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정보 김태완 기자
의료정보 김태완 기자

한미약품의 EGFR T790M 변이 양성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올리타(성분 올무티닙)'의 부작용 이슈가 연일 도마에 오르고 있다.

지난 달 30일, 한미약품은 베링거인겔하임으로부터 올리타에 대한 권한을 반환하는 내용의 통지를 받았다고 공시했다. 권한 반환 사유 중 하나가 바로 올리타 부작용으로 인한 사망 사건이었던 것. 여기에 한미약품의 늑장 공시까지 더해져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늑장 공시는 마땅히 책임을 물을 일이다. 하지만, 올리타의 부작용에 대한 마녀사냥식 비난에는 분명히 문제가 있다.

폐암은 암 중에서도 생존률이 매우 낮은 질환이다. 다른 암종에 비해 초기에 별다른 이상 징후가 없어 초기 치료가 어렵고, 이상 징후가 나타난 이후에는 이미 3~4기 단계로 진행이 된 상태일 가능성이 큰 이유에서다. 또한 뛰어난 표적치료제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내성이 생기면 더 이상 치료 효과를 볼 수 없다. EGFR 돌연변이 양성 폐암 환자들 역시 표적치료제로 치료에 임할 경우, 평균 11~12개월 이후에 내성이 발생한다.

이때 내성이 발생한 환자에게 사용되는 약물이 올리타와 타그리소이다. 물론 모든 내성이 아닌 T790M이라는 내성에만 효과를 보이지만, T790M 내성 발생률이 50~60%인 점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수치다.

올리타는 국내에서 개발된 최초의 폐암 항암 신약이다. 대부분의 약제에는 부작용이 존재한다는 점, 특히 항암제의 경우 질환의 특성상 임상 시 부작용으로 인한 사망사례가 빈번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리타의 부작용 역시 그 범주안에 포함될 수 있었던 일이다.

하지만 올리타가 여론의 집중포화를 맞게 된 경위를 살펴보면 식약처의 '무지함'이 큰 몫을 다했다. 베링거의 권한 반환 이후 안전성 서한을 배포해 이슈를 증폭시킨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내용을 번복하는 촌극을 벌인 것.

사실 베링거의 권환 반환 배경에 있어 부작용으로 인한 사망 케이스가 그 중 하나라는 점은 의료진들 사이에서 이미 알려진 바다. 다만 부작용 외에도 1차 치료 효과나 뇌전이, 타 적응증 등에 있어 경쟁 약물인 타그리소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판단하에 권한을 반환한 것이지, 비단 부작용 때문만은 아니다. 특히 베링거의 입장에서는 공들여 개발한 2세대 약물인 지오트립이 피부 독성으로 인해 1세대 약물을 뛰어 넘지 못하고 있다는 아픔을 한차례 겪고 있는 만큼, 피부 독성에 대한 걱정과 두려움은 타 기업들에 비해 배가 되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국내에 출시된 많은 항암제들이 임상 및 실제 현장에서 부작용으로 인한 사망 케이스들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의료진들과 환자 모두 이러한 약제들이 치료에 있어 장점이 더 많다고 입을 모은다. 부작용을 컨트롤할 수 있는 능력을 의료진들이 보유하고 있기 때문.

올리타 역시 마찬가지다. 부작용으로 인한 사망 사례가 발생했지만, 이전에도 중증의 피부독성 부작용은 여러 차례 발생해 왔고, 현재도 부작용을 겪고 있는 환자들이 존재한다. 하지만 중증의 부작용임에도 불구하고 의료진들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는 환자에 대한 모니터링을 통해 얼마든지 컨트롤 할 수 있다는 것. 실제로 국내 대학병원의 한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올리타의 부작용으로 인해 사망한 케이스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 담당 환자 중에서도 중증 피부 독성 부작용이 나타나는 환자들이 있지만 모니터링을 통해 독성에 대해 컨트롤을 잘 해나가고 있는 상황이다"라고 전했다.

또한 환자들이 부작용으로 얻는 위해성 보다는 치료로 얻는 이득이 더욱 크다는 점도 올리타에 대한 일방적인 비난에 앞서 생각해 볼 부분이다. 

