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식약처가 의약품 품질 향상을 위해 QbD 의무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QbD에 대한 국내 제약사들의 관심이 점차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여전히 제약사들에게 QbD는 친숙한 느낌보다는 낯선 느낌이 강한 것이 현실.

이에 본지는 부산대 약대 김민수 교수와 동아에스티 연구소 원동한 수석연구원을 만나 QbD에 대한 개념과 필요성들에 대해 들어보는 자리를 가졌다.

QbD, 의약품 품질 향상을 위한 필수 조건

QbD(Quality by Design, 의약품 설계기반 품질 고도화)는 의약품 생산의 설계 단계에서부터 환자에게 투약하는 단계까지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들을 사전에 예측하고 대처할 수 있는 품질 관리 시스템을 뜻한다.

부산대 약대 김민수 교수
부산대 약대 김민수 교수

김민수 교수는 "기존의 방식들은 경험에 근거하여 단계적으로 단변수 변경연구를 통해서 Lab scale-Pilot-생산 단계로 넘어가면서 계속 변수를 조정해왔다"며 "QbD는 QTPP(작성제품의 품질 목표, Quality Target Product Profile), CQA(중요 품질특성, Critical Quality Attribute)파악, RA(Risk Assessment, 위험 평가)분석을 통해 미리 문제가 될 수 있는 변수들을 찾아 선정하고, 이를 다변수 통계적 연구를 통해서 종합적으로 연구하는 접근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즉, 기존에 사용되던 방식에서 업그레이드되어 설계부터 생산까지 모든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성을 낮춰 항상 일정한 품질의 의약품을 개발하는 시스템이라는 것.

현재 국내 제약업계에서는 의약품 품질 평가 방법으로 QbT(Quality by Testing) 시스템을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지만, 제조단계나 공정에서 발생하는 변수에 대해 모두 대처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김 교수는 "의약품은 한두번 제조하고 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변수로 인해 편차가 발생할 수 밖에 없는데, 이러한 편차들을 줄여나가는 것이 QbD의 철학"이라며 "일정하고 안정적인 영역에서 의약품이 개발된다면 환자 입장에서는 일정한 약효를 보이는 의약품을 공급받을 수 있고, 제약사는 불량률의 감소로 인한 원가 절감과 허가사항변경 획득이 손쉬워지는 이점이 있다"고 전했다.

특히 국내와는 달리, 미국이나 유럽, 일본 등 선진국들의 경우 이미 QbD 시스템을 도입해 의약품의 품질을 업그레이드 하고 있다고.

김 교수는 "이미 해외 여러 국가들이 QbD 시스템을 통해 의약품 품질을 향상시키고 있는 만큼, 국내 개발 의약품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QbD 도입이 시급하다"며 "앞으로 미국이나 유럽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QbD가 도입되어야만 수출이 가능하기 때문에 수출을 계획하고 있는 일부 회사에서는 발빠르게 QbD를 도입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어 "식약처가 PIC/S에 가입을 한 이상 미국이나 유럽 등의 국가에서 도입한 QbD를 국내에도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며 "식약처가 의지를 가지고 추진할 경우, 향후 3년~4년 내에 QbD 도입이 의무화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효율적인 QbD 도입 위해선 전문인력 육성이 우선

한편 경쟁력 확보를 위해 발빠르게 QbD 시스템을 도입한 동아에스티의 원동한 수석연구원은 효율적으로 QbD를 도입하기 위해선 큰 욕심을 부리기 보다는 한단계씩 나아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원동한 연구원은 "QbD 도입을 생각하는 많은 제약사들이 하드웨어적인 부분을 생각하며 고비용에 대한 부담을 가지고 있다"며 "하지만 QbD 도입을 위해서는 하드웨어보다는 소프트웨어에 먼저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동아에스티 연구소 원동한 수석연구원
동아에스티 연구소 원동한 수석연구원

이는 QbD의 경우 연구부터 생산 과정까지 전 부문에 걸쳐 있는 만큼, 관련 부서들이 QbD 시스템에 대해 올바르게 이해하고 유기적으로 협력하는 것이 우선시 되어야 한다는 것.

원 연구원은 "QbD는 나무를 보는 것이 아니라 숲 전체를 봐야 한다"며 "전체적인 그림에서 문제가 될 수 있는 위험 변수들을 찾아 단계적으로 일어나는 일들을 모두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이를 위해서는 경험과 지식을 충분히 보유하고 있는 전문인력들이 육성되어야 한다"며 "교육 등을 통해 전문인력들을 육성한다면, 적은 비용으로도 QbD를 적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동아에스티도 QbD 도입 초기에는 생산설비에 큰 금액을 투자하는 것이 아닌, 전문인력 양성에 공을 들였다고.

또한 원 연구원은 "전문인력 양성과 함께 회사에 맞는 QbD 시스템 구축도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며 "모든 제품에 일시적으로 QbD를 도입하기 보다는 우선순위에 따라 순차적으로 도입해 나가는 것도 효율적인 QbD 도입의 한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동아에스티 역시 신약과 수출용 의약품 일부분에 대해 우선적으로 QbD를 적용하고, 순차적으로 그 범위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

원 연구원은 "최근 제품의 차별화를 위해 제네릭 의약품인 바라클에도 QbD를 적용했지만, 대부분은 개발 중에 있는 신약과 수출용 의약품 위주로 QbD를 적용시켜 나가고 있다"며 "향후에는 QbD가 없던 시기에 개발된 신약들에 대해서도 생산부서와 협의를 통해 QbD를 적용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끝으로 원 연구원은 "QbD 도입에 대해 겁부터 먹기보다는 한단계씩 밟아 나간다면, 규모가 작은 제약사라 하더라도 무리없이 QbD를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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