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형간염의 국가건강검진(이하 국가검진) 도입에 대한 논의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국가검진에 C형간염을 포함시키는 것이 비용 대비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그간 대한간학회를 비롯한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C형간염 항체 선별검사를 위한 국가검진 도입의 필요성을 꾸준히 제기해 왔다. 하지만 정부는 낮은 유병률을 이유로 고위험군 대상의 선별검사가 효율적이라는 입장을 밝히며 대립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와중에 발표된 C형간염 국가검진의 비용 효과성을 입증한 연구 결과는 전문가들의 목소리에 힘을 보탤 수 있을 것으로 보여진다.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김도영 교수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김도영 교수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김도영 교수는 "최근 국내에서 시행된 3가지 시나리오의 모델링을 통한 C형간염 항체 스크리닝 검사의 비용 대비 효과를 분석한 결과, 40대 이상에서 한 번 스크리닝을 실시하는 것으로도 비용 효과적이라는 결과가 도출된 바 있다"며 "50대와 60대에서도 선별검사를 실시한 후 치료를 받는 것이 비용 대비 효과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국내 연구진이 비용 대비 효과(ICER)를 분석한 연구 결과, 40대, 50대, 60대 인구에서 각각 1회 선별검사(One-time Screening)를 시행한 후 급여 기준에 맞는 DAA 치료를 받는 경우 경제성이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연구에서 나온 ICER 값은 40대에서 약 5700달러, 50대는 6800달러, 60대는 8900달러로, 한국의 GDP(3만 달러) 대비 최대 1/6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김도영 교수는 "일반적으로 ICER 값은 각 나라의 GDP를 기준으로 잡고 있는데, 낮은 값이 나올수록 비용 대비 효과성이 높다는 의미"라며 "연구를 진행한 모든 연령층에서 ICER 값이 1만 달러에도 미치지 않은 만큼 비용 효과성이 매우 뛰어났다"고 강조했다.

이미 해외 여러 국가에서는 C형간염 국가검진의 비용 효과성을 입증한 연구 결과들이 다수 존재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보다 치료 비용이 월등히 비싼 미국에서도 C형간염 항체 선별검사가 비용 효과성이 높다는 결론이 발표된 바 있다.

김 교수는 "전세계적으로 C형간염 국가검진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국내에서는 국가검진 선정 원칙을 이유로 도입을 미루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행 국가검진 선정 원칙으로는 ▲중요한 건강문제일 것 ▲조기에 발견해 치료가 가능한 질병일 것 ▲검진방법의 수용성 ▲검진으로 인한 이득이 손해보다 클 것 ▲비용대비 효과가 있을 것 등 5가지로 나뉜다.

C형간염은 대부분의 조건을 충족하지만, '중요한 건강문제일 것'의 평가 항목 중 '유병률 5% 이상'에 해당되지 않기 때문에 국가검진으로 선정될 수 없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다.

김 교수는 "C형간염의 유병률이 5%가 넘는 국가는 몽골이나 이집트 등 극소수의 국가 뿐이지만, 대부분의 선진국들은 국가검진에 C형간염을 포함시키고 있다"며 "이미 국가검진에 포함된 질병들 대다수도 유병률 5%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국가검진 선정을 결정하는 국가검진위원회에 C형간염 전문가는 단 한명도 포함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 비전문가들이 C형간염의 중요성을 논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며 "정부가 우물쭈물하는 사이 또 다시 집단 감염과 같은 사태가 발생한다면 여론의 뭇매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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