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가정의학회 양윤준 이사장
대한가정의학회 양윤준 이사장

가정의학회가 1차 의료의 발전을 위한 본격적인 행보에 착수했다.

지난해 메르스 홍역을 앓은 후, 사회 전반에 걸쳐 1차 의료 전달 체계의 중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어 온 가운데, 가정의학회가 1차 의료의 중심역할을 강화하고자 하는 것. 가정의학회 양윤준 이사장은 1차 의료의 중심에 서 있는 가정의학과를 국민들이 믿고 의지할 수 있도록 내실을 다지고, 접근성을 강화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방침이다.

가정의학과, ‘온 가족 지키는 동네 주치의’

그간 가정의학과는 ‘2, 3차 의료기관으로 가기 위한 동네 병원’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이에 대해 양윤준 이사장은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개원한 병원과 1차 의료기관이 같은 의미라고 생각하고 있다”며 “우리나라에서 개원은 의사 면허를 소지하고 있다면 누구나 할 수 있지만, 1차 의료기관은 각 과들의 흔한 질병들을 모두 아우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사회적인 부분이나 환자의 심리 상태까지 체크하고 치료할 수 있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더욱이 선진국에서는 이미 1차 의료기관을 적극 활용할 경우 의료 질이 향상됨과 동시에 의료비 지출은 감소한다는 내용을 담은 논문들이 속속 발표되고 있는 데 반해, 우리나라에서는 이를 인지하고 있는 환자들이 많지 않은 상황.

양 이사장은 “흔한 질병이라고 가벼운 것은 아니다”라며 “흔한 것을 잘 보고, 상담해주며, 그 과정에서 문제가 되는 부분을 발견해 적절한 시기에 빨리 치료받도록 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가정의학과는 단순히 대형병원을 가기 위해 들르는 관문이 아니라, 온 가족이 질환의 치료, 정신적인 부분이나 질병 예방에 대한 상담을 편안하게 받을 수 있는 곳”이라며 “국민 누구나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동네 주치의”라고 덧붙였다.

다양한 수련 프로그램 통해 질 향상에 나서

이렇듯 가정의학과가 주치의로서 국민들의 건강을 책임지기 위해서는 그에 걸 맞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어야 하는 것이 사실.

양 이사장은 “제대로 된 1차 의료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꾸준한 수련을 통해 능력을 닦아야 한다”며, “이를 위해 가정의학회는 30여 년 동안 다양한 수련 프로그램들을 통해 가정의학과의 질 향상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고 말했다.

다만, “아직 학회의 역사가 타 과들에 비해 길지 않은 만큼 병원간의 격차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아쉬움이 있다”며 “학회 입장에서는 개개인 보다 가정의학과 전체의 질 향상이 중요한 만큼, 임기 내에 가정의학과의 전체적인 수준을 향상 시킬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에 가정의학회는 수련의 질을 균등하게 올리기 위해 위내시경과 초음파, 주사 등 1차 의료에 있어서 자주 사용되는 술기에 관련된 것들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지속적으로 마련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양 이사장은 “가정의학과 의사라면 위내시경이나 기본적인 초음파는 다룰 수 있어야 한다”며 “소화기내과나 영상의학과 만큼의 전문적인 수준에는 못 미치겠지만 한 두번 해보는 수준이 아닌, 익숙할 정도의 트레이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다양한 종류의 주사들에 대한 테크닉 향상을 위해 학회 차원의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라고.

양 이사장은 “학회 차원에서 회원들이 내시경, 초음파, 주사 등 이런 술기에 관련된 것들을 배울 수 있는 장을 마련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가정의학과의 수련의 질을 균등하게 올리는 것과 동시에 1차 의료가 국내에 좀 더 확산되고 정착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피력했다.

“친근하고 믿을 수 있는 가정의학과” 인식 개선 박차

가정의학회는 이러한 노력과 함께 접근성이 떨어지는 질환을 담당하며 국민들에게 보다 가깝게 다가가겠다는 포부다.

양 이사장은 “가정의학과는 국민들의 건강을 일선에서 책임지고 있는 만큼, 접근성이 떨어지는 노인 의학이나 호스피스 영역까지 아우를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해당 질환들에 대한 분과전문의가 존재하고 있지만 전국 각지에 있는 환자들을 모두 커버하기에는 무리가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이를 위해 학회는 6년 전부터 노인의학에 대한 연수강좌를 지속적으로 진행해오고 있으며, 내년에는 수련제도 개편을 통해 노인의학에 대한 비중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또한 내과와 신경과, 재활의학과 등 노인의학과 연관이 있는 여러 개의 학회들과 세부전문의 제도도 계획 중에 있다고. 호스피스 부문 역시 호스피스학회에 가정의학과 의료진들이 다수 참여하는 등 학회간의 연계를 통해 적극적인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고령화 시대에 들어선 만큼 노인의학이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만, 수가 등의 이유로 그간 섣불리 다가서기 어려운 면이 있었다”며 “가정의학과는 1차 의료의 중심인 만큼 수가와 상관없이 노인의학에 대한 부분을 강화해 국민들에게 인정받을 수 있는 전문가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외에도 가정의학회는 정신 질환 영역까지 커버리지를 확대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양 이사장은 “현재 정신과 질환의 경우 정신과 위주로 치료가 이뤄지고 있는데, 정신과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으로 인해 정신보건센터나 정신과를 방문하는 환자수는 10명 중 1~2명 꼴”이라고 설명했다. 정부 차원에서도 정신보건센터를 통해 우울증이나 스트레스로 고통 받는 환자들을 치료하기 위해 나서고 있지만, 사회적인 낙인 효과나 창피함 등으로 인해 꺼리는 환자들이 부지기수라는 것. 실제로 같은 병원 내에서도 정신과로 환자를 안내하면 치료를 포기하고 돌아서는 경우가 빈번한 상황이다.

양 이사장은 “과거 OECD 대표단에서 한국의 높은 자살률에 대한 해결 방안으로 우울증이나 스트레스 등에 대한 심리상담에 있어 접근성 강화가 시급하다고 지적한 적이 있다”며 “전국 각지에 분포되어 있는 1차 의료 기관에서 심리상담 등을 진행한다면 정신질환으로 발전할 확률도 낮아질 뿐더러 자살률도 떨어지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정신보건센터가 지역마다 존재하지만 수많은 우울증 환자나 스트레스를 받는 국민들이 상담하기에는 역부족”이라며 “증상이 심할 경우에는 정신과에서 진료 받는 것이 옳지만, 가벼운 초기 증상의 환자들은 가까운 동네 병원에서 상담 치료를 받는다면 국민들의 정신 건강 향상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민에 더 가까이 다가오며 질 향상에 매진하는 가정의학회가 온 가족을 지키는 동네 주치의로서 국민 건강에 든든한 기초 버팀목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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