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바이오의약시장에서 동양의학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며 중국, 일본, 미국 등 동양의학 강국과 의료선진국들이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가운데 한국은 여전히 한의약 연구개발에 대한 지원이 미미한 상태인 것으로 밝혀졌다.

대한한의사협회(회장 김필건)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보건복지부 한의약 R&D 전체 예산이 중국 중의약대학 한 곳의 연구비에도 한참 못 미치는 것으로 확인됐다.

중국 교육부에서 2015년 발표한 ‘2014년 대학 과학기술 통계자료(高等學校科技統計資料彙編)’에 따르면 중국 상해중의약대학의 중의약 연구비는 한화 694억4500만원에 달하며 이는 2016년 보건복지부 한의약 전체 R&D 예산인 186억 9400만원(한국한의학연구원, ‘한의약 R&D의 현황과 과제’)의 3배가 훌쩍 넘는 수치다.

최근 보건복지부가 2017년도 한의약 R&D 예산을 전년대비 19.8% 증가한 224억원으로 발표하였으나 여전히 중국과 비교조차 어려운 수준이다.

해당자료에 따르면 전국의 중의약대학교 15곳, 중의학원 9곳, 중의전문대 5곳 등 29개 대학의 과학연구경비 총액은 한화 약 3390억3600만원(19억7194만3000위안)이며, 이중 중의약대학교 15곳의 과학연구경비 총액은 2819억6900만원(16억4002만4000위안)인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이 같은 현실이 단순히 우리나라 예산 규모가 중국에 비해 작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한국한의학연구원의 ‘한의약 R&D의 현황과 과제’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4년까지 최근 5년간 정부의 총 R&D 지출액 78조9000여억원 중 보건의료분야가 차지하는 비중은 5조6879이며, 이 중 한의약 분야는 고작 총 투자액의 0.4%로 보건의료 분야의 5.57%에 불과하다.

또한 우리나라 정부의 총 연구개발비가 연평균 12.4% 증가한 반면 한의약 분야 연구개발비는 연평균 9%대 증가에 그치고 있다. 이는 한의약 R&D에 대한 투자가 미흡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방증이라는 것이 한의계의 설명이다.

이러한 가운데 중국은 작년 12월 중의약 특징에 맞는 과학기술 혁신 및 관리체계를 수립한다는 내용의 ‘중의약법’을 제정·공포하고 세계시장 석권을 본격적으로 선언하고 나서 현재도 300조원에 달하는 전통의약 시장을 넘어 세계 바이오의약시장마저도 차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에 비해 한국은 중국의 일개 중의약대학 하나에도 못 미치는 연구개발지원으로 인하여 이 같은 분위기가 지속될 경우 세계 최고의 동양의학 인재인 한의사를 보유하고도 세계시장에서 한의학의 위상이 위태로워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대한한의사협회는 “앞으로 바이오시장이 세계 산업의 주류가 될 것이라는 것은 누구나 예측 가능한 사실이며, 한국이 바이오시장에서 국가경쟁력을 확보하고 국부를 창출하는 길은 결국 한국의학만의 차별화된 강점을 살리는 것이고 그 것이 바로 한의학 육성에 달려있다”고 설명하고 “매년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여야 의원들이 한의약에 대한 관심과 지원을 늘려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만큼 정부는 양방일변도의 육성과 연구개발 지원에서 벗어나 한의약 R&D에 대한 과감한 투자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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