존율을 개선시킨다는 연구 결과가 있지만, 이는 일상생활에 크게 문제가 없던 젊고 건강한 환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연구"라며 "약제 자체가 워낙 독성이 심한 만큼 젊고 건강한 환자를 제외한 환자들에게는 표준요법으로 적용시키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러던 중 '아브락산(albumin bound paclitaxel)'의 등장으로 췌장암 치료는 새로운 전기를 맞이했다고.

아브락산은 종양 타겟 시스템을 기반으로 한 냅 기술(nab technology)을 통해 인체단백질인 알부민을 파클리탁셀에 결합시킨 제제로, 기존 파클리탁셀 대비 정상세포에는 적은 영향을 주고 암세포에는 집중적으로 작용해 더욱 많은 치료 성분이 암세포에 도달할 수 있게 한다.

전이성 췌장암 환자 861명을 대상으로 아브락산+젬시타빈 병용(albumin bound paclitaxel+gemcitabine 이하 AG) 투여 군과 젬시타빈 투여군을 비교한 임상 3상인 MPACT 임상연구 결과, AG는 젬시타빈 투여군 대비 전체 생존율과 무진행생존기간을 각각 2.1개월, 1.8개월 연장시키는가 하면 사망 위험 또한 28%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AG 투여군의 전체 반응률은 23%로 젬시타빈 투여군의 7% 대비 약 3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 2013년부터 2016년까지 서울아산병원에서 국내 전이성 췌장암 환자 308명을 대상으로 AG요법과 폴피리녹스의 치료 성적을 비교한 후향적 연구에서도 AG요법의 전체 생존기간 중앙값이 11.4개월로, 폴피리녹스의 9.6개월보다 통계학적으로 우월한 성적을 보였다.

유 교수는 "아브락산은 항암 효과도 보유하고 있지만 기존의 췌장암 치료제들과 달리 종양에 효율적으로 약물 전달이 될 뿐 아니라, 종양 주변의 염증세포를 감소시키는 효과도 있다"며 "무엇보다 모든 환자군에서 생존률을 향상과 부작용 감소는 아브락산의 큰 장점"이라고 전했다.

장기 생존 늘어, “포기 말고 치료에 임할 것”

최근에는 췌장암 1차 치료로 AG요법을 선택하는 의료진들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아브락산의 급여 적용 이후 더욱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 아이큐비아 데이터(구 IMS 데이터)에 따르면, 2015년 800만 원에 불과하던 아브락산의 실적은 2016년 50억 원, 2017 년 82억 원으로 매년 큰 폭으로 성장하고 있다.

유 교수는 "수치상으로만 본다면 생존기간 중앙값 1.8개월 증가는 그저 2개월 더 살기 위해 약을 쓴다고 이해될 수도 있고, 실제로 초기에는 AG요법을 선호하는 의료진도 많지 않았다"며 "하지만 AG요법을 사용한 환자들의 생존기간이 2년 가까이 증가하는 장기 생존 환자들도 점차 늘어나다 보니 빠르게 시장에서 자리잡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긍정적 결과를 토대로 "AG요법이 나오면서 장기 생존률도 확대되고 있는 만큼, 포기보다는 적극적인 치료에 임해달라"고 유 교수는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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