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어느 직역보다 큰 어려움을 겪었던 병원협회가 이러한 어려움을 기회로 삼겠다는 의지를 내비췄다.

대한병원협회 박상근 회장은 지난해 병원계 역사상 가장 큰 위기였던 메르스 사태를 겪었지만 새해에는 이러한 어려움을 기회로 삼아 국민 신뢰를 회복하는 한편, 현실과 괴리된 정책에 대해 현실에 부합하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와 함께 전공의 특별법 시행에 따른 전공의 수련비용의 지원을 받도록 정부에 강력히 촉구한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메르스 선도적 대응 ‘큰 수확’…올해 ‘수가현실화’ 집중

“지난해에는 마치 병원이 메르스 확산의 주범처럼 비춰져서 가슴 아팠습니다. 그러나 협회와 병원계의 선도적 대응으로 국민신뢰를 회복하고 사회적 위상을 높이는 계기로 전화위복 한 것은 큰 수확이었습니다. 남은 임기 동안에도 병원계의 어려움 해결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박 회장은 신년사에서 밝혔듯이 올해 가장 주력할 부분으로 ‘수가 현실화’를 꼽았다.

현재 진행 중인 상대가치점수 개정에 더욱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가는 동시에 식대수가 조정기전, 실손실보상의 원칙 아래 비급여 제도 개선이 연착륙 될 수 있도록 집중하겠다는 것.

박 회장은 “현재의 시스템에서 병원계가 수가 목표를 제시하는 것은 무의미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지난해와 같은 결과를 초래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5월 수가협상에서 높은 수가 인상률을 받는 것이 가장 큰 목표이지만, 이와 더불어 불합리한 현재의 수가 계약방식을 개선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면서 “일방적 협상방식이 아닌 동등한 수준으로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다음 주요사업으로 꼽은 것은 병원들이 환자안전에 전념 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이다. “정부는 지난해 메르스 사태에 따른 후속조치로 의료기관의 인력 및 시설 기준 강화에 나설 예정으로 있어 병원들의 경영에 부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병원들의 경영 부담을 최소화 하기 위해 정부의 재정 및 정책 지원이 원활하게 이루어지도록 모든 노력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현재 복지부, 시민단체와 함께 펼치고 있는 병문안 문화 개선 캠페인이 전국적인 시민운동으로 확산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특히 병원계 전체가 환자안전에 만전을 기할 수 있도록 환자안전 전담자 교육 체제를 구축하고 조만간 교육을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이 밖에도 전공의의 수련환경 개선 및 수련의 질 제고에 적극적으로 임하는 한편, ‘의료 해외진출 및 외국인환자 유치 지원에 관한 법률’ 제정에 따른 해외환자 유치와 해외진출 지원방안을 위한 역할을 충실히 하겠다는 다짐이다. “해외환자 유치와 해외진출에 있어 정책적 부분에서 병원들이 필요로 하는 점을 전달하고 대변할 것”이라며 “나아가 해외환자 유치와 의료기관의 해외진출의 허브 기관으로의 역할을 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전공의 수련비용 정부 지원, 강력히 촉구할 터”

한편 지난해 ‘전공의 특별법’이 통과됨에 따라 협회는 후속대책을 마련 중에 있다.

이에 최근 협회 산하 병원신임평가센터는 전국수련병원장과 교육수련 담당 부서장에 ‘전공의 관련 하위법령 개정에 대한 의견요청’이라는 내용의 공문을 통해 각 수련병원의 의견을 취합했다. 협회는 이를 복지부에 전달해 전공의특별법 조항 중 수련병원과 수련환경평가위원회에 지원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정할 방침이다.

박 회장은 전공의 특별법에 따른 수련시간 법제화에 모순점을 지적했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전공의 수련시간을 천편일률적으로 정한 나라는 없다”며 “그 이유는 총 26개의 전문과마다 교육내용이 다르고 그에 따라 수련시간도 달라지기 때문”이라는 것. “하지만 전공의 특별법은 이런 전공의 수련교육의 특수성을 무시하고, 보편적인 내용으로 강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88시간이 충분한 수련시간인지도 의문이라고 반문했다. 예를 들어 외과의 경우 다양한 환자 케이스를 접하고 수술을 통해 ‘감’을 익히고 있지만, 의학 교과서와 달리 실제 의료현장에선 예외적 케이스가 많고, 그런 환자들을 접하며 진단하고 처치·치료하면서 문제해결 능력을 기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돌발 상황 혹은 특이한 케이스가 언제 나타날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병원에서 대기하고, 응급실 당직근무를 서게 하는 것으로 수련시간을 줄일 경우 수련의 질이 하락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 되는 상황이라는 것.

이에 따라 대형병원들은 의료공백을 막기 위해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지방병원들은 그렇지 못한 것이 국내 현실이다. 이에 협회는 정부의 대체인력 고용 관련 지원책을 적극 요구할 예정이다.

“수련병원들은 전공의를 근로자가 아닌 수련의라는 개념으로 교육해왔으며, 이에 따라 지도교수들이 병원에 추가 수당을 적극 요청하기도 해 왔다”며 “그러나 이번 법 제정으로 근로자로서 전공의의 지위가 부각되게 되면서, 병원이 전공의 수련비용을 모두 감당해야 할 이유가 없어졌다. 이에 ‘교육’과 ‘근로’로 항목을 나눠 교육비 가운데 일부를 정부가 지원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회장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전공의 수에 따른 일정 비용을 수련비용 명목으로 지원한다는 내용을 담은 법안이 마련돼 있으며, 영국도 의대교육은 물론 전공의 수련비용까지 지원하고 있다. 이밖에도 지도전문의 교육은 물론 진료실, 처치실 등 수련병원시설정비사업 보조금까지 지원되고 있다는 것. 이에 박 회장은 “외국처럼 전액을 지원해주지는 않더라도 연간 7,000억 원이 넘는 전공의 수련비용의 일부라도 지원해주길 하부법령 제정 논의과정에 강력하게 요구할 것”이라고 전했다.

 

‘승풍파랑(乘風破浪)의 마음으로 어려움을 기회로’

“2016년은 그동안 진행되어온 현안들이 연착륙되어 긍정적인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집중할 계획입니다. 이렇게 어려울 때일수록 회원과 각 직역 모두가 국민들에게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공동의 목표의식을 되새겨 위기를 헤쳐 나가도록 합시다.”

박 회장은 그동안 진행되어온 현안들의 연착륙을 위해 현재 진행 중인 상대가치점수 개정에 더욱 관심을 갖고 대응해 나가는 한편, 지난해 인상이라는 소정의 성과를 거둔 식대수가 역시 조정기전이 조기에 시행될 수 있도록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다짐이다. 이밖에도 실손 실보상의 원칙 아래 비급여 제도 개선 등도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지난해 메르스 사태로 어느 직역보다 위기를 겪었던 병원계인 만큼, 승풍파랑(乘風破浪)의 마음으로 어려움을 기회로 삼겠다는 박 회장의 새해 각오가 비장하게 느껴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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