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신경집중치료학회 이광수 회장(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신경과)
대한신경집중치료학회 이광수 회장(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신경과)

뇌졸중은 국내 단일질환 사망 원인 1위로서, 전국적으로 5분에 한 명이 뇌졸중 발생으로 병원을 찾고 있으며, 20분에 한 명이 뇌졸중으로 사망하고 있다. 뇌졸중은 크게 허혈성 뇌졸중과 출혈성 뇌졸중으로 나눌 수 있다. 이 중, 뇌세포에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이 좁아지거나(협착), 막히게 되어(폐색), 혈류를 공급받지 못한 뇌세포가 손상되고, 그 결과로 갑작스런 뇌기능의 장애가 오는 상태를 허혈성 뇌졸중, 다른 말로는 뇌경색이라고 부른다.

뇌경색의 급성기 진단과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증상의 발생 시각과 증상의 중증도이다. 많은 연구들에서, 뇌경색 발생 초기에 적절한 재관류치료 (뇌경색 부위에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이 혈전에 의해 폐색되어 있을 때, 이 혈전을 제거하여 막힌 혈관을 열어주는 치료)가 좋은 예후에 중요하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뇌경색 발생 수 시간 이내에 시행하는 응급 치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정맥을 통해 혈전용해제를 주입하는 치료는, 기존에는 증상 발생 3시간 이내에만 사용할 수 있었으나, 대규모 연구들을 통해 4시간 30분 까지 사용을 고려할 수 있게 되어, 더 많은 사람들이 혜택을 볼 수 있게 되었다. 이에 따라, 전세계적으로 뇌경색이 발생한 환자들을 최대한 빠른 속도로 응급실로 이송하려는 노력이 이루어 졌고, 국내에서도 이러한 노력에 힘입어, 급성 뇌경색 환자들이 지체하지 않고 병원으로 오는 사례가 늘고 있다. 최근 1~2년 사이에는 이러한 정맥 내 혈전용해제 이외에도, 시술을 통해 동맥 내로 가느다란 관을 집어넣어 폐색된 혈관에 접근한 뒤, 혈전을 기계적으로 제거할 수 있는 방법이 개발되어, 4시간 30분이 넘은 환자들에 대한 치료에 대해서도 빠른 발전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뇌경색 환자가 정해진 시간 이내에 병원에 도착한다고 해서, 모두가 이러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환자의 나이, 이미 가지고 있는 건강 상태나 전체적인 다른 뇌혈관의 발달 정도, 폐색된 혈관의 위치와 혈전의 크기, 그리고 병원 도착 당시 이미 손상된 뇌 부위의 크기 등의 요인에 따라, 재관류 치료를 받을 수 있을지 없을지를 결정하게 되며, 같은 요인들에 따라 치료 후의 결과도 달라지게 된다. 이러한 이유로, 급성기 치료의 비약적인 발전에도 불구하고, 뇌경색 치료에서 여전히 중요한 부분은 2차 예방이라고 할 수 있다. 2차 예방이란, 어떠한 질병이 한 번 발생한 후에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예방치료를 말한다.

뇌경색의 주요 원인이 뇌혈관의 협착과 폐색인 만큼, 뇌경색 2차 예방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약물은 이러한 협착과 폐색을 막는 약물이다. 약물의 선택은 협착과 폐색의 원인에 따라 다르지만, 대표적으로 동맥경화성 뇌경색인 경우에는 항혈소판제를, 심장색전성 (심장에서 혈전이 만들어져 혈류를 타고 뇌혈관으로 이동하여 뇌혈관을 막아 발생하는) 뇌경색에는 항응고제를 사용하게 된다.

항혈소판제는 혈액 내에서 혈전의 생성에 큰 역할을 하는 혈소판이라는 혈구세포의 기능을 방해하는 약물로써, 약물의 기전에 따라 여러 가지가 있으며, 고전적으로 널리 알려진 약물은 아스피린이다. 이외에도 클로피도그렐, 실로스타졸, 트리플루살 등이 국내에서 널리 사용된다. 혈소판의 기능을 떨어뜨리기 때문에, 지혈이 잘 되지 않는다는 단점을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어, 출혈과 관련된 부작용에 대해 주의를 요한다.

항응고제로는 비타민 K 길항제인 와파린(쿠마딘)이 거의 유일한 약물로 오랫동안 사용되어 왔다. 그러나 다른 약물이나 음식과의 상호작용이 너무 심하여 식사 및 약물 복용에 제한이 많고, 약물효과를 일정하게 유지하기 어려워 자주 혈액검사를 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었다. 최근 이와 같은 문제점을 보완한 새로운 항응고제들이 많이 개발되어 사용되기 시작하였다. 다비가트란, 자렐토, 아픽사반과 같은 약물들이 이러한 새로운 항응고제에 해당된다. 사용한지 오래 되지 않은 약물이라는 점에서, 향후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기는 하지만, 비타민K길항제와 비교할 때 복용이 편리하기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빠른 속도로 사용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항혈소판제와 마찬가지로, 출혈과 관련된 부작용에 주의하여야 한다.

항혈소판제와 항응고제가 뇌경색 치료에 가장 중심이 되는 약물임에는 틀림없으나, 이외에 다른 약물들의 역할도 중요하다. 스타틴계 고지혈증 약물들은 저밀도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주요 작용 이외에도, 항염증작용 및 혈관벽 안정화 작용 등의 다양한 부수작용을 통해 뇌경색 예방에 기여한다고 알려져 있다. 고혈압이나 당뇨 등의 뇌경색 위험인자를 조절하는 혈압강하제나 혈당강하제와 같은 약물 역시 뇌경색의 2차 예방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한편 상당수의 뇌경색 환자들이 뇌경색 후 인지기능장애나 행동 및 감정 조절의 장애를 호소한다. 글리아티린 같은 콜린알포세레이트 등의 약물은 뇌경색 후 손상된 세포막 구조 회복과 신경전달 회복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어, 뇌경색 후 인지기능 장애를 호소하는 환자들에게 다른 약물들과 함께 흔히 사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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