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중 뇌전증 환자들이 사회적 제도적 불이익으로 3중고, 4중고를 겪고 있다.

대한뇌전증학회 홍승봉 회장이 오랫동안 불이익을 받으며 방치돼 온 뇌전증 환자들을 위해 본격적으로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홍 회장은 우선 사회적 편견을 없애기 위한 대국민 질환 알리기와 함께 과다한 약값으로 허덕이는 중증 뇌전증 환자들을 위한 산정특례 추진, 뇌전증 환자에서 항우울제 처방 제한을 풀기 위한 국회토론회 진행을 비롯해 첨단 뇌전증 수술을 도입하는 등 전방위적으로 환자들을 돕기 위해 뛰고 있다.

 

유전병 아니고 70%는 약으로 조절…‘사회적 편견, 불이익 심해’

“뇌전증은 질병이라기보다 뇌종양, 혈관기형, 뇌졸중, 뇌경색, 뇌 피질 이형성증, 해마 경화증, 뇌손상 등으로 발생하는 증상입니다. 그러나 정신이상이나 유전병 등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고, 사보험에서도 받아주지 않는 등 많은 불이익이 많습니다. 계몽 사업이 절실하죠.”

현재 국내 뇌전증 환자는 20만 명이 넘는다. 홍 회장에 따르면 이는 병의원에서 치료를 받는 환자들만 집계한 것으로, 치료 받지 않고 기도원이나 민간요법 등에만 의지하는 환자들까지 합치면 30만 명을 웃돌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뇌전증은 유전병이라는 잘못된 인식과 함께 발작으로 인해 종교적으로 악마 들린 것으로 낙인이 찍혀 있기도 하다. 이에 대해 홍 회장은 “유전이 되는 뇌전증은 1%도 안 되며, 99%는 뇌손상, 뇌경색, 뇌종양, 해마 경화증 등 후천적이거나 뇌기형, 뇌혈관기형,또는 염색체 결함등이 원인이 된다”며 “또 한 가지 약으로 뇌전증 환자들의 50% 정도는 잘 조절이 되며, 20%는 두 가지 약물로 조절이 되므로, 70%의 환자는 약물 치료로 정상인과 똑같은 생활이 가능하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뇌전증 환자들은 사보험에서 불이익을 받고 있다. 학회 조사에 따르면 뇌전증 환자의 25%만 생명보험에 가입되어 있고, 뇌전증 발병 후 가입 환자는 15%에 불과했다. 보험에서 제한을 둘 뿐 아니라 운전과 취업에서도 불이익을 받고 있다고.

또 한 가지 문제는 의사들도 질병과 치료원칙에 대해 잘 모른다는 것이다. “뇌전증 치료의 1차 목적은 증상을 전멸시키는 것인데, 상당수 의사들조차도 증상을 조절하는 것으로 잘못 알고 있다”며 “이에 학회에서는 내년 초부터 개원의 교육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으며, 질환 계몽 사업도 시작할 예정”이라고 소개했다.

이에 대한뇌전증학회는 오는 10월 15일 토요일 오후 2시 서울 강남구 구민회관에서 ‘뇌전증의 날’ 행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행사에는 전국 500여 명의 환자들과 뇌전증 명의들이 참석해 4시간 동안 뇌전증의 최신 치료 지견과 환자들의 사회적 문제, 장애인 등록, 사보험 가입 등에 대해 발표하고 환자들과 대화하는 시간을 갖고 환자-의사-전문연주자가 함께하는 희망음악회도 가질 예정이다.

또한 올 11월 말에는 미국 뇌전증 재단을 방문해 미국에서 뇌전증 환자의 권익과 정부 지원을 위해 펼치는 활동을 배워올 계획이다.

 

중증 뇌전증 산정특례 추진, “올해 안 꼭 이룰 것”

뇌전증 환자들의 고통은 의료비와 치료환경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뇌전중 환자들 중 3개 이상의 항경련제를 복용해도 경련발작이 한 달 1회 이상 발생하는 중증 약물 난치성 환자들은 약 2만 명 내외로 추산되고 있다.

