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 간 국가 간 장벽을 넘고 학술과 인생을 망라해 소통하는 장이 열린다.

아시아·태평양 부정맥학회(APHRS) 주최 ‘제9차 아시아·태평양 부정맥학회 학술대회’가 10월 12일부터 15일까지 4일간 서울 코엑스에서 개최된다. 부정맥 분야의 우수한 인재 배출을 위해 기존의 학술대회 틀을 깨고 ‘영감’과 ‘소통’의 장으로서 과감히 새로운 시도를 감행한 김영훈 대회장(고대안암병원 부정맥센터)을 만났다.

넥타이 풀고 운동화 신고…‘궁금하면 어택하라’

“아인슈타인은 1920년대 일본에서 강연을 많이 했습니다. 당시 컨벤션 센터가 없어 강의를 주로 대학 강당에서 했는데, 오픈 플랫폼 상태에서 강의하고 자극을 준 것이 일본 첫 노벨상을 비롯해 이후 많은 수상자 배출에 영향을 끼쳤죠.”

이에 이번 학술대회는 이제까지 시도하지 않았던 다양한 시도와 함께 학회 위상을 높이는 데 중점을 뒀다는 김 대회장.

“논문으로 배우는 것과 진료현장에서 강의하며 대화하면서 느끼는 것은 매우 다르다”며 “그래서 국내외 모든 참가자들이 넥타이를 풀고 참석하며, 발로 뛰라는 의미에서 기프트도 신발로 준비했다”고.

특히 딱딱한 강의현장에서는 젊은이들이 묻고 싶은 것이 있어도 묻지 못하고 넘어가는데, ‘궁금하면 어택하라’는 의미에서 형식을 벗어나 자유롭게 질문하고 얘기를 나눌 수 있는 프로그램들을 대거 마련했다고 밝혔다.

김 대회장은 “이를 통해 10년, 20년 후에는 부정맥 분야에서 세계적 임팩트가 있는 페이퍼를  내도록 하는 것이 큰 목표”라며 “단순히 한 번의 이벤트성 학술대회가 아니라, 고령화로 늘어나고 있는 부정맥 질환에 대해 어떻게 준비하고 비전을 가지며 미래의 의료를 어떻게 바꿀지 꿈꿀 수 있는 다양한 토픽을 다룰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한 가지 중요한 의미는 부정맥 분야에서 앞서가는 국가로서 선도적인 역할이다.

“우리나라는 아태지역 중 앞서가는 나라인 만큼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필리핀 등 인프라가 없는 나라들에게 리더역할을 하고자 한다”며 “일방적인 전수보다 쌍방향 협력을 통해 배울 것은 배우고 전수할 것은 전수해 쉐어링함으로써 부정맥 치료에 함께 책임을 느끼게 하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전했다.

‘Help me, master!’ 등 파격적 세션들 ‘주목’

이번 학술대회는 ‘Sharing, Inspiring, and Blooming’이라는 슬로건 아래 50개국 520여명의 부정맥 및 심장 질환 관련 저명한 초청연사의 강연과 더불어, 새로운 프로그램들이 대거 마련된다.

그 중에서도 기존에 보지 못했던 새로운 세션들이 눈에 띈다. 우선 ‘Help me, master!’ 세션에 대해 김 대회장은 “지금까지 시술하다 어려웠던 것들을 master에게 질문을 던지는 방식”이라며 “그동안은 master의 일방적 강의였다면 이제는 거꾸로 젊은 사람들이 먼저 발표하고 master는 코멘트하면서 자유롭게 얘기를 나눌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Breakfast with Master’도 흥미로운 세션 중 하나. 인터넷에서 추천을 통해 선정한 국내외 대가 10명과 함께 학술 뿐 아니라 인생 얘기까지 아무런 주제 없이 자유롭게 대화하는 자리다.

