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통증의학의 발전을 이끌어 온 대한통증학회가 창립 30주년을 맞아 새로운 100년을 준비하고 있다.

대한통증학회 조대현 신임회장(대전성모병원 통증센터)은 학회가 국내 통증의학의 큰 발전을 이끌어 온 만큼, 이젠 고유의 정체성을 확립해 새로운 100년을 준비하겠다는 각오다. 또한 지난해 학회가 창설한 세계 유일의 ‘국제척추통증학회’을 계기로 척추통증 분야의 비수술 치료법에 대한 대국민 인식 개선 및 회원들의 교육을 강화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창립 30년, 정체성 찾는다…‘척추통증’ 분야 강화

“30세면 이립의 나이로 자신의 정체성을 되돌아 볼 시기입니다. 대한통증학회는 이제 통증의학이 널리 알려진 만큼 우리만의 고유의 정체성을 찾아 통증의학의 새로운 100년을 선도해 나가고자 합니다.”

이러한 고민 때문인지 조 회장의 책상에는 통증에 대해 역사적으로 고찰한 멜라니 선스트럼의 ‘통증연대기’가 펼쳐져 있었다. 

30년 전 통증 불모지에서 마취과 의사들을 중심으로 시작된 통증학회는 현재 회원 4,500여 명에 달하는 통증의 대표 학회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통증분야는 2000년 이후 개원가에 통증클리닉 바람이 불 정도로 큰 관심을 받는 분야로 성장, 발전했다.

그런 만큼 이제는 초심으로 돌아가 마취통증의학과에서 발전해 온 통증의학의 정체성을 다시 찾아야 한다고 강조하는 조 회장. 실제 일부 마취약제가 통증 완화에 효과가 있다는 사실에 착안해 마취통증의학과에서는 일찌감치 통증의학에 관심을 가져왔으며, 특히 부분 마취가 발전하면서 신경차단 시술이 통증치료에 효과적이라는 것이 알려지면서 통증치료의 기폭제가 되기도 했다.

이렇듯 국내 통증분야 학술 발전을 이끌어 온 학회는 세계 유일의 ‘국제척추통증학회’를 창설해 창립 학술대회를 국내에서 개최하여 큰 호응을 얻기도 했다. 이는 세계 유일의 척추통증분야 국제학회로, 외과적 수술 중심이 아닌, 척추 통증의 근본원인에 대해 다학제적으로 접근하는 유일한 학회이기도 하다.

특히 허리 내시경 중에서도 고도의 기술이 필요한 경막외내시경술 분야 권위자로 꼽히는 조 회장은, 특히 이러한 척추 통증 분야에 대한 교육에 큰 관심을 쏟고 있다. 

“척추 통증 치료를 위한 경막외내시경술은 고난이도 시술이지만 통증의학 전문가라면 쉽게 할 수 있어야 한다”며 “지난해 국제척추통증학회 창설을 기반으로 척추통증 분야의 대국민 인식과 회원 교육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교육이사와 특별 교육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는 조 회장. 프로그램이 마련되면 지역마다 돌아가면서 1년 상시적으로 끊임없이 교육이 이뤄지도록 할 방침이다. 구체적으로 이 프로그램은 소수 정예를 대상으로 1박 2일 정도 집중적으로 이론과 실전을 비롯해 사체 교육까지 포함하는 프로그램이라고 소개했다.

 

“통증 약을 통증전문의가 못 쓴다?…SSRI 제한 폐지돼야”

한편, 조 회장은 최근 일부 신경계질환에만 SSRI 처방 제한이 완화 된 것에 대해 유감을 표시했다.

통증학회는 지난 10월 대한뇌전증학회, 대한내과학회, 대한소아과학회, 대한산부인과학회, 대한가정의학회, 대한마취통증의학회, 대한신경과학회, 대한뇌신경재활학회 등 8개 학회와 SSRI 처방 제한 철폐를 촉구하는 국회 토론회를 개최한 바 있다.

그러나 보건복지부는 뇌전증, 치매, 파킨슨병, 뇌졸중 등 4대 신경계질환에 동반되는 우울증 치료에 한해 SSRI 처방 60일 제한을 완화하는 급여기준 개선안을 확정했다. 결과적으로 뇌전증학회와 신경과학회에만 처방 제한이 풀린 셈.

이에 대해 조 회장은 “SSRI 항우울제가 통증에 효과가 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라며 “특히 SSRI는 통증 질환에 동반되는 우울증에도 효과적이지만, 통증 자체에 직접적인 효과가 있는 약인데도 통증전문의가 쓰지 못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반문했다.

이에 조 회장은 학회에서 정당한 절차를 통해 정식으로 항의하는 한편, T/F팀을 구성해 의학적 근거 마련 등 향후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한편, 조 회장은 현재 통증치료의 최신 지견에 대해 “항전간제가 만성 통증 약으로 쓰이고 있는 것처럼 SSRI를 포함한 SNRI 등의 항우울제도 통증에 효과적이라 임상에서 널리 쓰이고 있다”며, 특히 “섬유근육통 환자의 경우 소염진통제는 듣지 않고, 항우울제를 비롯한 보조진통제를 통해서 통증을 억제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이 같이 통증에 효과적인 약들이 속속 밝혀지고 또 활발히 개발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에는 먹자마자 진통 효과가 발휘되는 속효성 진통 약제들에 대한 연구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어서 학계의 기대를 받고 있다.

 

“지속적 대국민 통증 인식 개선 및 국제화에 본격 나설 것”

“그동안 학회의 노력으로 대상포진이 피부병이 아닌 신경통증병이라는 인식 전환이 많이 이뤄졌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치료시기를 놓쳐 대상포진 후 신경병으로 고통 받는 사람이 많아 안타깝습니다. 통증 질환에 대한 대국민 홍보가 지속적으로 필요한 이유입니다.”

그동안 학회는 대상포진 등 통증에 대한 대국민 홍보 활동을 활발히 펼쳐왔다.

이러한 일환으로 앞으로 척추 통증에 대한 비수술적 치료법에 대해서도 대국민 홍보를 진행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척추질환의 수술시 몸의 구조가 변하고 수술로 인한 유착 등으로 또 다른 통증과 기능장애를 호소하는 환자가 많다”며 “최소 침습으로 통증을 억제할 수 있는 척추질환의 비수술적 치료법을 국민들에게 알리는 한편, 회원들에게도 적극 교육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또한 학회의 국제화도 앞으로 수행해야 할 큰 임무 중 하나다. “지난해 국제척추통증학회 창설을 계기로 대한통증학회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역량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기회가 됐다”며 “이를 바탕으로 세계적 학회로 거듭나기 위한 작업을 하나씩 진행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최근 큰 발전을 했지만 아직도 미지의 세계인 통증의학의 새로운 100년을 설계하며 세계적인 발돋움을 준비하는 대한통증학회의 도약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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