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학회가 선도적인 다학제학회로서의 행보를 시작했다.

대한비만학회는 24년 학회 역사상 처음으로 타 학과 회장을 선출했다. 김현수 신임회장(서울과학기술대학교 스포츠과학과)은 학회 주력 사업인 소아청소년 비만 예방 캠페인의 일환으로, 올해 제주도교육청과의 아동비만 예방 프로그램 개발을 주도해 다학제학회로서의 역할을 한층 강화한다는 다짐이다.

 

“비만에서 'Fit'와 'Fat' 관계는 매우 중요”

“비만의 원인이 다양하듯 치료 역시 약물이나 수술 같은 의학 분야만이 아닌 다양한 전문가들의 관여가 필요합니다. 타 학과의 첫 회장이니만큼 스포츠과학 쪽 회원을 비롯해 여러 분야 회원들의 활동에 더욱 활력을 일으키고자 노력하겠습니다.”

비만은 단순한 기전으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부분이 관여하고 있는 만큼 의학 이외 영양, 신체활동, 행동요법 같은 다학제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럼에도 학회들의 특성상 다 학과에서 리더를 뽑는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 그러나 비만학회는 의학, 영양, 운동생리학자들이 함께해 온 다학제학회인 만큼, 이젠 의학 분야에서 나아가 더 넓은 학술교류가 필요하다는 것을 학회원들이 공감하고 있다고 유순집 이사장도 밝힌 바 있을 정도로 다학제학회로서 앞선 행보를 보이고 있다.

김 회장은 “다른 분야에서 회장이 되었다고 학회가 추구하는 가치가 변하지는 않는다”며 “스포츠과학 분야에서 회장을 뽑아준 배경은 비만환자의 신체활동이 중요함은 세계적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음에도 우리나라는 전문적 연구 분야가 적어서 더 활발한 연구를 위함”이라고 전했다.

이어 “비만에 있어 체력의 ‘Fit’와 지방의 ‘Fat’ 관계는 매우 중요하다”며 “지방이 많아도 심폐지구력이 좋으면 비만에 의한 질병 사망률이 낮다”며 “그동안 학회가 약물, 영양, 수술에 치우친 점이 있지만, 이번에 스포츠과학 분야 회장을 통해 공동 연구가 더욱 활성화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올해 제주도교육청과 소아비만 예방 사업 시작

최근 학회는 소아비만 예방사업에 집중하며 대국민 캠페인 등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

지난해에는 복지부와 함께 ‘비만예방의 날’을 맞아 ‘부모가 바뀌어야 아이들이 바뀐다’를 캐치프레이즈로 다양한 행사를 펼친 바 있다. 한국체육대학교와 함께 올림픽공원에서 ‘엄마 아빠와 함께하는 한걸음의 재발견’이라는 주제로 ‘제 19회 Fun&Run Health Camp’를 비롯해 기념식과 소아·청소년 비만 예방 및 관리를 위한 정책토론회도 개최했다.

올해 계획에 대해 김 회장은 “학회는 ‘생애주기별 비만’이라는 주제를 올해 주된 포커스로 캠페인 등을 펼칠 예정”이라며 “특히 소아청소년 비만을 가장 중요한 생애주기별 비만관리 대상으로 선정해 예방사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전했다.

학회가 소아비만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소아비만의 80%가 성인 비만으로 이어지기 때문.

김 회장에 따르면 특히 소아비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신체활동과 영양이다. 일본의 몇 개 현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아동들의 섭취 칼로리양은 똑같은데도 비만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결국 신체활동량 감소의 문제라는 것.

이에 김 회장은 올해 야심찬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과 비만학회가 함께 주관하는 유.초.중.고등학교의 소아청소년 비만예방사업이 그것. 현재 제주도는 전국 청소년 비만율 1위로, 전국에서 소아비만율이 가장 높은 도시이다. 이에 제주교육청에서는 적극적으로 소아비만 예방에 나서면서 비만학회와 구체적인 방안을 협의 중에 있다.

김 회장은 “제주도 아동 비만율이 전국서 가장 높은 만큼 지역에서 나서서 신체활동 강화, 패스트푸드 줄이기 등 비만이 유발되는 문화를 바꾸고자 하는 의지가 강하다”며 “걸어서 학교에 가거나 아침에 운동 수업을 등의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학교에 교육하는 것이 주목적”이라고 전했다.

이어 “제주도 주민, 학부모, 선생님들이 신체활동량이 얼마나 중요한지 인식하게 하고 아이들의 생활 속에 어떻게 녹여낼 것인지를 담은 프로그램을 만들 것”이라며 “현재 이를 위래 제주도 교육청 담당자들과 구체적인 진행을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사업은 5개년 계획으로 진행되며 올해 상반기에 시작할 예정이다. 이후 팔로우를 통해 전국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김 회장은 “비만학회가 학술 연구와 논문을 발표하는데 끝내는 것이 아니라, 그 내용을 사회에 나가서 국민들이 생활에 반영되도록 일 하겠다”며 “그 스타트로 제주도교육청과 함께 하는 이번 사업을 성공적으로 진행하기 위해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만 전문가 양성할 ‘비만교육인증제도’ 준비 순항

“비만이 사회적 문제로 등장하면서 비전문가들이 의학적 근거 없는 비과학적이고 위험한 치료를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사례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에 비만 문제는 제대로 교육 받은 전문가가 해결할 수 있도록 비만교육인증제도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비만학회는 인증제 도입을 위해 2013년 설문조사를 시작으로 지속적인 준비를 해 왔다. 지난해에도 춘계, 추계학술대회에서 보건복지부, 건강증진개발원 등 유관부서들을 통해 인증제에 대한 정부의 입장을 들었으며, 올해 춘계학술대회에서도 공청회를 준비하고 있다.

김 회장은 “앞으로 보다 구체적인 교과 과정의 편집과 정부와의 의견 교환이 이루어질 것”이라며 “이와 함께 학회 교육위원회 분과에서 인증제 포함 대상자와 교육의 수준과 분야 등 프로그램의 틀을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저소득층에서 비만율이 높고 고도비만 문제에 따른 후유증도 심각한 만큼 정부와 민간단체 등 여러 분야와 손잡고 저소득층 비만 해결을 위해서도 다각적 노력을 경주하겠다는 김 회장.

질환 특성을 감안한 다학제학회로 학문 발전과 사회 참여를 위해 직역 구분 없이 열린 행보를 보이는 비만학회가 국민들을 위협하는 비만 치료의 발전에 더욱 핵심적인 역할을 해 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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