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수탁 및 공동생동 허용 품목 수 제한을 두고 제약업계가 내부 갈등이 야기되고 있다.

국제 경쟁력 확보 위해선 품목 수 제한 둬야

앞서 한국제약협회는 지난 7월 27일 식약처에 위수탁 및 공동생동 허용 품목 수를 4개로 제한해야 한다는 건의문을 제출한 바 있다. 이번 건의문은 6월과 7월에 열린 이사장단회의에서 동일 성분의 제네릭 품목 수 증가로 인해 국내 제약업계가 과당 경쟁에 따른 부정적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논의 끝에 나온 결과물이다.

제약협회측은 건의문을 통해 "제제 개발 등 R&D 투자 생동시험을 거쳐 품목허가를 받는 회사 수의 감소는 R&D를 중점으로 발전해야 하는 한국 제약산업의 기반을 약화시킨다"며 "과잉공급된 동일성분의 품목들은 시장에서의 불공정거래와 윤리경영에 역행하는 부조리의 단초가 될 수 있다"는 내용을 식약처에 전달했다.

제약협회의 이러한 주장은 급여목록에 등재된 의약품 성분 수에 비해 품목 수가 큰 폭으로 증가했기 때문.

협회측은 "2012년부터 2015년까지 4년간 증가한 급여목록 등재의약품 성분 수는 296개에 불과하지만, 품목 수는 3,302개로 약 11배에 달하고 있다"며 "1개의 성분이 51개 이상의 품목을 보유한 케이스도 4년간 30개나 증가했다"고 전했다.

또한 "자체 제제연구를 통한 생동시험을 실시한 품목보다 약 3배 정도의 품목이 위탁하여 허가만 받고 판매하는 품목들" 이라며 "동일성분 내에 제네릭 품목수가 10개 이상인 제품이 매년 증가하고 있고, 심지어 100개 이상 제네릭 품목을 가진 성분도 존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국내 개발 제네릭 의약품이 대부분 내수 시장에서 판매되고 있는 만큼, 과밀한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는 것.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공동 위탁 생동 규제를 부활시켜 제네릭 시장 진입 장벽을 높이겠다는 의미이다.

제약협회는 "이러한 의약품 과잉공급으로 인해 매년 반품액의 증가율은 출고액의 증가율을 상회하고 있다"며 "이러한 반품은 전량 폐기로 이어져 산업의 채산성 악화를 가져오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최근 국내 제약산업은 지난 30여년간의 R&D 투자 결과로 다양한 신약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고 결실을 맺어가고 있는 단계"라며 "이러한 글로벌 진출 도약기에 내수시장에서의 소소한 다툼이 아닌 글로벌 제약사와의 경쟁을 헤쳐나갈 수 있는 역량을 키워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이에 제약협회는 "국내 제약사의 역량 강화와 국제적 경쟁력을 갖춘 우수한 품질의 의약품 공급을 위해 제네릭 품목수의 적절한 유지는 반드시 실행되어야 한다"며, 적절한 제네릭 품목의 허가 및 사후관리(수거검정강화)를 위한 제도 정비와 위수탁 및 공동생동 품목 수 제한과 합리적인 품목갱신제의 고시제정을 식약처에 건의했다.

중소제약사의 생존을 위협하는 제안

제약협회의 이러한 건의 내용에 대해 중소제약사들은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국내 중소제약사인 A사의 관계자는 "규제개혁위원회 개선권고에 의해 폐지된 규제를 다시 번복할 만한 특별한 사유가 없다"며 "자유경쟁체제로 작동되고 있는 의약품 시장에서 위수탁 및 공동생동 허용 품목 수를 인위적으로 규제하는 것은 중소제약사의 시장진입을 차단하여 중소제약기업의 생존을 위협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토로했다.

이러한 의견은 지난 2015년 2월, 식약처장과 제약 CEO 간담회 장에서 공동생동 제한을 요청한 제약사에 "공동생동 제한은 의약품 안전성과 유효성이나 품질문제가 아닌 인위적 시장 경쟁 제한이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는 사실상 수용이 불가하다는 김관성 의약품안전국장의 답변에 기인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 관계자는 "국내 제약산업 수준은 지속적으로 국제적 GMP 기준과 조화를 이뤄 국제적 품질수준에 도달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글로벌 진출의 기회가 확대되고 있다"며 "이러한 현실에서 공동생동 규제에 의해 품목허가 기회가 제한된다면 국가적인 제약산업 글로벌 진출방향을 저해하는 규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더불어 "공동생동 규제는 품질과 관계없는 불필요한 생동비용의 추가로 인해 제약산업 경쟁력을 약화시킬 우려가 있고, 국가적인 차원에서도 재정 낭비의 원인이 될 것"이라며 "허가규제를 통해 제네릭 수를 제한할 경우 일부 업체들간에 협력 관계가 구축되어 또 다른 승자독식이나 독과점 시장이 형성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중소제약사인 B사의 관계자는 "국내 제약업체들의 생산시설은 우수한 의약품을 생산하기 위한 설비가 구축되어 있는 상태"라며 "정부 역시 생산 집중화를 통한 의약품 품질향상을 추구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어 "중소제약사들은 정부의 이러한 정책기조에 따라 제네릭 위탁생산을 통해 비용절감과 매출을 확보해 R&D 업무에 주력하고 있다"며 "생동성시험 품목 수 규제부활이 이뤄질 경우 불필요한 생동비용의 증가로 이어져 오히려 중소제약사들의 R&D 투자기회를 박탈하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과잉 공급된 동일성분의 품목으로 인해 불공정 거래의 단초가 될 수 있다는 제약협회의 의견에 대해서도 중소제약사들은 어불성설이라는 입장이다.

중소제약사 C사 관계자는 "제약업계의 공정거래자율준수프로그램 도입을 통한 자정노력에도 불구하고, 일부 외자사나 국내 제약사들의 불공정 거래가 드러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불공정 거래는 CP규정이 엄격하게 시행될 때 근절될 수 있는 것이지, 공동생동 허용 품목 수 제한을 해결책으로 내놓은 것은 합당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렇듯 위수탁 및 공동생동 허용 품목 수 제한 의견에 대해 중소제약사들의 반발이 심해짐에 따라, 제약협회가 식약처에 지속적으로 해당 내용을 건의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중소제약사들이 중심이되는 단체들도 존재하고 있지만, 이들 대다수가 제약협회 회원사로 소속되어 있기 때문.

실제 제약협회 회원사 200여사 가운데 중소제약사가 차지하고 있는 비중은 70%에 육박하고 있는 만큼, 회원사들의 의견을 묵인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대해 제약협회 관계자는 "위수탁 및 공동생동 허용 품목 수 제한은 상위제약사들과 중소제약사들의 갈등 구조가 아니라 제약산업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한 방안"이라며 "제약산업의 발전을 위한 건의인 만큼 제약업계 내부의 갈등이 야기된다면 토론회나 공청회 같은 논의의 장을 마련해 소통을 이어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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