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의 11살 여자아이 노사퇴무쿠, 선천적으로 윗입술부터 코까지 벌어져있는 구순구개열(언청이)로, 잇몸과 치아까지 제대로 자라지 않아 흉측하게까지 보이던 이 아이의 얼굴이 여느 여자아이처럼 단정해졌다. 고대병원 의료진의 언청이 수술봉사로 새 얼굴을 되찾게 된 것이다. 생각지 못했던 귀엽고 예쁜 얼굴에 부모는 물론 수술을 집도했던 성형외과 박철 교수도 깜짝 놀랐다. 수술 부위 때문에 아직 마음껏 웃지는 못했지만, 노사퇴무쿠 역시 달라진 본인의 얼굴이 만족스러운 듯 연신 눈웃음을 보냈다.

지난 9월 추석 연휴, 성형외과, 이식혈관외과, 영상의학과, 마취과 등 고려대학교병원 10여명의 의료진이 미얀마 양곤의 KBC 병원(KBC Hospital)을 찾아 언청이 수술을 실시했다. 이들은 개인휴가와 명절도 반납한 채 태어난 지 4개월 된 어린아이부터 33살의 성인까지 모두 27명의 환자들을 수술하고, 새로운 얼굴과 삶을 선물했다.

흔히 언청이라고 불리는 구순구개열은 가장 흔한 선천성 기형으로 임신 4~7주 중에 입술이나 입천장의 조직이 적절히 붙지 못하거나 떨어져서 생기는 병이다. 우리나라에는 많이 사라졌지만, 미얀마를 비롯한 동남아시아에는 여전히 구순구개열을 갖고 태어나는 아이들이 많다.

그 자체만으로 외관상으로 혐오감을 줄 뿐만 아니라 코, 치아, 잇몸, 위턱 등의 성장에 영향을 미쳐 얼굴 전체를 비정상적으로 만든다. 음식을 섭취하거나 말 하는 것을 어렵게 하기 때문에 소아기에 적절한 성장과 언어습득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수술은 어렵지 않다. 입술이 벌어진 구순열의 경우 여러 가지 수술법이 있지만, 벌어진 부위를 봉합하고 입술근육을 제자리로 옮겨준다. 입 천장이 벌어진 구개열의 경우에는 주위 점막을 적절히 분리해 다시 재건한다. 우리나라에서는 구순열의 경우 생후 3개월, 구개열의 경우는 12개월 정도면 수술을 통해 추후 성장과 언어발달 지연을 최소화한다. 하지만 미얀마의 경우 33살의 성인도 수술을 받지 못하고 생활하고 있을 정도로 여전히 많은 구순구개열 환자들이 의료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때문에 이번에 미얀마 무료 수술을 다녀온 의료진들은 구순구개열 무료수술을 일회성 사업으로 그치지 않고 캠페인을 통해 지속적으로 진행하기로 의기투합했다. 이름하여 ‘Cleft(구순구개열) in Myanmar’ 캠페인을 벌이기로 한 것이다. 이 캠페인은 매년 200명씩 5년간 1,000여명의 수술을 실시할 계획으로, 고려대의료원이 주최하고,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동문들이 주체가 되어 구성된 국내 유일의 외과수술 비영리단체(NGO)인 GIC(Global Imaging Care)가 함께 진행한다.

또한 연기자 겸 가수 엄정화 씨가 이번 캠페인에 뜻을 같이하고 함께하기로 했다. 홍보대사로 기금 모금에도 적극 동참하기로 했으며, 엄정화 씨는 스케줄이 가능할 경우 추후 미얀마 무료수술에 동행할 계획도 갖고 있다.

이 캠페인은 단순히 우리 의료진이 수술을 해 주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미얀마 의료진을 고대병원에 초청해 구순구개열 수술 및 복강경 수술 연수교육을 실시하기로 한 것이다. 한국 의료진 없이도 미얀마에서 지속적으로 수술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실시하는 이번 사업을 통해, 이미 3명의 미얀마 의료진이 고려대의료원에서 연수중이다.

고려대학교의료원은 이번 Cleft in Myanmar 캠페인을 적극 지원하기로 하고, 지난 12월 6일(목) 오후 3시 캠페인 발대식을 가졌다. 행사에는 김린 의무부총장, 박정율 의무기획처장, 박승하 고려대학교병원장(안암), 박관태 교수, 미얀마에서 연수 온 의료진 3명 등이 참석했으며, 가수 엄정화씨, 지난 의료봉사를 다녀온 성형외과 박철 교수 등 바쁜 일정으로 참석하지 못한 구성원들도 응원의 메시지로 마음을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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