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비만 문제가 점점 심각해지고 있는 가운데 비만학회가 해결에 적극 나서고 있다.

비만학회는 비만예방의 날과 비만예방 주간을 맞아 지난 10월 아동비만의 심각성을 알리는 다양한 행사를 펼쳤다. 유순집 이사장(가톨릭대학교 부천성모병원 내분비내과)은 유사 이래 없었던 소아-청소년 비만의 심각한 증가세와 함께, 성인비만으로 연결되는 악순환의 고리를 잘라내고자 다양한 방법을 통해 국민 속으로 더욱 가까이 다가가겠다는 다짐이다.

 

‘부모가 바뀌어야 아이들이 바뀐다’…비만예방의 날 다양한 행사

“현재 소아-청소년 비만에 따른 대사증후군이 유래 없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이젠 심각성을 인식하고 비만을 성장의 과정쯤으로 안이하게 생각하던 인식이 달라져야 합니다. 특히 저소득, 소외 계층에서 소아-청소년 비만이 많은 만큼 각별히 사회에서 더 큰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대한비만학회는 복지부와 함께 ‘비만예방의 날’과 ‘비만예방 주간(10월 11~17일)’을 맞아 ‘하이 파이브(High-Five) 2015, 부모가 바뀌어야 아이들이 바뀐다’를 캐치프레이즈로 정하고 다양한 행사를 펼쳤다. 한국체육대학교와 함께 올림픽공원에서 ‘엄마 아빠와 함께하는 한걸음의 재발견’이라는 주제로 ‘제 19회 Fun&Run Health Camp’를 비롯해 기념식과 소아·청소년 비만 예방 및 관리를 위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이 같이 대한비만학회가 소아비만 예방에 집중하고 있는 이유는 현재 소아-청소년비만은 성인 비만으로 바로 연결되며, 더불어 당뇨병 및 대사증후군 등으로 진행되어 이미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는 인식 때문이다.

유 이사장은 작년 기준 “소아·청소년 비만 유병률은 15%에 육박하고 있다”며 “특히 소아·청소년 비만 증가율이 가장 빠르고 80%가 성인 비만으로 이어지므로 부모의 생활습관 변화가 우선돼야한다”고 강조했다.

학회가 매년 개최하는 ‘Fun&Run Health Camp’ 행사도 이러한 인식 변화를 위한 시도 중 하나다. 이 캠프는 소아·청소년과 부모가 함께 경험할 수 있는 실내외 활동이 다채로운 행사로 50가족이 참여했다. “이 행사는 한국체대 선생님들이 함께 참여해 아이들에게 엘리트 체육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종일 재미있게 운동을 할 수 있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 마련한 것”이라며 “어릴 때부터 엘리트 체육의 노출을 통해 자연스럽게 사회체육으로 옮겨감으로써 운동이 생활화 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소아비만 소외계층서 많아…사회·학교가 보듬어야

유 이사장이 지적하는 소아비만의 문제점 중 하나는 소외된 계층에 많다는 것이다.

“비만은 우리나라의 급속한 경제 발전에 따라 증가한 것은 맞지만, 그 이면에서 소외된 계층에서의 비만은 관심이 가려져 있다”며 “경제적으로 안정된 계층은 스스로 관리를 잘 할 수 있는 환경을 확보할 수 있지만 소외된 계층은 비만해질 수밖에 없는 환경에 쉽게 노출되어 있으며, 소외 계층의 아동-청소년의 비만은 방치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즉, 소외된 계층의 아이들이 운동을 올바로 배워서 마음껏 운동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지 못한 실저이며, 라면, 햄버거 등의 정크푸드에 쉽게 노출될 뿐 아니라 함께 놀아줄 친구가 없는 생활이 쳇바퀴처럼 돌아가다 보니 가난의 대물림이 비만의 대물림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

“더 이상 그런 아이들을 방치하지 말고 보듬을 수 있도록 학교와 사회가 먼저 달라져야 한다”며 “이러한 소외된 계층의 소아-청소년들도 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는 사회 환경 및 인식 변화를 이끌어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학회는 이러한 문제를 정부에 지속적으로 제기, 건의하고 있다. 유 이사장은 “학회에서는 직접 해결에 나설 수 있는 부분이 아니므로 현재 상황에 대한 실제 자료를 면밀히 분석하여 비만의 날 토론회 등을 비롯한 비만을 주제로 한 다양한 정책 토론회에서 정부나 사회단체에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고 있다”며 “소아-청소년 비만은 개인의 문제라기보다는 사회의 급격한 변화에 대한 부적응 문제로 볼 수 있으며 사회가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전했다.

정부에서 비만에 대한 다양한 노력을 하고는 있으나 부처별로 나뉘어 시행하고 있기 때문에 통합된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는 아쉬움을 토로했다. “하나로 통합된 정부의 비만정책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장기간 안전한 체료제들 등장…앞으로 새 치료제 개발도 기대

“기존에는 부작용 등으로 장기간 사용할 수 있는 비만치료제를 찾아보기 힘들었지만, 현재는 장기간 안전이 입증된 비만치료제와 당뇨병 환자에서 혈당과 체중을 동시에 줄여줄 수 있는 약제들이 개발되어 치료 선택폭이 높아졌습니다.”

시부트라민이 심혈관계 부작용으로 퇴출된 후 올해 초 장기처방이 가능한 식욕억제 약물 벨빅이 출시되면서 비만 약물 치료가 다시 활기를 띄고 있는 상태다. 유 이사장은 “현재로서는 FDA의 허가를 받은 가장 안전한 약으로 2년까지 데이터가 있으므로 최소한 2년은 마음 놓고 쓸 수 있을 것”이라며 “그러나 약제 복용 만으로 드라마틱한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생활습관 개선 노력을 동시에 해야 유의한 효과를 볼 수 있으며, 미용-성형 목적 등으로 오남용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전했다.

또한 최근에는 SGLT2 억제제(Dapagliflozin, ‘포시가’)의 등장으로 당뇨병을 동반한 비만 환자에게 매우 유용한 치료 옵션을 제공하고 있다. “SGLT2 억제제는 비만한 당뇨병 환자에게 혈당과 혈압 조절뿐만 아니라 체중 감소 효과도 있다”며 “실제 임상에서 초기에는 마치 아기 다루듯이 조심해서 사용하면 부작용 없이 혈당, 혈압 조절과 더불어 체중 조절도 꽤 잘 돼서 비만한 당뇨병 환자에게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비만은 근본적 욕구인 식욕과 연관돼 있고 뇌 안의 여러 물질들이 상호작용하므로 치료제 개발이 쉽지는 않다”며 “그러나 현재 많은 후보 물질들이 대기하고 있으므로 새로운 치료제 개발에 대한 희망은 매우 크다”고 전했다.

한편, 유 이사장은 앞으로 학회의 방향을 국민 속으로 들어가는 ‘정책 학회’가 될 것, 이번 11월 12~15일 워커힐에서 열리는 첫 국제학술대회(ICOMES)를 통해 국제화 추구하고, 마지막으로 학회지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해 학회지의 세계화에도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사회적으로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국민 비만 해결을 위해 국민 속으로 한걸음 가까이 다가가는 비만학회의 열정과 노력에 기대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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