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암 치료가 급발전의 시기를 맞은 만큼 해결할 과제도 많다. 이에 대한폐암학회 차기 이사장 이계영 교수(건국대병원 폐암센터장)는 치료제 발전만큼이나 중요한 ‘조기진단’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폐암의 국가 암검진 포함에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또한 한국 및 아시아서 늘어나는 여성 비흡연 폐암을 제대로 알리고 조기진단 할 수 있는 새 검진법 개발, 표적치료제의 동반진단 연구 등에도 집중하겠다는 다짐이다.

내년 폐암 조기진단 시범사업 적극 협조…‘조기진단에 주력’

“지금은 폐암치료의 획기적인 시기입니다. 내성을 극복한 2, 3세대 표적항암제가 나왔고, 새로운 작용기전의 면역항암제도 나오고 있어서 치료 전망이 밝죠. 그러나 여전히 조기진단율이 낮아서 내년 폐암 무료검진 시범사업 협조와 추후 국가암검진 포함을 위해 주력할 방침입니다.”

폐암학회는 기존에는 신임이사장 선출 즉시 임기를 시작했지만, 지금은 중요한 시기인 만큼 1년 전에 이사장을 선출해 미리 사업 준비를 하고 있다.

폐암의 국가 암 검진 포함은 대한폐암학회에서 오랫동안 건의하고 추진해 온 사업으로, 그동안의 노력으로 내년부터 고위험군(55세 이상 30년 이상 흡연자) 8000명을 대상으로 저선량 흉부CT 시범 검진을 시작한다. 정부는 시범사업 결과를 통해 점차적으로 무료검진 대상자를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그동안 폐암은 암 사망률 1위임에도 불구하고 국가 5대암 검진에 포함되지 않았다”며 “폐암은 조기진단이 안 된다고 알려져 있었지만, 일본에서는 이미 조기 검진사업을 시행하고 있고 의미 있는 데이터들이 나오고 있어 이제는 조기진단의 중요성이 인정되고 있는 추세”라면서 학회가 시범사업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덧붙였다.

표적치료제, 적재적소 사용 위한 동반진단 연구할 것

고가의 표적항암제나 면역치료제 같은 신약들을 적재적소에 쓸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학회의 큰 관심사 중 하나다.
 
표적 항암제나 면역치료제 같은 신약들은 획기적인 치료제이기는 하지만, 한 달 약값이 1천만 원에 육박할 정도로 고가이기 때문. “환자 입장에서는 약이 절실하므로 급여화 할 수 있도록 학회차원에서 노력하는 한편, 표적항암제를 적재적소에 쓸 수 있도록 하는 동반진단 분야의 연구 사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최근 임상암학회에서 비소세포폐암 면역항암제의 항PD-L1 반응률을 바이오마커로 채택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도 의견을 물었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학회 입장이 아닌 개인적인 생각”이라고 전제하며, “바이오 마커가 필요한 건 틀림없다. 그러나 항PD-L1 반응률이 100% 정확한 것이 아니고 EGFR 돌연변이 검사와 달리 모호한 점이 많은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공교롭게 제약회사마다 약을 개발을 하면서 특정항체, 특정 진단 기반 플랫폼을 한정해서 개발해, 꼭 그 방법을 이용하고 그 항체를 써야 효과를 인정하는 식이 됐다”며 “현재 미국 FDA에서 2개가 허가되어 나왔고, 앞으로도 3~4개는 더 나올 것이므로, 특정 회사 방법만 들어줄 수 없어서 학계도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임상적 요구가 큰 것은 인정하지만 특정 검사법을 지정하기엔 부족함이 많아 정부, 의사, 제약사, 환자들의 논의 창구와 새로운 보완법이 개발돼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여성 비흡연 폐암 조기진단 위한 새 조기진단법 연구 집중

폐암하면 담배와 연관을 짓는데 최근 자료에는 비흡연성 여성 폐암이 증가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권에서 뚜렷한 현상으로, 앞으로 비흡연 여성의 폐암의 오해와 조기진단을 알리는 데에도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여성 비흡연 폐암 증가 이유에 대해 아직 명확한 학술적 근거는 없지만 간접적 보고에 따르면, 폐암 가족력 등 유전적 소인을 비롯해 조리할 때 기름에 튀기거나 태우면서 나오는 연기 속 발암물질, 실내 라돈가스 등 환경인자들을 들 수 있다”며 “비흡연성 여성 폐암은 서양에서는 폐암 전체 환자의 10% 정도인데 비해 국내 및 아시아에서는 30%에 육박해 발암 유발 환경과 함께 인종적 유전 소인도 상호관련 하는 것으로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현재 조기진단에 있어서 흡연자에 대해서만 집중하고 있는데, 뚜렷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비흡연 여성 폐암 문제를 알려야한다”며 “담배도 안 피웠는데 왜 폐암에 걸렸는지 의아해 하는 경우가 많고, 조기진단이 안 되는 경우도 많아서 제대로 알리는 홍보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와함께 여성들이 조리시 실내 환기에 특히 신경을 많이 쓸 것을 조언했다.

한편, 비흡연 여성의 경우 돌연변이 폐암이 많고, CT의 방사선 피폭, 비용 문제 등으로 인해 학계에서는 다른 진단 방법을 찾는 노력도 활발히 하고 있다.

특히 비흡연 여성폐암의 조기진단에 대해 활발히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이 교수는 “혈액이나 소변 등을 통해 스크리닝 할 수 있는 체액 생검법(liquid biopsy) 암 진단 연구들이 매우 활발해 5~10년 안에는 성과가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리나라만의 폐암 현황실태보고서 매년 발간 예정

우리나라의 폐암 치료 기술은 많이 발전했지만 아직도 의료통계가 미국이나 서양 기반인 것이 많다. 이 교수는 “특히 최근 폐암 역학자료를 비교해 보면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며 “EGFR 돌연변이 표적 환자 분포는 서양보다 우리나라나 아시아권에서 훨씬 많고, 이에 따라 표적 관련 항암제들의 사용도 서양과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학회는 우리나라의 폐암 실태보고서를 매년 작성하여 발표할 계획이다. 현재 국립암센터에서 기본적 자료는 나오지만 학술적 활용도가 높은 분자, 표적 유전자 정보 등을 포함한 국내 폐암의 동향을 반영하는 내실 있는 학술 실태 보고서를 만들겠다는 것.

이를 통해 정부의 입안에 도움 될 수 있는 정책 자료로의 활용을 비롯해 국내 폐암 관련 학술활동을 돕겠다는 복안이다. 빠르면 내년 연말쯤 시작해 매년 발간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편 폐암학회는 호흡기내과, 흉부외과, 혈액종양내과, 영상의학과, 병리과, 가정의학과, 핵의학회 등 다양한 과에서 1천 여 명이 모여 있는 다학제 학회다. 이에 다학제 중심의 한국이 주도하는 동아시아권 국제학술대회 토대를 마련, 2018년쯤 첫 학술대회 개최도 목표로 하고 있다.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만큼 해결할 과제도 많은 폐암 치료 분야의 발전과 국제적 위상을 위해 준비해 나가는 이 차기이사장의 노력에 기대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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