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령대별 식이섬유 충분섭취량 이상 섭취 비율(자료=2013년 국민건강영양조사)
연령대별 식이섬유 충분섭취량 이상 섭취 비율(자료=2013년 국민건강영양조사)

50대 이상 국민 3명 중 1명이 식이섬유를 불필요하게 너무 많이 섭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어린이 60만명가량은 식이섬유를 충분섭취량 이상 섭취, 성장 장애ㆍ설사 등 건강상 손해를 볼 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포럼은 28일, 서울프레스센터에서 '식이섬유. 의외로 잘못알고 있는 것이 많다'라는 주제로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발제자로 나선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문진수 교수는 “보건복지부와 한국영양학회가 낸 ‘2015년 한국인의 영양소 섭취 기준’ 자료를 분석한 결과 18세 이하 어린이의 3.7∼8.6%(약 60만명)가 식이섬유를 충분섭취량 이상으로 섭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한참 자라는 어린이가 식이섬유를 과량 섭취하면 칼슘의 체내 흡수가 줄어 키가 덜 자라는 등 성장 장애와 설사, 복부 팽만 등 부작용이 동반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보건복지부가 최근 발표한 국민건강영양조사(조사 연도 2013년) 결과에 따르면 식이섬유의 충분섭취량 이상 섭취율은 50∼64세에서 37.8%로 가장 높았다. 다음은 65∼74세 노인(33.5%), 75세 이상 노인(31%), 30∼40대(21%), 20대(10.8%), 15∼18세(8.6%), 1∼2세(6.5%), 12∼14세(6.1%), 9∼11세(5.5%), 6∼8세(4.6%), 3∼5세(3.7%) 순(順)으로, 나이 들수록 식이섬유 과다 섭취 비율이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충분섭취량은 ‘이 정도 먹으면 충분하다고 여겨져 더 이상 먹을 필요는 없다’는 의미로, 소비자가 흔히 알고 있는 권장섭취량과는 개념이 다르다. 충분섭취량 이상 섭취하는 것은 백해무익(百害無益)하다고도 볼 수 있다.

한국소비자원도 "식이섬유의 과다 섭취는 지나친 가스 생산ㆍ복통 유발 또는 악화, 비타민ㆍ미네랄ㆍ단백질의 흡수 저해 등 오히려 건강에 해로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어린이가 어린이가 식이섬유를 충분섭취량 이상 섭취하는 것은 최대한 피해야 한다.

문 교수는 “2세 미만의 어린이에겐 일반적인 이유식과 식사에 포함된 식이섬유의 양만으로도 충분하므로 식이섬유를 따로 보충할 필요가 없다”며 “우리 국민의 통상적인 세 끼 음식 안엔 식이섬유가 충분히 들어 있으므로 정상적인 식사를 하는 한 식이섬유 부족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강조했다.

오히려 식이섬유의 과다 섭취로 인한 과도한 가스 생성ㆍ복통ㆍ설사 유발과 비타민ㆍ미네랄ㆍ단백질 체내 흡수율 감소를 우려해야 한다고 했다.

문 교수는 간담회에서 배숙을 먹은 뒤 설사를 시작해 체중이 19%나(10㎏에서 8.1㎏으로) 줄어 든 생후 13개월 된 여아의 사례를 들었다.

문 교수는 “배 등 과일과 꿀ㆍ설탕이 포함된 음식은 영ㆍ유아에게 위험한 조합이 될 수 있다”며 “과일ㆍ꿀ㆍ설탕은 과민성 장증후군이 되도록 적게 섭취하는 것이 이로운 포드맵(FODMAP) 식품에 속한다”고 설명했다. 과민성 장증후군은 어린이에겐 만성 복통증의 형태로 주로 나타나며 전체 소아과 환자의 약 10%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포드맵이란 장(腸)에서 잘 흡수되지 않는 특정 당(糖) 성분들의 집합이다. 발효가 가능한 올리고당ㆍ이당류ㆍ단당류ㆍ폴리올을 가리킨다. 여기서 설탕은 대표적인 이당류이고, 과일ㆍ꿀의 과당(果糖)은 단당류다. 사과ㆍ배ㆍ수박ㆍ마늘ㆍ양파ㆍ양배추 등은 일반인에겐 웰빙 식품이지만 과민성 장증후군 환자에겐 가급적 적게 먹는 것이 좋은 요주의 식품인 셈이다. 올리고당ㆍ자일리톨(폴리올의 일종)ㆍ사과ㆍ배 등의 식품의 섭취를 줄이면 과민성 장증후군의 증상을 완화할 수 있다.

일부 건강기능식품엔 식이섬유가 성인의 하루 충분섭취량(20∼25g) 이상 들어 있어 과량 섭취로 인한 부작용 발생이 우려된다.

한국소비자원 하정철 박사는 “식이섬유 제품 라벨에 '과량 섭취 시의 부작용' 등 주의 문구를 표시하도록 하는 등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이 문제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여줄 것”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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