일례로 당뇨 치료제 계열인 SGLT-2억제제도 국내 출시 전 일본에서 부작용으로 인한 사망 사례가 있었음에도, 현재 국내에서 활발하게 치료에 활용되고 있다. 이 역시 환자의 상태에 따라 약제 투여를 결정하거나, 부작용 발생 초기에 적절한 대처가 이뤄질 경우 문제가 없다는 것을 의료진들이 인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본의 부작용 사건 이후 국내에서 SGLT-2억제제 부작용으로 인한 사망 사건은 전무한 상황이다.

NOAC제제 역시 마찬가지다. 프라닥사의 경우 미국에서 심각한 출혈성 부작용으로 500명 이상이 사망했지만, 국내에서는 여전히 활발한 처방이 이뤄지고 있다. 부작용으로 인한 사망 케이스는 많지만, 기존 약제인 와파린 대비 얻는 이득이 더 많다는 판단 때문이다.

대다수의 혈액종양내과 의료진들 역시 부작용으로 인한 1~2건의 사망케이스 발생과 3~4명의 중증 독성 발생에 대해 인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약물 투여를 중단하거나 약 자체에 대한 평가를 절하할 만한 사안은 아니라는데 동의하고 있다. 더욱이 부작용으로 인해 환자가 사망한 케이스 자체가 '절대로 있어서는 안될 일'이라고 한다면, 치료를 계속 이어가고 있는 의료진들은 환자를 살리는 길이 아니라 해를 입히는 행위를 자처하고 있는 셈이 된다. 하지만 국내 혈액종양내과 의료진들은 환자들의 생존기간을 하루라도 더 늘리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올리타 처방에 대한 경험이 쌓인 의료진들은 용량 조절 등을 통해 독성을 충분히 컨트롤하고 있고, 치료에 실패하거나 부작용으로 인해 약물을 중단하더라도 타그리소로 스위칭해 효과를 보는 경우도 존재한다.

한편, 올리타에 비난의 화살이 몰리는 또 하나의 이유는 타그리소에 있다. 타그리소는 효과와 안전성을 모두 잡은 뛰어난 약물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뛰어난 약물이 존재하고 있으니 사망 케이스가 발생한 약물은 필요없다'는 논리는 억지에 가깝다. 즉, '포터라는 트럭이 있으니 라보라는 트럭은 출시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과 다르지 않다. 안전성 면이나 효과면에서 포터가 뛰어날 수는 있지만, 라보 역시 트럭으로서의 기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다. 특히 라보는 그야말로 서민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올리타와 흡사하다. 올리타 역시 타그리소 대비 30% 가량 저렴한 약가를 유지하고 있다. 베링거의 권한 반환으로 약가에서 보다 자유로워진 만큼, 추가적인 약가 인하도 가능한 상황이다. 타그리소의 비급여 가격은 1년 치료 비용은 1억 2천만원 가량이다. 이는 일반적인 가정에서 감당하기 힘든 금액이다. 즉, 급여를 받지 않을 경우 환자들의 접근성이 매우 떨어진다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환자를 살리기 위해서 당연히 급여를 해줘야 하지만 한정적인 재원안에서 고가의 약물을 무작정 덮어두고 급여를 해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일례로 ALK 치료제인 잴코리 역시 환자의 생존기간을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는 약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고가라는 이유만으로 급여를 받기까지 오랜세월이 걸렸다.

이번 올리타 사태에 대해 혈액종양내과 의료진들은 "국산 신약이고 가격이 저렴하다고 해서 올리타를 쓰는 것이 아니다. 약의 효과가 검증되고 환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 사용하는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심지어 중앙약사심의위원회의 자문을 맡고 있는 대한암학회 김열홍 이사장도 "면역력이 저하된 상태에서 환자가 약을 복용하기 때문에, 항암제 개발 과정에서 1~2건의 부작용 사례는 평범하게 겪는 일이다. 올리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아이러니한 것은 지금 상황이 의료진들에 의해서가 아닌, 여론에 의해서 약물이 평가되고 있다는 것"이라고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한미약품의 늑장 공시 등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한 생명을 살리는 데 필요한 약물에 대한 필요 이상의 노이즈는 분명 다시 생각해 볼 일이다. 치료를 받아야 하는 환자들에게는 혼란과 치료 지연을 야기하고, 환자들의 생명 연장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의료진들의 행위는 무의미한 것으로 전락시키고야 마는 행태는 속히 줄어져야 한다.

더욱이, 적은 경험과 부족한 노하우로 골리앗들과의 경쟁선에 선 국산 신약들이다. 넘어지면 일으켜 세워줄 수 있는 응원과 격려의 목소리가 더욱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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