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클리닉 최형기 원장 ('헌집줄께 새집다오' 저자, 연세의대 비뇨기과 교수 역임)
성공클리닉 최형기 원장 ('헌집줄께 새집다오' 저자, 연세의대 비뇨기과 교수 역임)

“사정이 안 되는데요….”

“발기와 삽입은 됩니까?”

“예, 관계는 되는데 사정이 안 돼서 아이가 안 생깁니다.”

남들은 사정이 너무 빨라 고민인데 결혼2년의 Y(31) 씨는 이런 즐거운 고민(?)을 호소하며 병원을 찾아왔다. 매우 드문 지루증인 셈이다.

“자위행위는 가능합니까?”

“예, 가능하기는 한데 방바닥이나 벽에 성기를 눌러 압력을 가하며 상상을 해야 가능합니다. 그래야만 사정이 됩니다.”

 

좀 드문 케이스다. 이해할 수 없는 사례지만 우선 성선자극 호르몬과 남성호르몬 및 뇌하수체 프로락틴 호르몬 검사를 했다. 호르몬 검사는 모두 정상인 것으로 결과가 나왔다. 다음으로 정액을 받아오라고 했다. 포르노 비디오를 틀어주고 조용히 분위기를 맞춰주니 한 시간쯤 돼 정액을 받아냈다. 정액 소견에서 양은 2㏄ 정도로 색깔과 모양도 정상이었고, 운동성도 60% 이상으로 정상소견을 나타냈다. 아이를 갖는 데 문제가 없는 수준이었다. 사정기능에 영향을 주는 정낭과 전립선 초음파 검사에서도 역시 문제가 없었다. 성신경 계통에 영향을 줄 만한 특이사항이나 질환, 병력이 없었다. 특별히 약물을 복용하지도 않는 이런 젊은이에게 왜 지루증이 생겼을까? 신체적으로는 아무런 이상이 없는데.

 

“자위행위를 언제 처음 했습니까?”

“중2학년 때쯤 아침에 깨면서 방바닥에 성기를 누르니까 쾌감을 느끼게 됐어요. 이때부터 그렇게 하는 것이 좋아서 자주하게 됐고, 그것이 습관으로 굳어졌습니다. 나중에 친구들은 손으로 하는 걸을 알게 됐지요. 하지만 저는 손으로는 재미도 없고 누르며 상상을 해야만 사정이 됩니다.”

 

의외로 청년 가운데 이처럼 잘못된 자위행위 습관을 갖고 있는 환자들이 많다. 심한 경우에는 이처럼 나쁜 습관 때문에 발기 장애가 나타나기도 한다.

“첫 성관계는 언제였습니까?”

“대학교 2학년 때 선배들과 홍등가에서였는데, 그때도 사정을 못하고 실패해서 불안감이 심했습니다.”

보통은 긴장이 너무 심해서 발기가 안 되거나 빠른 사정이 대부분이다. 이 청년은 어려서 잘못된 자위행위 습관으로 드물게 지루증이 나타난 것이었다.

이러한 지루증은 대부분 강박관념이나 정신적 갈등, 상대방에 대한 적대감 등에서 비롯되는 게 대부분이다. 사정이 안 되니 본인은 즐겁지 않고 부인에게 서비스만 하는 느낌이라 성관계는 늘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성생활이 즐겁지 않다니. 참으로 이해하기 힘들었다.

“부인은 성생활을 만족해하나요?”

“아내는 좋아하는데 저는 하다가 지쳐서 중단하는 게 대부분입니다.”

부인은 과연 어떻게 느끼는지 궁금해서 다음 날 부인과 마주했다.

“남편과의 성생활이 어떻습니까? 서로 정신적인 갈등이 있나요 ?”

 

“저는 별 불만 없는데 남편은 사정이 잘 안 돼 굉장히 힘들어해요. 빨리 아기를 갖고 싶은데요.”

“사정이 잘 안 되고 즐거운 시간이 오래 가면 좋지 않은가요?”

“네, 저는 좋아요.”

부인에겐 “남편에게 꼭 사정을 안 해도 좋으니까 너무 부담을 갖지 말라고 위로해주고, 애무하는 시간을 30분 이상 가져서 남편의 긴장을 풀어주세요”라고 얘기했다.

Y씨에겐 “부인의 배란 날짜에 맞추어 골반을 꽉 누르면서 자위행위를 상상하며 관계해보세요”라고 말했다. 이 같은 상담을 한 뒤 Y 씨로부터 1년이 지나 아기를 가졌다는 소식이 왔다. 환자는 의사의 선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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