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서울대병원 김기웅 교수(중앙치매센터장)
분당서울대병원 김기웅 교수(중앙치매센터장)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라는 오명을 가진 나라 '대한민국'. 연간 10만 명 중 약 29.1명이 자살로 사망했고, 이 중 노인 자살률은 타 국가와 비교했을 때약 20배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우울증을 겪고 있는 노인은 자살 성향이 3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나, 자살 예방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노인우울증 치료가 매우 중요하다.

노인우울증의 경우 자살로 이어질 확률이 높은 만큼 위험도가 높은 질환이지만, 약물 치료만으로도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 치료가 어렵지 않은 질환이기도 하다. 하지만 사회적인 편견으로 인해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는 환자들이 여전히 많은 상황.

이에 분당서울대병원 김기웅 교수(중앙치매센터장)를 만나 노인우울증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들었다.

우울증, 신체 증상도 유심히 살펴야

고령자들의 20%에서는 의학적인 관심이 필요한 우울증상이 나타나고, 이 중 절반은 반드시 치료가 필요한 케이스지만 실제 진료로 이어지는 경우는 많지 않은 상황이다.

김기웅 교수는 "노인우울증의 경우 일반적인 우울증처럼 우울하고 불안한 증상이 주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의욕이 없거나 신체적인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대다수"라며 "우울감 같은 전형적인 우울 증상이 있는 환자들의 경우에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지만, 두통이나 소화불량같은 신체증상이 나타나는 경우에는 우울증 때문이라고 판단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일반적으로 우울증은 '우울함이 나타나는 질병'이라는 인식 때문에, 신체증상이 나타날 경우 우울증일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아 치료 타이밍을 놓칠 수 있다는 것.

김 교수는 "노년기에 신체 증상의 발현으로 인해 검사를 받았지만 원인이 뚜렷하지 않게 나오거나, 내과적 치료에도 증상이 호전되지 않는 경우에는 노인우울증을 의심해 봐야한다"며 "아프거나 불편한 부위가 동시다발적으로 전신에 오거나 아픈곳이 계속 변할 경우에도 우울증에 의한 신체증상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노인우울증 환자들이 병원에도 안가고 참고 있는 분들이 많은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대부분 다른 과에서 약물 치료를 다양하게 받고 있는 경우가 많다"며 "이는 보건 접점에 있는 1차 의료진들이나 비정신과 의료진들이 노인우울증에 대한 인지도가 낮아 환자들이 올바른 치료를 받기 어렵다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비정신과 의료진들에 대한 교육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

김 교수는 "다양한 증상이 나타나는 노인우울증에 대해 인지를 하고 있는 의료인들은 편견도 적을 뿐만 아니라 실질적으로 환자가 올바른 치료를 받을 수 있는 행위로 이어지기 때문에 기본적인 교육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중앙치매센터의 노인우울증 확인 시스템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김 교수는 "알츠하이머 환자의 경우에도 30%가 첫 증상으로 우울증이 나타나고, 치매의 대표적인 증상도 우울증인 만큼, 서로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라며 "이에 중앙치매센터에서는 치매 체크 뿐만 아니라 노인우울증에 대한 간이선별검사와 설문을 통해 환자의 상태를 체크할 수 있는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기웅 교수는 노인우울증에 대해 신체증상을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김기웅 교수는 노인우울증에 대해 신체증상을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우선순위 매겨야 효율적 치료 가능해

김 교수는 "노인우울증 치료를 위해 미술이나 음악 치료 같은 정서 개선 행위를 주로 진행하고 있지만, 치료의 우선순위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알아야 한다"며 "정서 개선 행위 역시 우울증 치료에 도움이 되지만 치료 전반에 대한 이해가 선행이 되고 이걸 바탕으로 치료가 이뤄져야한다"고 말했다.

즉 정신과 전문의를 통한 치료 없이 정서적인 치료만 진행하는 것은 사상누각 이라는 것. 다만, 병원 치료와 함께 정서적인 치료가 병행될 경우에는 시너지 효과가 나타날 수 있는 만큼, 치료의 중요도에 따른 우선순위를 매겨 정서적인 치료를 병행해야 한다고.

김 교수는 "병원 치료든 정서적인 치료든 궁극적인 목적은 우울증으로 인해 고통받는 환자를 도와주기 위한 것"이라며 "병원에서는 정서적인 치료가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부분을, 상담사나 치료사들은 병원 치료의 중요성에 대한 부분을 환자에게 안내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한편, 김 교수는 노인우울증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과 낮은 인지도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으로 선별검사를 꼽았다.

김 교수는 "정부에서도 노인우울증에 대한 적극적인 선별검사 작업을 진행할 필요가 있다"며 "선별검사를 진행할 경우 조기에 병을 발견할 수도 있고, 노인우울증에 대한 교육도 함께 이뤄질 수 있기 때문에 두마리의 토끼를 한번에 잡을 수 있는 좋은 전략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e-의료정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