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완치율과 약가 경쟁력을 앞세운 MSD의 제파티어(성분명 엘바스비르+그라조프레비르)와 애브비의 비키라+엑스비라(성분명 옴비타스비르+파리타프레비르+리토나비르+다사부비르, 이하 비키라). 이 두 약제의 등장으로 인해 국내 C형간염 치료제 시장의 판도가 재편될 조짐이 일고 있다.

그간 C형간염 치료제 시장을 양분해 온 BMS의 다클린자+순베프라(성분명 아수나프레비르+다클라타스비르, 이하 닥순)와 길리어드의 하보니(성분명 소포스부비르+레디파스비르)의 양강구도 속에서, 이들의 약진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닥순·하보니·소발디, 처방액 급감

최근 발표된 상반기 원외처방 보고서에 따르면, C형간염 치료제 시장을 이끌어 왔던 BMS의 닥순(다클린자+순베프라)과 길리어드의 하보니, 소발디의 처방액이 4월부터 하락세를 보이며 고전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는 지난 3월말 애브비의 비키라의 허가와 4월 발표된 MSD의 제파티어 급여 소식 여파로 보여진다.

2017년도 상반기 C형간염 치료제 처방액 추이(자료:유비스트, 의료정보 재구성)
2017년도 상반기 C형간염 치료제 처방액 추이(자료:유비스트, 의료정보 재구성)

닥순과 하보니, 소발디의 감소세로 인해 C형간염 치료제 시장도 감소세를 보이며 전월(92억 원) 대비 12% 감소한 81억 원을 기록했다.

올 2월 잠시 주춤했던 BMS의 다클린자는 3월 들어 상승 국면을 맞았으나, 6월에는 전월(15억 원) 대비 17.6% 감소한 12억 원을 기록하며 다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순베프라 역시 전월(3억 6천만 원) 대비 18.9% 감소한 2억 9천만 원을 기록하며 큰 폭으로 하락했다.

길리어드의 소발디와 하보니도 닥순과 마찬가지로 4월부터 감소세를 보였다. 소발디는 전월(61억 원) 대비 18.8% 감소한 50억 원을 기록하는 데 그쳤고, 하보니는 전월(10억 원) 대비 11.1% 상승한 12억 원을 달성하는데 성공했지만 올 초 처방액과 비교하면 후발주자들의 등장 이후 하락세가 뚜렷하다.

국내 한 대학병원 소화기내과 A 교수는 "닥순을 비롯해 하보니의 경우 시장 점유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할 것"이라며 "후발주자들이 가격과 효과, 편리성 등의 측면에서 기존 약물들보다 우월함을 보이고 있는 만큼 환자와 의료진들의 선호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다만 A 교수는 C형간염 치료제 시장이 감소세를 보인 점에 대해 "가격은 싸고 효과는 좋은 신약들의 출시 계획이 알려진 만큼, 신환들이 치료를 미루고 있는 것"이라며 "시장 자체가 감소했다기 보다는 신약 출시를 기다리는 환자들로 인해 잠시 정체되어 있는 것으로 보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제파티어·비키라, 진검승부는 이제부터

후발주자인 제파티어와 비키라는 높은 완치율과 편의성을 앞세워 본격적인 시장 장악을 노리고 있다. 

먼저 제파티어는 임상과 리얼월드 데이터를 통해 95~99%의 SVR12 도달률을 보이며 높은 완치율을 입증했다. 또한 1일 1회 복용이라는 편의성과 경쟁 제품 대비 약물 상호 작용이 적다는 점도 제파티어의 강력한 무기로 꼽히고 있다.

A 교수는 "제파티어는 높은 완치율와 약물 상호 작용 등의 장점을 보유하고 있어 의료진과 환자 모두에게 편리한 약물"이라며 "하루에 4알을 음식이랑 같이 먹어야 하는 비키라와 달리, 제파티어는 식사와 상관없이 1일 1회 복용이라는 점도 큰 경쟁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비키라는 별도의 내성 검사가 필요 없고, 일부 임상에서 환자의 100%가 SVR12를 달성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히고 있다. 식사와 함께 1일 2회 4알 복용이라는 불편함이 존재하지만, 강력한 치료 효과를 통해 단점을 상쇄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여진다.

또 다른 대학병원 소화기내과 B 교수는 "비키라가 복용에 다소 불편함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12주만 복용하면 되기 때문에 심각한 아킬레스 건이라고 보기에는 어렵다"며 "무엇보다 치료에 실패할 확률이 가장 적다는 점은 환자들에게 상당히 매력적인 부분인 만큼, 충분히 시장 경쟁력을 보유한 약물"이라고 설명했다.

제파티어와 비키라의 6월 처방조제액은 각각 2억 1천만 원과 1억 1천만 원으로 기존 치료제들 대비 다소 낮은 수치. 하지만 제파티어의 경우 다수의 병원에서 6월까지 약제위원회(Drug committee, 이하 DC) 과정을 밟은 점을 감안하면 본격적인 처방액은 7~8월부터 집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제파티어보다 늦게 출시된 비키라도 현재 DC 과정을 진행 중에 있는 만큼 처방액으로 승패를 판가름 하기에는 다소 이른 상황이다. 

특히 제파티어와 비키라의 출시를 기다리며 치료를 미뤄온 환자들이 다수 존재하고 있어, 향후 처방액의 증가폭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여진다.

B 교수는 "C형간염 치료제 시장은 이제 제파티어와 비키라의 경쟁 체제가 될 것"이라며 "두 약물의 장단점이 명확한 만큼 의료진 뿐만 아니라 환자의 선호도도 약제 처방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e-의료정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