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노화의 주범인 ‘AGEs’를 연구하는 학회가 국내에서 처음 창립됐다. 

前 경희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 김영설 초대회장은 지난달 ‘한국에이지학회 창립기념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AGEs’는 국내에서는 생소한 개념이지만 이미 미국, 일본에서는 음식에 표시가 될 정도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이에 김 회장은 국민 건강수명을 올리기 위한 국내 AGEs 기준 연구와 인증제도 등 마련에 앞장서겠다는 다짐이다.

AGEs, 당뇨합병증·노화·만성질환 유발…국내선 인식 부족

“AGEs는 당뇨병의 합병증을 일으킬 뿐 아니라 노화의 시작과 진행에 중요한 물질이지만 이에 대한 인식은 부족합니다. AGEs의 중요성을 국민들에게 알리고 의료 전문가의 동참을 얻기 위해서는 학회 형태의 활동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학회를 창립했습니다.”

AGEs(advance glycosylation endproduct)는 단백질에 과잉의 당이 결합한 단백질 당화에 의해 생성된 최종당산화물로 당뇨병과 노화의 주범으로 주목받는 물질이다.

이에 대해 김 회장은 “빵을 만들 때 반죽 때는 하얗다가 구우면 갈색이 되는데 당분, 포도당이 밀가루 단백질과 결합되어 색깔이 변하는 것”이라며 “고기를 구우면 갈색이 되는 것도 같은 이치의 갈변반응 때문이다. 이렇게 포도당이 단백질에 결합되어 축적되는 물질이 최종당산화물 ‘AGEs’”라고 설명했다. 

특히 이러한 AGEs가 축적되면 우리 몸에 여러 가지 질병을 유발한다는 것.

“혈당이 높은 것을 특징으로 하는 당뇨병에서 이런 AGEs가 높고, 또 합병증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당뇨병이 아닌 사람도 식사 후에는 혈당이 어느 정도 높아 AGEs를 만든다”며 “과식을 하거나 당질을 많이 먹으면 그 만큼 AGEs가 많이 만들어져 우리 몸의 모든 단백질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 대표적인 현상이 피부 노화이다. 피부 콜라겐에서 AGEs가 만들어져 피부 주름을 만드는 것으로, 노화의 첫 번째 현상인 피부 주름의 정체가 AGEs라는 것. 이 뿐만 아니라 AGEs가 관절에 침착되면 관절염이 되고, 뼈의 단백질에 축적되면 골다공증을 일으키며, 뇌에 쌓이면 알츠하이머병이 되고, 수정체에 붙으면 백내장이 된다.

“최근에는 AGEs가 암 발병 및 전이에도 관계된다는 연구도 있다”며 결과적으로 “당뇨 합병증, 만성질환, 치매, 피부노화 뿐 아니라 암까지 일으키는 물질이므로 이에 대한 연구와 저감을 위한 정부와 학회, 업계의 총체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국 및 일본에선 음식에 AGEs 함유량 표기해 국민건강 관리”

그렇다면 AGEs의 체내 축적을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

AGEs 생성의 두 가지 중요한 요소는 ‘당’과 ‘고온 가열’이다. “보통 탄 고기를 먹지 말라는 것은 발암물질 때문이지만, 고기를 숯불에 구우면 AGEs 형성도 많아진다”며 “그렇게 따지면 채소와 샐러드만 먹으면 되는 것처럼 생각되겠지만, 샐러드 드레싱에도 당이 많으므로 주의해야 한다”는 것.

즉, 조리법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당분 섭취를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우리나라 사람들 요즘 과일을 너무 많이 먹는데, 과일을 너무 많이 먹으면 AGEs 형성 높아질 가능성이 커진다”며 “과일보다는 채소를, 고기는 직화구이보다는 불고기나 보쌈, 스튜처럼 간접 가열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이나 일본은 모든 식품에 AGEs가 얼마나 들어있는지 발표한다. 또 미국의 경우는 어느 정도 이상은 먹지 말자는 운동을 하는가 하면, 일본에서는 AGEs가 생기지 않는 중탕기 조리기구와 AGEs 방지 레시피도 보급돼 있을 정도로 관심이 높다.

김 회장은 “사실 AGEs에 대한 유해성은 오래전부터 밝혀진 사실”이라며 “그러나 그동안 AGEs 검사는 임상적용이 어려워 관심이 적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AGEs가 형광을 띠는 성질에서 착안해 콜라겐에 AGEs가 들어간 정도를 간단히 팔만 올려놓고 간단히 측정할 수 있는 기기가 나오면서 다시 각광 받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이 기기는 FDA허가를 받았으며 메디컬푸드회사인 (주)케이메디쿱에서 네덜란드 Diagnoptics 사에서 수입해 국내 병원에도 보급을 준비 중에 있다. 팔을 올려놓고 10여 초 만에 피부 스캔을 통해 간단히 최종당화산물‘AGEs’ 수치를 확인할 수 있다.

김 회장은 AGEs를 연구하며 식품 추출물을 통한 AGEs 저감 연구를 지속해 왔다. 그 결과 “아직 좋은 치료제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채소의 좋은 성분들이 AGEs를 억제하는 것을 알아냈다”며 “분말 녹차가루를 타 먹는 것이 AGEs 억제에 도움이 되며, 이밖에 비타민B1, B6도 AGEs 억제에 도움이 된다”고 전했다.  
최근에는 한국식품연구원과 케이메디쿱이 공동연구로 AGEs 분해 기능이 우수한 유산균을 개발해 9월 출시를 앞두고 있는 등, 업계의 AGEs 저감 관련 건강기능식품과 제약 등의 연구가 활발해 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올해 교과서·건강지침서 발행…AGEs 인증제도 제안 예정

“올해 안에 AGEs에 대한 전문가 이해 교과서와 일반인을 위한 건강지침서를 발행할 계획입니다. 또 우리나라 가공 식품의 AGEs 기준을 만들어 AGEs 인증제도 도입도 제안해 나갈 것입니다.”

그 동안 내분비질환 및 비만, 지질, 당뇨병 분야의 연구에 업적을 남기는 한편, 2005년 경희의대 부속병원장, 2006년 대한 내분비학회 이사장을 역임한 김 회장. 그는 경희대병원 정년퇴임 후 3년 전부터 순천의료재단 정병원에서 내과 진료를 맡고 있다.

노인환자가 많은 정병원에서 노화 관련 임상 및 연구에 더욱 집중해가기 위해서다. 그 연장으로 노화의 열쇠를 쥐고 있는 AGEs의 인식 확대와 저감 식품 등 연구를 위해 의사를 비롯해 영양전문가, 식품, 생화학 전문가들에게도 학회 문을 열어놓겠다는 것.

이러한 방침에 따라 이번 창립학술대회에는 참석자 100여 명 중 의사 30%. 영양학자 30% 및 그 밖에 식품전문가, 약사 등 다양한 직종이 참여했다. 

이를 통해 앞으로 학회가 일본처럼 음식의 칼로리 밑에 AGEs를 표시할 수 있도록 기준 연구, 정부 제안을 내 나가겠다는 것. 이러한 노력이 고령화 시대를 앞둔 우리 국민들의 건강수명을 높이는 기폭제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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