이들은 약물을 여러 개 복용해서 약값이 많이 나가지만 희귀난치병이나 중증질환에 해당되지 않아 암환자와 파킨슨병 환자들 같은 약값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뇌전증 장애인은 발작으로 인해 취업이 거의 불가능해 정신지체 장애인 다음으로 수입이 낮은데도 산정특례 혜택을 못 받고 있는 것.

이 환자들에 대한 산정특례를 위해 홍 회장은 지난 2~3개월 동안 전국 대학병원 15개를 대상으로 중증 난치성 뇌전증 환자 분포율을 조사, 8500명의 자료를 모았다.

“중증 뇌전증 환자들 분포율을 전체 환자수로 환산하면 약 2만 명 정도의 환자가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이 기준은 희귀난치질환 기준에 들어가므로 산정특례에 문제가 없다”며 “이들의 산정특례 등록은 올해 반드시 이룰 목표”라고 강조했다.

 

항우울제 처방제한 제외 국회토론회도 개최

이와 함께 현재 60일 처방제한으로 사용하지 못하고 있는 가장 안전한 SSRI 항우울제를 뇌전증 우울증 환자들에게 60일 이상 적절한 기간 동안 투여할 수 있도록 제도마련도 강력히 추진하고 있다.

학회 조사에 따르면 뇌전증 환자들의 21.9%가 주요우울장애(major depressive disorder)로 치료가 꼭 필요한 상황인데 이 환자들 중 24.7%만 항우울제를 복용하고 있다. 75%가 치료를 못 받는 가장 큰 이유는 SSRI 항우울제 60일 처방제한 급여기준 때문인 것. 이에 대해 홍 회장은 “심지어 훨씬 더 사용하기 어려운 정신분열증 약도 처방 일수의 제한이 없는데 가장 안전한 항우울제인 SSRI(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의 처방을 제한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 반면에 부작용이 많아서 신경계 질환 환자들에게 투여하기 어려운 삼환계 항우울제는 처방일수의 제한이 없다. 이는 정신과 이외의 진료과에서는 부작용이 많은 항우울제만 쓰라는 것”이라며 “일본의 정신과 교수는 우울증 환자들의 약 70%는 다른 진료과 의사들이 치료하고 약 30%의 난치성 우울증 환자들만 정신과에서 진료한다고 한국 국민들의 우울증 치료를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가장 안전한 SSRI 항우울제의 60일 처방제한을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학회는 우리나라를 우울증으로부터 구하기 위한 첫번째 대책 마련을 위해 정의당과 새누리당 공동으로 '4대 신경계 질환과 불면증의 항우울제 치료를 위한 국회 토론회'를 8월 29일 월요일 오전 10시 국회에서 개최할 예정이다.

 

복지부에 ‘뇌전증 수술 활성화 제안’ 준비 중

뇌전증 수술은 신경과-소아신경과-신경외과-뇌영상-신경심리-전문간호사 등 여러 분야의 전문가로 수술팀이 이루어져야 하고, 감마나이프 등 다른 신경외과 수술비에 비해 원가에 훨씬 더 못 미쳐서 뇌전증 수술센터가 계속 줄어들고 있는 상태다. 이에 학회 연구 자료들을 바탕으로 뇌전증 정복 사업계획서를 준비 중인 홍 회장은, 조만간 뇌전증 수술 활성화 중장기 대책을 보건복지부장관에게 정식 제안할 방침이다.

또한 첨단 수술 도입에도 앞장서고 있는 홍 회장은, 지난 제21차 대한뇌전증학회 국제학술대회에서도 주목받은 바 있는 최첨단 뇌전증 수술법인 ‘StereoEEG (삼차원 뇌파 수술법)’을 삼성서울병원에 도입할 준비도 하고 있다.

타 질환에 비해 손해만 보고 살아왔던 뇌전증 환자들을 위해 온 힘을 쏟겠다는 홍 회장. 그의 노력이 3중고, 4중고 속에 빠져 있는 뇌전증 환자들에게 큰 지원군이 되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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