또 주목할 만한 세션은 의료기기, 제약사 등 메이저 스폰서 회사에서 가장 발표 잘하는 사람들이 발표 경쟁을 하는 ‘Innovative session’이다. 회사 측의 새로운 약물이나 의료기기의 비전을 제시를 통해 미리 연구 방향을 생각할 수 있도록 하자는 의도다. “산업이 일방적으로 따라오는 것이 아니라 공생하는 파트너로서 미래를 프레젠테이션 하는 것으로, 마지막 날 어느 회사가 가장 가슴 뛰게 했는지 투표해 시상한다”고 전했다.

그밖에 ‘How to session’은 기술 등을 포함한 모든 대가들이 모여 자유롭게 얘기하면서 강연도 하는 세션으로, 강연자가 자기 경험을 젊은 사람들과 쉐어하는 최신 ‘정보 쉐어’의 장이다. 특히 편안한 대화를 위해 강의장 책상을 없애고 푹신한 소파에 앉아서 마이크를 돌려가면서 진행하게 된다.

‘breaking session’은 한 번도 발표되지 않은 스터디를 발표하는 세션으로 이 또한 국내 학회에서 시도해보지 않았던 파격적인 프로그램이다.

그밖에도 국내 최초·최다 심방세동 전극도자절제술 3천례 돌파한 김 대회장이 센터장으로 있는 고대안암병원 부정맥센터에서는 라이브 시술을 중계할 예정이며, 또 국내 개원내과의사를 대상으로 하는 한국어 세션도 함께 마련해 소통과 폭넓은 교류의 장을 펼친다는 계획이다.

급사 주원인 ‘부정맥’, 대국민 인식 개선 나선다

“부정맥은 급사의 주된 원인임에도 이에 대해 잘 모르거나 잘못 치료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 심폐소생술과 전기충격기의 인프라가 넓어졌지만 병원 밖 소생율은 5%도 안 돼서 이에 대한 교육 확대도 필요합니다.”

비정상적인 심장의 리듬으로 인해 맥박 혹은 박동수가 정상 범위를 벗어나는 것을 일컬어 부정맥이라고 한다. 부정맥 중에서도 가장 흔한 심방세동은 혈전색전증에 의한 뇌졸중 발생 위험이 일반인 대비 약 5배 높다. 또 매년 심방세동 환자의 약 5%에서 뇌졸중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질환 인지도 향상이 매우 중요한 것.

“심장세동맥 같은 부정맥은 무시하거나 치료를 안 받는 경우가 많은데, 맥이 고르지 않거나 가족력이 있는 경우, 고연령대에서는 주기적으로 심전도 검사 등 전문가 진단을 받아 심장병, 뇌졸중 위험군을 미리 색출해 조기치료 할 수 있다”고 전했다.

최소한 50세 이후에는 심장세동 빈도가 2~3% 올라가므로 심전도 검사를 비롯해 다양한 모바일 헬스 기기 등을 통해서도 심장박동을 모니터링 해야 한다는 것.

특히 국내 신기술 진입장벽이 너무 높아 부정맥 치료 발전을 저해하고 있는 것도 문제로 지적한다. “부정맥 분야는 신기술 도입이 절실한데, 새 장비 디바이스 진입이 어려워 발전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며 “부정맥 환자는 순간포착이 잘 안되고 원인을 잘 모르므로, 리모트 모니터링 내지는 멀리서도 처방해 근처 병원에 가도록 유도하는 등 부정맥 환자들에 대해 선택적으로 원격 모니터링이 가능한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학회가 선진국의 인프라를 배우고, 진입장벽 경험이 있는 의사들의 사례 공유를 통해 기술 도입에 대해 논의하는 등 모멘텀 학회로서 역할도 하겠다는 다짐이다.

일방적인 학술대회를 넘어 젊은 연구자들에게 ‘영감’을 줄 수 있는 새로운 학술대회 시도가 세대와 국가를 뛰어 넘은 열린 학술교류의 장으로서 새 모델을 제시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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