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립선암 신약, "효과 좋지만 비싸서 못써"

대한비뇨기종양학회 주관중 보험이사(강북삼성병원 비뇨의학과 교수) 인터뷰 김태완 기자l승인2018.02.12 00:2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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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 치료시 타 암종 대비 완치율이 비교적 높아 경미한 질환으로 인식되고 있는 전립선암. 하지만 호르몬 치료에도 반응하지 않는 거세저항성 전립선암은 평균 3년 이내 사망률이 굉장히 높은 질환이다.

거세저항성 전립선암은 거세 수준까지 남성 호르몬을 차단하는 호르몬 치료를 시행했음에도 해당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단계로, 급속한 고령화에 따른 노인 인구의 증가와 식생활의 서구화로 인해 국내에서도 매년 환자 수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무엇보다 국가 암검진 항목에 전립선암을 진단하기 위한 PSA 검사가 포함돼 있지 않기 때문에 조기 진단 시기를 놓치고, 이미 전이성 전립선암 단계로 병기가 상당히 진행된 상태에서 진단 받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거세저항성 전립선암 치료를 위한 약물들이 존재하지만, 국내에서는 급여 문제로 인해 사실상 환자들 치료에 사용이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본지는 대한비뇨기종양학회 주관중 보험이사를 만나 국내 거세저항성 전립선암 치료의 현 주소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 대한비뇨기종양학회 주관중 보험이사

신약 있어도 급여에 막혀 '그림의 떡'

거세저항성 전립선암은 남성호르몬인 안드로겐을 거세 수준까지 낮추는 호르몬 요법에 반응하지 않는 말기 단계이기 때문에, 효과적인 약제를 사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2017년도에 발표된 NCCN 가이드라인에 의하면 도세탁셀, 아비라테론 아세테이트, 엔잘루타마이드 등의 약물들 모두가 전이성 거세저항성 전립선암의 1차 치료로 권고되고 있다. 세부적인 내용으로는 내장 전이가 있거나 증상이 있는 경우에는 도세탁셀이 우선 권고되고 있으며, 내장 전이가 없을 경우에는 세 가지 모두가 동일한 수준으로 권고되고 있다. 특히, 내장 전이가 없고, 무증상 또는 경미한 증상의 전이성 거세저항성 전립선암에 대해서는 엔잘루타마이드와 아비라테론 아세테이트를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이런 약물들이 급여에 발목을 잡혀 사실상 항암화학요법에 실패한 환자들에게만 사용이 가능한 상황.

대한비뇨기종양학회 주관중 보험이사는 "이미 여러 문헌과 연구 결과를 통해 아비라테론 아세테이트와 엔잘루타마이드 제제의 치료 효과가 충분히 입증된 바 있다"며 "하지만 국내에서는 항암화학요법 치료 실패 이후에만 제한적으로 급여가 적용되고 있어, 그 이전 단계에서 사용하기 위해서는 비급여로 사용해야 하는 만큼 환자들이 굉장한 경제적 부담을 느끼고 있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주 보험이사는 "항암화학요법과 새로운 호르몬 제제의 치료 효과를 직접 비교한 연구 결과는 없지만, 항암화학요법 치료를 경험하지 않은 전이성 거세저항성 전립선암 환자를 대상으로 안드로겐 수용체 시그널(signal) 억제 기전의 호르몬 제제를 투여했을 때 전체 생존기간이 35개월로 위약군의 31개월보다 약 4개월 증가, 무진행 생존기간은 20개월로 나타나 위약군 5개월 대비 뛰어난 치료 효과를 입증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한비뇨기종양학회는 아직까지 비급여 상태인 아비라테론 아세테이트와 엔잘루타마이드를 미국 및 유럽의 가이드라인처럼 1차 치료 고려사항이 아닌 권고사항으로 국내 진료지침 개정안에 반영할 방침이다.

주 보험이사는 "지금까지는 전이성 전립선암 치료제 자체가 부족했을 뿐 아니라 새로운 신약이 출시된다 하더라도 급여 등재에 난항을 겪으면서 진료지침에 반영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며 "2015년도 개정판에서는 전이성 거세저항성 전립선암의 1차 치료로 도세탁셀 기반의 항암치료만을 포함시키고, 당시 새로운 기전의 호르몬제제인 아비라테론 아세테이트나 엔잘루타마이드는 1차 치료로 고려할 수 있다고 언급만 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발표될 개정안에서는 국내외에서 새로운 연구 결과와 논문들이 업데이트된 만큼 남성 호르몬을 거세 수준까지 차단했음에도 호르몬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전이성 거세저항성 전립선암의 1차 치료 권고 사항으로 아비라테론 아세테이트와 엔잘루타마이드를 포함시켰다"며 "다만 진료지침에서 권고하더라도 환자들에게 적용되기 위해서는 급여 적용이 동반되어야 하는 만큼 정부의 급여 확대가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 주관중 보험이사는 효과가 좋은 약물들이 급여에 막혀 사실상 사용이 어렵다고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전립선암에 대한 정부의 인식 개선 시급

이처럼 효과가 입증된 약물임에도 불구, 정부가 급여 혜택을 주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주 보험이사는 정부의 잘못된 인식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일반적으로 암 질환에 대해서는 모두 그 심각성을 인정하지만 유독 전립선암에 대해서는 다른 암종보다 경미한 질환이라고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며 "약제 급여 논의를 위해 만나는 정부 관계자들의 인식도 다를바 없어 약제에 대한 급여도 늦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재원이 한정적이다 보니 심각하다고 판단되는 질병에 우선 순위를 두게 되어, 전립선암은 자연스레 우선순위에서 밀려나고 있다는 것이다.

주 보험이사는 "초기 전립선암의 경우 치료 옵션이 많고 치료 경과가 좋기 때문에 다른 암보다 치료가 쉽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진단 당시부터 전이성 전립선암으로 발견된 경우 종양의 진행 속도가 굉장히 빠르며 사망에 이르는 확률도 높아지기 때문에 그 위중도가 매우 심각하다"며 "특히 호르몬 억제 치료에 반응을 하지 않는 거세저항성 전립선암 단계로 진행되면 약물 치료가 중요한데 반해, 제한된 급여 기준으로 치료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에 대한비뇨기과학회와 대한비뇨기종양학회는 전립선암에 대한 정부의 잘못된 인식 개선과 적극적인 치료를 위한 급여 기준 개선안을 지속적으로 제안하고 있다고.

주 보험이사는 "의료 현장에서는 환자의 삶의 질까지 모두 고려하여 가장 적절한 치료 옵션을 제공하고자 노력하고 있으나, 신약들이 급여 과정에서 난항을 겪으면서 치료 선택권이 심각하게 제한 되고 있다"며 "물론 건강보험 재정에도 한계가 있겠지만, 치료 효과에 대한 근거가 확실하고 입증이 된 치료제를 차등화시켜 우선 순위를 정리하고 급여화가 이루어진다면 암 환자의 보장성 강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태완 기자  kmedinf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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