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의료진이 도입 및 발전시킨 치료법이 세계 가이드라인으로 확정돼 주목되고 있다.

아주대병원 소화기내과 김진홍 교수는 난치성 담관담석증의 치료법인 ‘내시경적 유두괄약근 큰풍선확장술’을 국내에 처음 도입하고 연구 발전시켜 최근 세계적 표준치료법으로 확정되는 쾌거를 이뤘다. 그 동안 여러 위장관 스텐트를 개발해 보급하기도 한 김 교수는, 현재 고주파 응고 소작술을 위 점막하 종양에 적용하는 연구에 주력하는 등 소화기계 의학 발전에 일익을 담당하고 있다.

 

2004년 도입 발전시켜 세계 가이드라인으로 확정

“2003년 시술법을 처음 접하고 난치성 담관담석증에 획기적인 시술이라 생각해 바로 도입했습니다. 이후 부작용 등을 개선하며 많은 연구결과를 발표하면서 국내에 대거 보급됐죠. 그 성과들이 모여 미국소화기내시경학회지에 세계 가이드라인으로 확정 발표된 것입니다.”

담관담석증은 유병율이 높아 세계적으로 연구자가 많음에도 효과적인 치료법이 없어 새로운 치료법에 대한 표준화는 이뤄지지 못했었다. 이에 2004년 내시경적 유두괄약근 큰풍선확장술을 국내에 도입한 김진홍 교수는 부작용을 현저히 개선 발전시켜 나가면서 지난해에는 세계 각국의 담도 질환 대가를 국내에 초청, 국제회의를 열고 내시경적 큰풍선확장술에 대해 토론하고 투표를 통해 합일점을 찾아내 도출해 냈다.

이 결과를 바탕으로 최근 이 분위의 권위 있는 학술지인 미국소화기내시경학회지에 교신저자로 ‘난치성 담도담석의 새로운 내시경적 치료법의 세계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기에 이른 것(2015년 7월 온라인판 게재, 12월 지면 게재 예정).

내시경적 유두괄약근 큰풍선확장술은 내시경을 이용해 장과 연결된 담관 입구의 좁은 통로인 담도괄약근을 직경 12 내지 20㎜에 달하는 큰 풍선으로 한 번에 확장시켜 큰 담석을 제거해 내는 가장 선진적인 담관담석 치료법이다. 특히 이 치료법은 현재 세계에서 우리나라가 가장 많이 시행하고 있고 관련 연구논문도 가장 많다.

김 교수는 “기존 치료법은 담관 통로가 매우 작아서 담석이 1센티만 돼도 잘 빠져나오지 않으므로 돌을 꺼내는 과정에서 담관에 상처를 주는 경우가 많았다”며 “큰풍선확장술은 담관에 풍선을 넣어 통로를 넓게 만들어 수월하게 담석을 꺼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부터 보험급여 적용도 받아

그렇다면 이 시술에는 왜 ‘큰풍선’이라는 명칭이 붙었을까.

김 교수에 따르면 이 시술이 나오기 전 작은 풍선을 이용한 시술이 이미 서구에서 시행된 바 있었지만 각광 받지는 못했다고.

“기존 서양에서 1센치 이하 작은 풍선을 이용해 담석을 꺼내는 시술을 하다가 합병증으로 췌장염이 와서 사망한 케이스가 많아 풍선술을 선호하지 않았다”며 “그러나 큰 풍선을 이용하면 췌장염 합병증이 거의 없어 안전하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국내에서부터 붐이 일어난 것”이라고.

그렇다면 왜 유독 작은 풍선에서만 췌장염이 잘 온 것일까. 이에 대해 김 교수는 “풍선이 작다보니 구멍을 작게 만들어서 담석을 꺼내야 했다. 그렇다 보니 시야 확보가 잘 안 되고 이로 인해 여러 번 꺼내는 과정을 반복하다가 풍선 자체가 아닌 기구가 췌장에 자극을 줘서 염증이 생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큰풍선 확장술도 전혀 부작용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이번에는 풍선이 크다보니 넣는 도중 담관이 천공되거나 출혈이 생기는 등의 합병증이 발생했던 것. 이에 김 교수는 합병증을 줄이기 위한 연구와 그에 따른 사례를 모아 케이스별 표준지침을 만들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협착이 있을 경우 사용을 금지하고, 풍선 넣는 자리를 최소한으로 찢어 출혈을 없앨 수 있었던 것. 이어 아예 담관을 찢지 않고 풍선만 넣어도 똑같은 효과를 확인하면서 이에 대한 내용을 모아 발표해나가며 표준 치료로 확정하기에 이르렀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최근에는 보험급여 적용도 받게 됐다. 김 교수는 “시술 풍선이 담도형이 아니고 식도나 위장에 쓰는 풍선이라 그동안 보험 적용을 받지 못했었다”며 “그러나 담관 담석에 효과적이라는 논문들을 대거 제출됨으로써 심평원에서 신기술로 등재 받아 올해부터 보험급여가 적용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국내 유일 점막하종양클리닉 운영…스텐트 개발도 활발

한편 김진홍 교수는 아주대병원에서 전국서 유일한 점막하종양클리닉을 운영하고 있다.

점막하종양이란 위·식도 점막 아래에 존재하는 점막하층 또는 근육층에 생긴 종양을 가리킨다. 김 교수는 “점막하종양은 2~3센치만 되면 외과에서 무조건 자르는 시술을 하는 것이 보통이다”라며 “그러나 위를 다 잘라내면 위와 식도 사이에 괄약근까지 잘려나가 역류성 식도염이나 궤양이 잘 발생한다”고 말했다.

이에 김 교수는 이러한 종양을 내시경으로 잘라내는 수술을 국내 처음으로 시작했다. 그러나 종양의 뿌리가 너무 깊어서 내시경 시술만으로 떼어내기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외과팀과 협업하는 ‘하이브리드 노츠(Hybrid NOTES)’법을 적용한다. 이 치료법은 김 교수팀이 내시경으로 점막하종양 부위의 위벽을 전층(全層)에 걸쳐 전기칼로 도려내어 구멍을 내면 한 교수팀이 복강경 수술로 종양조직을 도려내고 위장을 봉합해주는 방법이다.

나아가 김 교수는 점막하종양을 도려내지 않고 열에너지로 응고시켜 파괴하는 내시경적 고주파 소작술을 점막하종양 치료에 적용하는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고주파 소작술은 현재 자궁근종에 활발히 이용되고 있는 치료법인데 위는 자궁에 비해 내시경이 들어가야 할 통로가 길어서 내시경 접근이 쉽지 않고 소작침도 더 가늘어야 한다”며 “이에 소 자궁을 통해 위에서도 고주파 소작술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 중에 있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2, 3년 뒤에는 수술 없이 소작술을 통해 위 점막하종양을 축소시키는 시술이 가능해 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밖에도 김 교수는 소화기계 질환에 있어 많은 연구들을 진행하며 굵직한 성과들을 발표해왔다. 특히 한국스텐트연구학회를 만들어 초대회장으로 활동하며 직접 스텐트를 개발하고 특허를 내는 한편 상용화하는데도 많은 업적을 남겼다. 최근에는 담도암 환자가 생존 동안 재시술을 하지 않아도 되는 ‘피막형-비피막형 2중 스텐트’를 개발해 소화기연관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발표했으며, 관련 회사와 임상전 스터디를 진행하고 있다.

이 같이 국내를 넘어 세계 소화기의학의 발전에 일조하고 있는 김진홍 교수의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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