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선고로 인식되는 췌장암 인식개선에 학계가 나선다.

대한췌담도학회는 한국췌장외과연구회, 한국췌장암네트워크와 함께 세계 췌장암의 날을 맞아 지난 13일 ‘췌장암의 날’ 행사를 국내 처음 개최했다. 췌담도학회 김호각 이사장은 앞으로 매년 췌장암의 날 퍼플리본 캠페인을 통해 사형선고로 인식되는 췌장암에 대해 바로 알리는 한편, 다른 암에 비해 열악한 환자 지원과 연구에도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다짐이다.

 

올해부터 세계와 발맞춰 11월 13일 ‘췌장암의 날’ 동참

“작년부터 11월 13일을 ‘세계 췌장암의 날’로 정하고 선진 각국 단체들이 ‘World Pancreas Cancer Day’ 네트워크를 만들어 행사를 하고 있습니다. 우리도 이에 동참해 사망선고로 인식되는 췌장암에 대해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고 함께 극복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할 것입니다.”

췌장암은 국내 전체 암종 중 발생율 8위, 사망률 5위에 이르며, 우리나라 10대 암종 중 5년 생존율이 가장 낮은 암이다. 물론 최근에는 수술 술기는 물론 수술 전 후 환자 관리의 발전에 힘입어 췌장절제술 후 사망률은 1~2% 미만으로 줄었다. 그럼에도 췌장암의 5년 생존율은 평균 8.7%로 다른 암과 다르게 지난 20여 년간 거의 향상되지 않은 것. 이에 많은 사람들이 췌장암에 걸리면 사망선고나 다름없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김 이사장에 따르면 췌장암이나 담관암은 조기에 발견해 수술하는 것이 완치의 유일한 방법이다. 그러나 조기 발견이 어려워서 발견 당시 수술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은 것이 문제.

그러나 길이 없는 것은 아니다. 김 이사장은 “항암치료나 내시경치료 등이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다”며 “수술이 늦었다고 치료를 포기하거나 근거 없는 대체치료에 매달리지 말고 주변의 췌담도 전문의를 찾아 상의하고 치료 받으면 생명의 연장과 삶의 질 향상에 많은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전했다.

 

효과 좋아도 적용 못하는 약제·시술들 많아…개선돼야

췌장암의 치료성적이 낮은 이유는 췌장암의 특징적인 증상이 없고 조기진단 방법이 개발되어 있지 않아 80% 이상의 환자가 수술이 불가능한 3, 4기 상태에서 진단되기 때문이다. 아직 효과적 항암제가 개발되지 않아 현재로서 췌장암의 유일한 근치적 치료방법은 수술이기 때문에 수술적 치료가 가능한 초기 췌장암의 비율을 높여야 전체적 치료 성적 향상을 기대할 수 있는것.

즉, 수술적 치료가 가능한 초기에 발견된 췌장암은 잘 치료하면 20% 정도의 환자에서는 완치까지도 바라볼 수 있으며 1기에 수술을 받으면 완치율은 그 2배 이상이 된다고.

김 이사장에 따르면 췌장암은 췌관의 선암으로 다른 장기의 선암과 같은 정도의 항암제 반응을 보인다. 그러나 췌장의 장기의 특성상 췌장이 주변장기와 구별되는 해부학적 구조가 빈약해 인접장기로 전이가 쉽게 되고, 주변 정맥의 흐름이 간문맥을 통해 쉽게 간으로 전이가 될 수 있어서 항암치료 중에도 전이가 조기에 잘 일어나는 것. 김 이사장은 “gemcitabine이 항암제로 소개된 이후 많은 췌장암 환자들에 부작용 걱정 없이 종괴 및 통증 감소, 체중 증가 등 삶의 질 개선에 도움이 되고 있다”며 “현재의 항암치료로는 심평원 보험급여로 인정받고 있는 gemcitabine과 erlotinib의 병합치료나 4가지 항암제의 병합치료인 FOLFIRINOX가 일차 항암제로 많이 처방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보험급여 부분에 있어 아쉬운 점도 많다는 김 이사장. “현재 국제적으로 전이성 췌장암에서 gemcitabine과 paclitaxel 병합치료가 가장 성적이 좋은 치료로 알려져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인정되지 않아서 환자에게 투여하지 못하고 있다”며 “췌장암 생존율이 짧은 만큼 이런 문제는 하루 빨리 해결돼야 한다”고 전했다

한편, gemcitabine 제제로는 보령제약과 한국릴리가 코프로모션하고 있는 ‘젬자(Gemzer)가 있다.

또한 췌장암의 진단 및 치료의 일환으로 적용되는 내시경역행성담췌관조영술(ERCP)서 시행하는 솔질세포 등의 시술도 보험급여 항목에 들어가 있지를 않아서 췌장암 진단에 필수적인데도 보험청구를 못하고 있는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뿐만 아니라 기타 ERCP 중의 여러 시술이 보험수가에 제대로 반영이 되지 않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이 밖에도 “췌장염의 심한 합병증인 가성낭종이나 췌장 괴사에 내시경 치료가 외국에서는 교과서에 수록이 될 정도로 활발히 이용되고 있으나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신기술로 조차 인정되지 않고 있다”며 “실제로 많이 행해지고 있을 뿐 아니라, 수술보다는 훨씬 부담이 적으므로 이 역시 하루 빨리 정식 시술로 인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췌장암, 치료 및 암연구 지원 모두 외면 “안타까워”

췌장암의 날 선포식. 왼쪽부터 김송철 한국췌장외과연구회장, 김선회 한국췌장암네트워크 대표, 김호각 대한췌담도학회 이사장
췌장암의 날 선포식. 왼쪽부터 김송철 한국췌장외과연구회장, 김선회 한국췌장암네트워크 대표, 김호각 대한췌담도학회 이사장

“암 치료 국가 의료비 지원사업이 5대 암에 집중돼 있다 보니 췌장암 환자는 혜택을 거의 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국가 암연구 지원사업도 췌장암에 대한 연구 지원은 거의 없는 실정이죠. 어려움 속에서도 학회에서 다양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만큼 연구지원이 절실합니다.”

췌장암은 발생률 9위에 해당해서 5대 암 지원에는 빠져있지만, 암사망자 수에 있어서는 전체 암종 중에 5위에 해당된다. 특히 국가암정보센터 2014년 자료에 의하면 5,116명이 췌장암으로 사망했다.

국가 뿐 아니라 민간 연구 지원도 마찬가지이다. 췌장암에 대한 효과적인 항암치료가 별로 없고, 신약개발도 최근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보니 연구지원이 턱없이 부족한 현실이다. 김 이사장은 “췌장암 정복을 위해 연관 학회들이 다양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므로, 국가 및 민간의 췌장암 연구 기초 과학 지원이나 임상시험 지원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학회는 올해 창립 20주년을 맞아 다양한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 ‘대한췌담도학회 20주년 기념사’ 발간을 비롯해, 금년 4월에는 창립 20주년 기념 국제학술대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했다. 또한 국제화에 맞춰 최근 6년 사이에는 매 2년 마다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하고 있으며, 특히 2011년 아시아-오세아니아 췌담도학회, 2013년에는 미국, 일본, 유럽을 제외하고는 처음으로 세계췌장학회를 서울에서 개최하기도 했다.

이렇듯 창립 20주년을 계기로 향후 20년을 바라보고 국민에게 이바지하고 회원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미션과 비전 수립을 마련 중에 있다는 김 이사장. 이러한 노력들이 막연한 두려움으로 각인된 췌장암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한 인식에 희망의 불씨를 지펴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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