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 출범 2돌을 맞는 국립중앙의료원이 공공의료 중심기관으로의 정체성 확립에 나섰다. 지난 12월 취임한 윤여규 원장은 서울대병원과 협력 체계를 구축해 국가외상센터의 시스템을 마련하고 있다. 이밖에도 민간병원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분야인 감염병센터를 운영하고 국제의료센터 역할 강화 등으로 ‘수익’보다 ‘공공성’이 우선되는 의료질 높은 공공보건의료 중심기관으로서 정체성을 확립하겠다는 방침이다.

‘공공의료 본연의 정체성 세워야 할 때’
“그동안 국립중앙의료원은 법인화 과정, 원지동 이전 논란 등 많은 우여곡절을 겪어 왔습니다. 이제는 본연의 의무인 정체성을 확립할 때입니다. 일반 병원과 경쟁이 아닌 공공의료의 목표를 확실히 되새겨 정체성을 확립해 나가겠습니다.”
법인화가 되고 2년이 지났으면 정체성이 확립되고 셋업이 되어야 하는 시기인데, 아직 일반 병원과 경쟁하는 것 같은 구조였다고 윤 원장은 지적한다.  
윤 원장은 12월 취임시 공공의료 중심기관으로의 정체성 확립을 위해 민간병원에서 외면하는 분야인 국가외상센터 설립, 중앙감염병센터 운영, 국제의료센터의 역할 강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최근 서울대병원과 협약을 체결한 것도 이 일환이다. 이 협약으로 두 기관은 학술, 의료인력 교류 및 의료정보 교환, 공공의료부문 강화를 위한 협력, 국가중증외상센터 설립을 위해 상호 협력을 해 나가게 된다. 외상센터는 이미 진료 및 당직 체계 등 협조를 시작했다.
의료원 내 중증외상센터 증축도 추진 중이다. 외상학회와 복지부가 운영방침을 마련 중에 있어 5월경이면 진행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원리 중증외상센터는 2002년부터 원지동 신축 이전이 결정 되어있으나 아직 부지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답보 상태이다. 이전을 하더라도 적지 않은 시일이 걸리는 점을 감안해 병원내 증축으로 의료진 교육, 트레이닝 등 준비작업과 기반 마련의 차원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국가외상센터, 외형 문제 아닌 시스템의 문제
갑상샘암의 최고 권위자로 대한외과학회, 대한응급의학회 등의 설립과 회장직을 역임하며 응급·외상의학 전문가의 길을 걸어온 윤 원장. 그는 중앙외상센터에 대해 ‘외적 시설이 아닌 시스템의 문제’라고 강조한다. 병원내 외상센터 증축도 기존의 공간의 개조 정도로 큰 규모로의 증축은 아니라는 것. 사실상 지금 규모에서 외상센터는 새로 독립된 분야가 아닌 응급의료에서 구분되는 차원이기 때문에 서울대병원과의 공조도 응급과 외상이 같이 가는 체제로 협력을 진행 중이다.
“서울대병원은 응급환자가 넘쳐나는 반면 NMC는 환자에 비해 공간과 의료진이 많으므로 공유하는 의미로 협력하고 있다”며 “환자들에게도 좋고 NMC 의료진들에게도 트레이닝이 되므로 시스템이 자연스럽게 마련되는 것”이라는 윤 원장. 이러한 공조를 계기로 외상뿐 아니라 모든 파트로 협력을 확대해 나간다는 복안이다.   
서울에는 제대로 된 외상센터가 없는 게 현실이다. 큰 규모로 외상센터를 짓는 것도 여러 가지 무리가 있으므로, 우수한 서울대병원 외상팀과의 다양한 협력을 통해 중앙외상센터의 시스템 틀을 마련하겠다는 것.
한편, 원지동 이전의 논란에 대해서는 “이전의 주체는 병원이 아니라 정부이므로 원장이나 직원들이 결정할 수 없는 부분”이라며 “단, 우리나라 외상 시스템은 구축은 꼭 필요한 부분이므로 원지동 이전 유무와는 상관없이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전한다.

손해 보더라도 민간병원 외면 분야 맡아야   
“질병관리본부가 질병에 관해 국가적 관리 부분을 맡는다면, 서울대병원은 첨단 연구로 세계에 나가는 역할을 해야 하고, 우리는 손해를 보더라도 공공의료의 중심 역할을 맡아야 합니다.”
예를 들어 국가적으로 감염질환이 창궐하면 앞으로 나갈 전위부대 역할을 할 곳은 국립중앙의료원 뿐이라고 윤 원장은 강조한다. 중앙감염병센터를 추진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현재 NMC는 다른 병원에서 진료하지 않는 결핵환자나 에이즈 환자를 많이 진료하고 있는 데, 이 환자들이 다른 병원에 가면 외면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러한 감염질환의 중심치료 기관이 돼야 한다는 것. 뿐만 아니라 탈북 주민, 다국적 환자들도 정부기관으로써 맡아야 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한다.
국제의료센터로서의 역할 강화 추진도 마찬가지다. 국가적으로 국제 구호에 참여하거나 현장에 의사를 파견할 때 메인이 되어 준비와 진행을 맡는 중앙지휘탑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  
한편, 윤 원장은 공공의료 혜택을 더 많이 베풀기 위해서는 진료 질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를 위해 서울대병원과의 협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가 공공의료 서비스를 한 차원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사명감으로 공공의료 허브로 도약’
윤 원장은 많은 혼란을 겪는 과정에서 NMC의 외부 인식이 왜곡된 점이 안타깝다고 토로한다. “50년 이상 정부기관에서 법인화가 된지 2년도 채 안 되는 과정에서 과도하게 투쟁적으로 보인 부분이 있었지만, 직접 와보니 잘못 알려진 부분이 많더라”며 “외부에서 보듯 조직에 대한 반감이 크지도 않고 공공의료나 정부의 의료기관으로써 직원들의 사명감이 높은 것을 느꼈다”고 말한다.  
올해는 법인으로 새롭게 출범한지 두 돌이 되는 해인 만큼, 지난 2년이 그동안의 묵은 숙제를 정리하는 시간이었다면 올해부터는 ‘공공보건의료 중심기관’이라는 숙제를 위해 소통해 나가자고 당부하는 윤 원장.
내부적으로는 소통과 화합을 통해 법인 출범 초기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고, 외부적으로는 공공의료 중심 기관으로의 위상을 높이는데 주력하는 윤 원장의 활약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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