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질환관리법이 2016년 12월 30일부터 시행되고 있지만, 정작 실제적인 환자들의 고통을 덜어주는 알맹이는 빠져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박인숙 국회의원은 ‘휘귀질환관리법 시행 1년 앞으로의 과제’를 주제로 23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국회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진단-치료-지원, 산 넘어 산 ‘희귀질환

토론회를 주최한 박인숙 의원은 “희귀질환관리법‘ 시행 1년이 지난 지금도 희귀난치 약제에 대한 접근성 강화 등 실질적인 환자치료 보다는 연구개발 등 일부 사업의 확대 수준에 그쳐 여전히 환자들은 소외돼 왔다”며 “희귀질환관리법의 재평가 및 후속조치를 위해 자리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오지영 건국대병원 신경과 교수의 ‘희귀질환관리법 평가와 전망’ 주제발표에 따르면, 희귀질환관리법에 따라 2017년에서 2021년까지 제1차 희귀질환관리 종합계획이 수립됐다. 주요 내용으로는 희귀질환의 진단, 치료, 관리를 위한 등록체계 구축, 전문기관 운영, 전문인력 양성, 환자지원 확대, 연구개발 지원 등이 포함돼 있다.

그러나 오 교수는 희귀질환 진단 자체의 문제점으로, ▲질병의 종류는 많으나 환자수가 적다는 점 ▲각 분야 전문가가 상이하고 한정돼 있다는 점 ▲미진단질환 환자의 추적 시스템의 부재를 들었다.

특히 환자 상당수가 유전질환으로 유전자 검사가 진단에 결정적이다. 그러나 오 교수는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NGS)이라는 좋은 검사법이 있지만, 유전자 기관 인증을 받야야 검사할 수 있다”며 “인증 못 받은 기관은 처방 자체가 안 되므로 진단 접근성에서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밖에도 산정특례 질환 중 의료비 지원 되는 경우와 되지 않는 경우가 있어 혼란하고 환자 설명, 추적 관리가 어렵다는 것도 문제다.

치료과정에서는 치료제가 없는 경우는 치료 포기, 사회적 격리, 돌봄가족의 심리적, 경제적 부담, 재활치료, 요양병원, 보장구, 보장구, 보조기 문제 등이 있다. 예를 들어 “루게릭병 환자의 경우 요양병원에서 받아주지 않아서 가족이 진로 포기하고 돌보기도 한다”고 전했다.

치료제가 있는 경우에는 Off-label drug, 허가외 투여 비급여 약제, 비급여 혹은 100대 100 약제, 초고가 신약에 대한 문제가 있다.

예를 들어 “다발성경화제의 경우, 1차 약제 보험기준은 2005년 진단기준을 적용해 실제 진단에 사용중인 2010년 기준과 상이해 삭감 우려로 적극적인 약물치료를 하지 못하고 있다”고.

마지막으로 오 교수는 실제 불안에 떠는 희귀질환자 가족의 편지를 공개하며 “환자의 절망감, 고립감은 곁에서 보지 않으면 알 수 없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이어 “진단과 치료에 국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며 “초고가 약제가 단순한 경제성 평가가 아닌 공공의료와 복지의 틀 안에서 고려돼야 하며, 질환별 의뢰시스템을 구축해 진단 확인, 약제 투약의 적절성을 평가해야 하며, 약가 인하를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이어 ‘희귀질환자 보장성 강화방안’ 주제를 발표한 김성호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 전무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는 전체 인구의 2%인 100만 명이 희귀질환으로 고통 받고 있다. 전체 희귀의약품 353품목 중 40%만이 보험이 적용되고 있다. 또한 희귀질환 중 약 30%만 정부지원 대상이다. 

국내 희귀질환 치료제의 활용 가능한 등재제도로는 “위험분담제, 경제성평가 특례제도가 운영 중”이라며 “희귀질환의 접근성 향상에 기여하고 있으나, 지나치게 협소한 기준으로 극히 일부만 적용이 가능하다”고 전했다.

비교해 해외의 희귀의약품 관련 현황을 살펴보면 환자 접근성 향상을 위한 인센티브 제도로 신속허가, 약가 우대제도, 별도 기금을 활용한 의약품 비용 지원 등이 있다.

김 전무는 “우리나라도 2017년 12월 제1차 희귀질환관리 종합계획을 발표했지만, 종합적으로 판단했을 때 “실질적인 치료 혜택과 관련된 치료제의 보험 급여 진원 정책은 부재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식약처와 심평원의 희귀의약품/질환 기준이 상이하다는 점도 문제다.

식약처 기준은 국내 유병인구 2만 명 미만 혹은 치료법 부재를 기준으로 운영한다. 반면, 심평원은 명시된 희귀질환 치료제에 대한 규정은 존재하지 않지만, 경제성 평가 특례제도나 위험분담제 적용시 국내 유병인구 200면 미만 등을 기준 적용하고 있다. 즉 “더욱 엄격한 심평원 기준으로 위험분담제, 경제성평가 특례제도가 적용되어 제한적인 희귀질환치료제의 보험 급여화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한 일반 신약 대비 희귀의약품 보험 등재는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인 것과, 희귀의약품의 등재 소요기간이 비희귀 질환에 비해 10개월 더 소요되는 것도 걸림돌이다.

종합적인 개선방안으로는 “희귀의약품의 가치를 반영하는 제도를 마련하고 유연한 운영을 통해 환자의 치료 접근성을 개선하고 희귀의약품 개발의 생태계를 조성하는 선순환 구조를 확립해야 한다”며, 또한 “예측 가능한 산정특례 적용 대상 희귀질환 확대, 보험등재 절차 개선, 식약처-심평원의 용어 및 기준 통일 등 관련 부처별 시스템 연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제약사, 오프라벨 임상시험 적극 나서야

토론회에서 채종희 서울대어린이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미진단자 진단지원 시범사업을 소개했다. 채 교수는 “매년 발견되는 희귀질환 수는 매년 기아급수적으로 늘어나며, ‘오딧세이’라는 표현을 쓸 정도로 진단이 어렵다”며 “최근 세가와병 이슈에서도 반영되듯이, 희귀질환을 진단 못하는 의료진을 질책하기보다, 진단 잘하는 의료진을 찾아내 새로운 질환을 우선 희귀질환 진단 트랙에 들어가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미진단을 진단하기 위한 국가적 시스템이 필요하며, 산정특례법도 합리적으로 재원을 나눌 수 있도록 사회적 컨센서스가 마련돼야 한다는 제안이다.

신현민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회장은, 희귀질환자들의 특화된 직업재활 프로그램 필요성과, 희귀질환으로 인한 내부 장애를 앓을 경우 장애인복지법과 차별화 된 보장성 강화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곽명섭 보건복지부 보험약제과 과장은“희귀질환이 소수자라는 특성에 따라 치료제 개발은 물론, 진단도 제대로 못 받고 있는 현실이라고 전제하며, 무엇보다 치료약제 확대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소수자인 희귀질환의 임상시험 같은 경우는 기존 오프라벨 기준과 다른 기준을 적용해야하지 않을지에 대해 내부적으로 적극적 고민하고 있다”며 “제약사 측에서도 공익적 책무를 갖고 오프라벨의 희귀질환에 대한 임상을 적극적으로 임해 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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