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이 고혈압 진료지침을 개정함에 따라 국내에도 적용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내년 초 개정 국내 가이드라인 발표를 준비하고 있는 대한고혈압학회 조명찬 이사장은 미국 지침을 긍정적으로 반영하되, 관련 학회 의견 및 사회적 파장, 정부 입장을 반영해 신중하게 재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와 함께 고혈압으로 인한 합병증을 예방하고 사망률을 줄이기 위해 절반이 안 되는 치료율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사업도 전개한다는 방침이다.   

 

긍정적 검토하되, 학계·사회적 파장·정부 의견 수렴해 결정

미국 가이드라인에서 제시한 새로운 지침에 따르면 1단계 고혈압을 수축기 혈압이 130-139mmHg 또는 이완기 혈압이 80-89mmHg로 규정했다. 이러한 완화된 기준에 따르면 미국 인구 13.7%가 고혈압 인구로 새로이 분류되어 미국의 고혈압 유병률은 31.9%에서 45.6%로 크게 상승하게 되며, 약 3,100만 명의 인구가 새로이 고혈압으로 분류되는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미국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우리나라도 국내 성인의 고혈압 유병률이 29.1%에서 50.5%로 증가해 1,650만 명이 고혈압을 가진 인구가 되는 것.

이에 고혈압학회가 내년 가이드라인에 미국 지침을 적용할 것인지가 학계 큰 관심사이다.

조 이사장은 “미국 지침을 뒷받침하는 스프린트 연구의 메시지는 매우 확실하고 국민 건강 차원에서도 필요한 부분이라 긍정적으로 검토할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기준 변경으로 인해 사회적 파장을 비롯해 다른 나라들에서도 찬반 의견이 엇갈리고 있으므로 충분히 논의해, 내년 5월 춘계학회 때 가이드라인 업데이트 초안을 발표할 예정입니다.”

일례로 올 초 미국 가정의학회에서 고혈압 목표를 150-90mmHg으로 해야 한다는 배치되는 주장도 나와서 미국에서도 유보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 또, 미국 기준대로 하면 국내 성인 절반이 고혈압 환자로 분류되므로 질병에 대한 불안감이나 불필요한 치료를 받아 사회적 비용이 대폭 증가할 수 있고, 채용, 승진, 보험가입 등에서 사회적 차별이나 악용될 수 있으므로 바로 결정할 수는 없다는 것.

그러나 미국 지침이 적용된다고 해도 우려처럼 항고혈압제로 치료받는 환자가 대폭 늘어나지는 않을 전망이다. 조 이사장은 “미국 지침에 따라 새로 편입된 고혈압군 중 약물치료가 필요한 군은 10% 보다 적을 것”이라며 “기준을 넘는다고 무조건 약을 쓸 필요는 없으며, 일찍 혈압을 관리해서 정상혈압을 유지하는 것이 사회 경제적 비용 줄이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노인 고혈압 기준은 국내 연구결과 통해 반영해야”

한편, 노인 고혈압 기준에 대해서는 미국 기준을 그대로 따라가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의견이다.

미국 가이드라인에서는 노인에서도 1단계 고혈압을 130-80mmHg으로 제시하고 있다. 물론 스피린트 연구에는 노인도 혈압을 낮게 유지할수록 사망률, 심혈관 발생률도 낮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있기는 하다.

그러나 조 이사장에 따르면 노인은 기립성 저혈압이 잘 생기고, 혈관이 딱딱해져서 가성 고혈압 환자가 많다. 또 노인 특성상 이완기 혈압이 떨어지고 맥압 차가 벌어져서 일정 수치로 혈압을 낮추면 심혈관 질환이나 뇌졸중이 줄어들지만, 너무 낮추면 어느 시점부터 오히려 심혈관사건 및 사망률이 더 증가한다는 ‘J-curve 가설’도 있다.

이에 노인고혈압의 목표혈압을 일률적으로 130-80mmHg으로 기준하는 것은 학회에서 받아들이기 어려운 실정이라는 것.

이에 “올해 발효된 심뇌혈관 예방과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노인 고혈압 목표를 어디까지 할 것인지 기준을 만드는 조사연구 사업이 필요하다”며 “우리나라는 노인 고혈압 치료에 대한 대규모 연구 자료가 없으므로 임상연구를 통해 우리만의 결과가 나오면 가이드라이에 반영할 것”이라고 전했다.

또 노인 고혈압에 있어 하나의 이슈는 초고령의 고혈압 기준을 어떻게 할 것인가이다. “80세 이상은 또 다른 지침이 있어야 하는데, 외국 지침은 있어도 우리만의 지침은 없으므로 이 부분도 국내 데이터를 만들어야 한다”며 “다만, 현재로서는 노쇠정도에 따라 150-90mmHg으로 기준 하는 것이 맞고, 특히 동반질환이 있을 경우에는 혈압을 너무 낮출 경우 부작용이 있을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고혈압 치료 목표율 10% 올릴 것’

고혈압 치료에 있어 최근 국내제약사들을 시작으로 고혈압복합제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시장 포화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이에 대해 조 이사장은 “최근 고혈압 팩트 시트 발표에 의하면 환자 3분의 2는 두 개 이상 약을 써야 조절이 된다”며 “이는 기전이 서로 다른 약제가 필요하다는 것”이라며 “즉, 처음부터 혈압이 160mmHg 이상으로 높거나 목표혈압 보다 20/10mmHg 이상 높으면 처음부터 복합요법을 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복합제의 장점은 “용량은 올리더라도 약 숫자가 줄어들다보니 환자의 불안감이 줄어 복용을 더 잘 한다는 것”이라며 “시장이 포화되었다는 우려도 있지만, 환자마다 반응이나 부작용 등의 개별차가 있으므로 선택폭이 넓어지는 것은 긍정적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특히 카나브 같은 국내 고혈압 신약의 경우 국내 환자들의 임상 자료가 많다는 점에서 장점이 있다. 글로벌 대규모 임상시험에서 효과가 증명된 외국 약제의 경우 아시아인은 10%가 채 안 들어간다는 점에서 국내 환자 임상이 많은 국내 신약들이 많이 개발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

한편, 고혈압학회는 최근 ‘고혈압 관리를 통한 국민건강수준 향상’이라는 새 비전을 선포했다. 이에 따라 학회는 현재 46% 밖에 되지 않는 고혈압 치료율을 10% 더 높인다는 목표로 다양한 사업은 진행하고 있다. 우선 환자들과 국민들에게 고혈압의 중요성과 혈압의 관리 및 치료에 대한 필요성을 알리고, 1차의료를 담당하고 있는 개원의를 대상으로 연수강좌를 전국을 돌며 진행 중이다. 또 1차 예방 차원에서 혈압, 혈당, 콜레스테롤 등 ‘건강 관련 숫자를 잘 알자’는 캠페인을 다양하게 펼쳐 나간다는 복안이다. 

국민병이라고 할 수 있는 고혈압의 예방과 치료율을 높이기 위해 뛰고 있는 고혈압학회의 행보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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