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킨슨병, 치매 등 난치성 뇌질환을 수술로 치료·연구하는 세계정위기능신경외과학회에서 한국인 첫 회장이 나왔다.

지난 6월 말 세계정위기능신경외과학회장으로 선출된 장진우 연세대의대 신경외과 교수(대한신경외과학회 이사장). 그는 파킨슨, 치매, 수전증, 우울증을 비롯해 뇌종양, 청각, 시각도 뇌 수술을 통해 회복할 수 있는 연구를 통해 향후 우리나라가 세계 첨단 뇌 의학을 선도해 나가는 주춧돌 역할을 하겠다고 다짐한다. 

난치성 신경 질환의 수술적 치료 연구…세계 최고 권위 학회

“최근 20~30년 동안 CT, MRI 등 진단장비가 발전하면서 정위기능신경외과학이 급발전했습니다. 현재 파킨슨병, 수전증, 간질, 뇌전증, 통증에 대한 수술적 치료는 물론, 치매, 중독까지 치료 접근이 이뤄지고 있으며, 이에 대한 새로운 수술기법들이 계속 나오고 있죠.”

1961년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창립된 세계정위기능신경외과학회는 파킨슨병 뇌전증 치매 통증 정신질환 등 난치성 신경 질환을 연구하는 단체다. 70여 개국 1500여 명의 신경외과 전문의, 뇌과학자 등이 회원이다. 뇌의 3차원 구조를 파악해 각종 질환의 원인을 찾고 뇌 기능을 정상으로 복원하는 게 학회 목표로, 뇌 기능질환 학회로는 세계 최고 권위를 자랑한다.

한국인으로서는 첫 회장이며 아시아에서는 일본에 이어 두 번째 회장인 장 교수는, 2019년부터 2년 임기를 시작한다.
대한신경외과학회 이사장이기도 한 장 교수에 따르면 정위기능신경외과는 한국 신경외과에서 아직 큰 포션을 차지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다르다. 젊은 신경외과 전문의들에게 인기가 높은 파트라는 것. 

이러한 이유에 대해 “국가의 경제수준과 연관되어 의료 복지 정책, 보장 시스템이 선진국에 비하여 미진하기 때문이며, 그러한 이유로 우리나라 신경외과에서는 뇌보다는 척추 분야가 월등히 인기가 높다”며 “그러나 우리나라도 앞으로 선진국처럼 노인성 질환인 치매, 파킨슨병, 우울증 등 다양한 신경계 질환에 대한 의료의 보장성이 높아지면 괄목할만하게 발전할 수 유망한 분야”라고 설명했다.

뇌 질환·정신질환 비롯, 청각·시각 회복도 뇌수술로

정위기능신경외과는 다소 생소해 보일 수 있지만 이미 임상에서 많은 신경계 질환을 치료하고 있다. 이상운동 질환(파킨슨병, 수전증, 근긴장이상증 등), 뇌전증, 난치성 통증, 뇌신경기능장애 (안면경련증, 삼차신경통, 설인신경통), 난치성 정신질환 및 치매 등에 대한 수술적 치료와 또한 정위적 고집적 초음파 뇌수술, 정위방사선수술, 세포치료 및 줄기세포의 정위적 뇌이식을 포함한 재생의학 분야, 수술 중 신경감시, 뇌와 컴퓨터간 인터페이스를 이용한 치료기법 등 신의료기술의 개발이 바로 임상에 적용되는 신경외과의 첨단 분야기도 하다.

장 교수 역시 매년 150명이 넘는 안면경련, 삼차신경통 환자를 수술로 치료하고 있으며, 파킨슨병, 수전증, 뇌전증 환자 수술도 연간 100여 건에 이른다. 또한 2013년 이후 세계 최초로 두개골을 열지 않고 초음파 응고기술로 우울증, 강박장애 및 수전증을 치료하는 연구 결과를 발표해 주목받기도 했다.

“파킨슨병의 심부뇌자극수술 치료는 우리나라에서도 2000년 세브란스병원 팀에 의하여 처음 시작했으며, 최근에는 우울증, 강박증 또는 뚜렛 증상에서도 약물치료가 안되거나 중등도 이상의 환자들 일부에서 심부뇌자극수술이 시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이러한 수술의 원리는 무엇일까.

장 교수에 따르면 사람의 뇌에는 신경세포간 연결되어 작동하는 회로가 있다. 팔, 다리를 움직이고 감정을 조절하는 것도 뇌 안의 회로를 통해 이뤄지는 것. 최근 첨단 의료장비를 인해 이러한 뇌 회로의 비밀이 풀리면서 전기자극, 초음파, 레이저 등 최소 침습 수술기술을 이용하여 문제의 신경계의 증상을 만드는 뇌 회로 부위를 차단하거나 혹은 활성화시켜  병을 호전시키는 원리이다.

특히 “미국은 레이저를 이용한 치료도 2, 3년전 시작했으며, 머리를 열지 않고 작은 뇌종양, 간질 등을 일으키는 부위를 태워 수술할 수 있다”며 “앞으로 이 분야도 상당히 많은 발전과 신경외과의 수술 영역의 변화를 일으킬 것”이라고 전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뇌 수술을 통해 청각과 시각도 돌이킬 수 있다고.

청각도 인공와우나 보청기로 치료가 안 될 경우 뇌 자극을 통해 청각을 회복할 수 있다는 것. 장 교수는 이러한 치료도 이미 7년 전 시작했지만, 아직 정부에서 수술 허가를 해주지 않아 안타깝다고.

“파킨슨병 수전증의 고집적 초음파 수술의 경우도 2012년부터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임상 연구를 했는데 최근 미국에서 허가가 난 후에야 우리나라에서도 허가와 인정을 해줬다”며 우리가 앞선 신기술도 시스템 차이로 미국에 따라잡히는 현실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했다.

뇌 기능 연구소 설립 목표…신기술 개발 장벽 개선돼야

“사이코서저리를 통해 감정 조절이 가능해지면 알코올·마약 중독 등도 치료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치매나 우울증을 수술로 치료하는 시대가 국내에서도 열릴 것입니다. 또 뇌 속 시청각 기능을 복원시킬 수 있는 인공 시각과 청각을 만드는 연구도 지속해 나갈 것입니다.”

그의 가장 큰 목표는 뇌 기능 연구 전문 연구소를 세우는 것이다. 그러나 여건은 여의치가 않다. 미국은 의료 시스템이 ‘최악’임에도 첨단의학을 선도하는 이유는 새로운 분야에 대해 아낌없이 투자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인력, 시스템, 자금 면에서 모두 부족해 새로운 연구와 기술 개발이 어려운 시스템이라는 것.  
 
“그렇다고 체념하고 최선의 노력을 하하지 않으면 5~10년 후에는 기회조차 오지 않는다”며 “우리 세대에서 징검다리 역할을 하면 후배, 제자들 중에서는 누군가 세계적 연구 성과를 내고 세계 뇌 의학을 선도하는 날이 올 것”이라고 자신했다.

마지막으로 후배들에게 새로운 분야 개척이 당장은 힘들어도 세계를 상대로 경쟁한다는 생각으로 관심을 갖고 도전해 볼 것을 제안하는 장 교수. 이 같은 연구 열정이 세계 첨단 뇌 의학을 지휘하는 학회장에서 나아가, 우리나라가 세계를 선도하는 마중물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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