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 년간 ‘인공간’을 만들기 위한 연구 성과가 가시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HY인당 재생의학줄기세포연구센터 최동호 센터장(한양대병원 외과)은 세계 최초로 화합물만을 이용하여 정상인의 간세포를 배양하는데 성공해 관련된 특허를 받은데 이어, 실용화를 추진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간이식 외에는 치료법이 없는 말기 간암 등 간질환 환자들에게  자가 간 줄기세포를 이용한 치료 연구에 매진해 온 최 센터장은, 향후 10년 내 단계적인 실용화를 목표로 연구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줄기세포+화학물질 결합해 간세포 배양 성공, 특허 등록

“약 20여 년간 인공간 제작을 위한 연구를 해왔습니다. 최근 간 세포 배양에 가장 성공적인 줄기세포를 발견해 올해 특허를 낸 상태이고, 이제 본격적으로 논문들을 발표하고 실용화를 위한 수순을 밟아나갈 예정입니다.” 

최 센터장은 ’99년 국립보건원 공중보건의 시절부터 다양한 줄기세포를 이용한 간세포분화 및 배양 연구에 매진해 왔다. “간 세포는 몸 밖으로 꺼내면 자라지 않고 죽어버리기 때문에 배양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며 “20여 년 동안 골수세포, 배아줄기세포, 유도만능세포 등에서 간세포를 분화시키고 배양해 봤는데 모두 미진했다. 그런데 이번 본인 간세포에서 특정 화학물질을 투입하면 간 줄기세포가 자라나는 것을 확인했다”는 것. 이는 줄기세포처럼 배양되면서 암세포로 변형되지도 않고 유전자를 활용하는 것도 아니며 빠르게 만들어지는 장점이 있다는 설명이다.

이러한 기술에 대해서 올해 ‘인간성체 간세포 리프로그래밍 배지 조성물’ 특허 ‘제 10-2017-0066120호’와 ‘직접교차분화 유도된 간세포의 성숙 방법’ 특허 ‘제10-2016-0101297호’를 출원했다.

특허를 받은 배지는 사이토카인 등 세 가지 화합물질을 조합한 조합물로, 일본에서도 비슷한 쥐 실험 논문이 나왔지만 사람에게는 실패한 바 있다. 최 센터장은 “이번에 특허를 출원한 배지는 일본과는 조금 다른 인자로 20여 년간 해온 연구 중 가장 성과가 좋다”고 자신했다.

최 센터장은 이러한 간세포를 오송 ‘국립줄기세포재생센터’에 기탁해 검사를 의뢰하고 이에 따른 연구결과를 논문을 통해 실용화 단계에 착수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이렇게 배양된 간세포에 3D 프린팅 기법을 접목시키면, 원하는 모양으로 자유자재로 만들 수 있어서 연구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배양된 간세포들을 바이오 3D 프린팅한 덩어리로 만들어 키우면 실제 간의 기능을 수행하는지 확인할 수 있다”며 “이러한 기술을 기반으로 최종적인 목표인 환자 맞춤형 인공 장기 생성 또는 유도 간세포를 이용한 세포치료를 통해 인간에게 직접 적용하기 위한 연구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최 센터장는 최근 3D 프린터로 원하는 형태의 담도를 제작한 논문도 최근 발표해 주목받은 바 있다. “담도에 비해 간은 세포 기능이 많아 훨씬 어렵다”며 “그러나 이러한 성과들이 인공간 제작의 단초를 하나씩 열어주는 결과라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간 세포 배양으로 생체간 이식 대체 및 투석, 간질환 맞춤치료 가능

한양대병원 간암센터장(간담췌외과 교수)인 최 교수는 주로 간절제술, 간 이식을 하는 외과 의사다. 그러나 생체 간 이식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생각에 인공간 연구에 매달리기 시작했다고.

“우리나라는 1년에 1천 케이스 정도의 간 이식을 하지만, 유럽이나 미국은 계속 숫자가 늘지 않고 있다”며 ”이는 아이를 낳는 부부가 계속 줄어들어서 자녀로부터 이식받는 케이스가 점점 줄어들고, 자녀에게 이식을 요구하는 것도 부담스러워 하기 때문”이라고. 이와 함께 이식을 전공한 외과의사들이 줄어드는 것도 한 원인이다.

이러한 이유들로 줄기세포를 이용한 자가 간세포 배양에 관심을 두고 연구를 시작했다는 최 센터장은 “간세포 배양 방법을 이용하면 간암 등 간질환 환자라도 자신의 간세포를 체취해 정상 간세포로 배양할 수 있다”며 “또한 B형, C형 간염환자들의 간세포를 체취해 어떤 약이 가장 적합한 지 개인마다 테스트를 할 수 있어 맞춤치료가 가능하다”고 전했다.

이 뿐만 아니라 신장투석처럼 간 투석기 개발에도 응용할 수 있다. 간 기능이 나빠진 환자들에게 정상 간 세포 투석을 하면 간이식을 하지 않아도 일정 기간이 지나면 간 기능이 회복할 수 있다는 것. 

최 센터장은 “결국 최종 목표는 간이 나쁜 사람들에게 정상세포를 주입해 간세포를 정상적으로 만드는 것”이라며 “임상시험을 거쳐 실용화하는 단계까지 짧게는 5년에서 길게는 10년 정도 걸리겠지만, 그 안에 논문과 연구를 통해 실용화를 위한 발판을 계속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9월 국제 심포지엄 및 ‘HY인당 줄기세포연구센터’ 개소식

“큰 병원들처럼 임상 성적을 쫓기보다 연구에 승부를 걸고자합니다. 이를 통해 ‘HY인당 재생의학 줄기세포연구센터’를 향후 재생의학의 메카로, 한양대병원을 연구 중심의 ‘작지만 강한 병원’으로 우뚝 서게 하는데 일조하고 싶습니다.”

최 센터장은 간세포 배양 연구에 더욱 매진하기 위해 3년 전 순천향병원에서 모교인 한양대병원으로 돌아왔다. 공대, 자연대와의 연계나 동물실험 인프라 등이 학교 내 모두 갖춰져 있어서 연구에 훨씬 유리하기 때문.

이러한 도약을 위해 오는 9월 14일 국제 재생의학 심포지엄과 함께 ‘HY인당 재생의학 줄기세포연구센터’의 개소식을 한양대병원에서 개최한다. 

심포지엄 1부에서는 간암 맞춤의학을 연구하는 해외 학자들을 초청해 세계의 간암연구의 최신지견을 발표하고, 2부에서는 한양대병원 줄기세포 연구 선도주자인 김승현 교수, 이상훈 교수와 함께 한양대병원의 줄기세포 연구성과에 대해 논의하는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간질환 환자들을 위한 재생의학 연구에 매진할 수 있는 좋은 연구소를 후배들에게 물려주고 싶다는 최 센터장. 그래서 센터이름도 ‘사람이 모이는 곳’이라는 뜻의 ‘인당’이라고 지었다는 그의 열의와 다짐이 연구보다 임상에 치우쳐 있는 우리 의료계에 작지만 큰 울림이 되기를 기대한다.

저작권자 © e-의료정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