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주목하고 있는 정밀의료 기반의 암 정복 사업이 국내에서도 본격 진행된다.

국립암센터는 지난해 10월 미국 국립보건원과 정밀의료 상호협력 및 유전체 정보 공유 등을 협의한데 이어, 올해 7월에는 일본 국립암센터와, 8월에는 분당서울대병원과 협약을 체결하는 등 정밀의료 구현 기반을 다지고 있다. 국립암센터 이강현 원장은 1차적으로 전이된 3대암 유전체 분석에 돌입, 향후 5년 후에는 3대 전이암의 생존율을 6% 올리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3대 전이암 5년 생존율 8.4%->14.4% 상승이 1차 목표

국립암센터 이강현 원장
국립암센터 이강현 원장

“앞으로 정밀의료의 단계별 성과목표를 세우고 사업을 추진 예정입니다. 가장 먼저 향후 5년 동안 진행형 폐암, 위암, 대장암 환자들 약 1만 명을 대상으로 다기관 관찰연구를 통해 그 결과를 맞춤 항암제 임상시험으로 연결함으로써 5년 생존율을 올리는 것이 목표입니다.”

이를 위해 우선 진행형 폐암, 위암, 대장암 환자 1만 명을 대상으로 유전자 분석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후 치료가능 유전변이가 있는 환자들에게 맞춤 항암제 임상 시험을 진행하고, 또 치료가능 유전변이가 없는 환자들은 기존 암 치료나 면역 치료제 등 다른 임상시험에 포함할 계획이다. 또한 이 임상데이터들은 암 정밀의료 데이터센터에서 계속 수집하게 된다.

이 원장은 “임상 데이터를 기반으로 기존 표적 치료제의 적응증을 확대하고 새 표적치료제 승인 시판을 촉진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3대 전이암의 5년 생존율 기존 8.4%에서 14.4%로 향상 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암센터는 작년부터 연구부를 설치해 암 임상 데이터 수집 및 플랫폼 구축, 대내외 정밀의료 협력 등의 사업 추진과 중점 연구를 위한 조직 정비를 마쳤다.

이 조직들을 중심으로 국가전력 프로젝트에서 역할을 다 할 수 있도록 복지부 및 관련기관과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다.

또 장기적으로는 국제암대학원대학교의 확충을 통해 정밀의료를 뒷받침할 인력 양성도 계획도 가지고 있다. “현재 국제암대학원대학교는 석사과정만 있으므로 앞으로 박사과정을 설치할 수 있도록 전문대학원으로 심사를 받고 있다”며 “박사과정이 마련되면 국제 암대학원대학교의 ‘암관리학과’ 및 ‘암의생명과학과’를 통해 전문가 양성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국내외 관련 기관들과의 공조도 이뤄진다. 미국 국립보건원과 국립암연구소, 일본 국립암센터는 예전부터 연구협력이 이뤄져 왔으며, 최근 협약을 계기로 각 기관들과 유전체 정보를 공유하고 임상시험에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 중에 있다.

또 미국 바이든 부통령으로부터 한·미·일 3국의 정밀의료 공조를 제안 받아 구체적 협력방안을 논의 중이며, 국내에서는 분당서울대병원과 협약을 체결하는 등 여러 기관과 협력을 모색하고 있다.

이 원장은 “우선 암센터 환자를 대상으로 유전자 검사와 치료계획을 갖고 있으며, 그 다음 국가적 차원의 대규모 임상연구로 넘어갈 예정”이라며 “현재 규모와 예산 계획 등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밀의료’, 암치료에 가장 적합한 패러다임

정밀의료는 유전, 임상, 건강 정보를 통합해 개인에게 최적화된 맞춤형 의료를 제공함으로써 암을 포함한 질병의 진단 시기를 앞당기고 진단의 정확성과 치료 효과를 높이는 새로운 의료 패러다임이다.

이 원장은 “오바마 대통령이 2015년 정밀의학 추진 계획(Precision Medicine Initiative)을 선언한 이후 세계적으로 화제가 되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국가암 정복계획을 발표하면서 암이 정밀의료의 주요 부분으로 부각됐다”면서 “암은 궁극적으로는 현재 정밀의료를 적용하기에 가장 적합한 대상”이라고 덧붙였다.

즉, 암은 우리나라에서만 22만 5천명에서 발생하고 있고, 1년에 7만 5천명 이상이 사망하는 압도적 사망원이 1위이다.

또한 암 치료를 위해서는 물려받은 유전자의 특성도 필요도 하지만, 이미 생긴 암 덩어리의 유전자 변형을 알아야 한다. 과거에는 폐암에 걸리면 선암 가부, 모양, 형태를 보고 병기수에  맞춰 치료했지만, 지금은 같은 폐암 선암이라도 유전자 검사를 해보면 암의 돌연변이 유형이 다르다는 것을 알기에 이르렀다. 따라서 이제는 기존 치료 방식에 더해 암 유전자 변이 유형까지 고려한 치료를 하게 된 것. “표적 치료제는 암 발생에 기여한 유전자를 표적으로 하는 치료이며, 암 치료에 있어 대표적으로 정밀의료가 접목된 유형”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면역치료도 마찬가지이다. 유전자 분석이 가미된 정밀의료 개념이 추가돼서 적합한 환자에게 적합한 시기에 투여하기 위해 정밀의료가 동원되는 것”이라며 “정밀의료는 임상정보만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유전자 정보, 생활습관 고려, 환경적 요인까지 종합해서 치료에 맞는 환자와 약을 고르는 맞춤치료”라고 덧붙였다.

미래에는 예방의학 시장으로 발전…선점 위해선 국민 협조 필요

“정밀의료는 암 뿐만 아니라 건강한 일반인을 위해서도 중요한 수단입니다. 일반 질환자들의 질병 상태에 따라 향후 빅데이터 구축 및 분석이 이뤄지면 향후 어떤 질병에 취약하고 조심해야 하는지 미리 병을 예측하고 예방하는 쪽으로 초점이 옮겨갈 수 있을 것입니다.”

이같이 미래에는 암을 넘어 당뇨병과 같은 다른 질병이나 건강한 사람들의 질병 예방에도 정밀의료 성과를 확산시켜야 한다고 강조하는 이 원장.

또한 “향후 이러한 정밀의료가 기반이 된 예방의학 시장은 세계적으로 거대한 시장이 될 것”이라며 “이 중요한 미래 산업을 어느 나라가 먼저 선점하느냐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선 국민들이 빅데이터 모집에 적극 참여해줘야 한다”고 당부했다.

마지막으로 이 원장은 “지금까지는 신약개발에 있어 많은 비용과 시간이 소요됐지만, 이번 국가전략 프로젝트를 통해 신속하고 정확하게 임상대상 환자집단을 선별해 동시에 다수 소규모 임상시험이 가능해 질 것”이라며 “이런 시스템 하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 신약개발도 기대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저작권자 © e-의료정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