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만에 이상지질혈증에 대한 개정된 치료지침이 나왔다.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는 지난 11일~12일 열린 추계학술대회에서 이 치료지침을 발표했다. 박경수 이사장은 우리나라 질병유형은 미국과 달라 한국인에 맞는 지침 제정이 필요하다며, 앞으로 근거에 입각한 치료지침 제정을 위해 상시 연구를 진행하는 한편, 국민과 의사들 교육도 더욱 확대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개정 치료지침, 고위험군 분류 등 더욱 세분화

“이번 이상지질혈증 개정판의 가장 큰 변화는 위험군 중에 초 고위험군을 따로 분류했다는 것입니다. 또한 당뇨병 및 노인 집단뿐만 아니라 뇌혈관질환, 만성신질환, 소아청소년기, 임신 및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 등 다양한 특수 집단에서의 치료지침을 제시했습니다.”

한국인에서 이상지질혈증 유병률이 최근 10년간 크게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심혈관질환 또한 급속히 증가하고 있어 이러한 변화에 맞는 적절한 이상지질혈증의 치료가 절실한 상황이었다.

한편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2013년 국민건강영양조사자료 및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를 바탕으로 한 이상지질혈증 통계자료(Dyslipidemia Fact Sheet)도 함께 발표 되었는데 이상지질혈증을 고LDL콜레스테롤혈증, 고중성지방혈증 및 저HDL콜레스테롤혈증 중 하나라도 가지고 있는 경우로 정의했다. 이에 따르면 30세 이상 성인의 절반인 47.8%가 이상지질혈증을 가지고 있으며, 이 수치는 남자는 10명 중 6명(57.6%), 여자는 10명 중 4명(38.3%)에 해당하는 수치다. 연령이 증가하면서 이상지질혈증은 증가하는데 특히 여성의 경우 50대 이후에 급증했다.

이러한 기준에 따르면 30세 이상 절반이 이상지질혈증에 속하는 것인데, 이는 질환군을 너무 넓게 잡은 것이 아니냐는 의문도 든다. 이에 대해 박 이사장은 “고LDL콜레스테롤혈증, 고중성지방혈증, 저HDL콜레스테롤혈증의 세 가지 질환이 모두 포함된 것이라 범위가 매우 넓어 보이지만 각각의 질환으로 따지면 15.5%, 18.6% 그리고 28.4%라며 “경각심은 좋지만 절반이라는 수치에만 너무 큰 의미를 둘 필요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눈에 띄는 부분은 고중성지방혈증의 경우 남성이 4배 정도 높았고, 특히 젊은 층에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박 이사장은 “이번 통계자료에는 연령대나 특정 집단에 대한 이러한 세부분석이 많이 포함돼 있다”며 “실제 치료나 관리에 있어서 이러한 분석은 매우 중요한 척도가 된다”고 전했다.

 

미국과 다른 한국 치료지침 발표 ‘주목’

한편 지난 11일~12일 열린 제4회 국제지질동맥경화학회와 제50차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는 새로운 최신 연구들이 대거 발표됐다.

특히 이번에 국내 이상지질혈증 개정 가이드라인이 나온 만큼 미국 가이드라인과 비교해 보는 발표들이 주목을 받았다. 박 이사장은 “미국과 우리나라의 가이드라인은 차이가 있다”며 “예를 들면 미국은 LDL 콜레스테롤이 매우 높거나 당뇨병, 죽상경화에 의한 심혈관 질환이 있는 등 심혈관질환의 위험도가 높은 경우는 LDL 콜레스테롤의 목표기준을 정하지 않고 무조건 스타틴을 쓰라는 입장이지만, 우리는 심혈관질환 위험정도에 따라 LDL 콜레스테롤 수치를 얼마까지 낮추는 목표가 있다”는 것.

또한 약물 치료에 있어서도 “미국 가이드라인에는 LDL콜레스테롤 저하에 스타틴만 권고하고 있으나 우리 가이드라인은 스타틴을 사용해도 LDL콜레스테롤 목표치에 도달하지 못하는 경우 ezetimibe 등 다른 약제를 병용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미국의 새 가이드라인은 RCT증거가 있는 것만을 엄격하게 반영했기 때문”이라며 “그러나 최근 급성관동맥증후군환자에서 스타틴에 에제티미브를 추가한 경우, 스타틴만 사용한 군에 비해 LDL콜레스테롤을 더 낮추고, 심혈관질환 발생위험을 낮춘다는 이중맹검연구결과(IMPROVE-IT)가 NEJM에 발표되었는데, 이러한 새로운 결과는 우리 치료지침과 더 잘 부합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같이 우리나라가 미국 진료지침을 따르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박 이사장에 따르면 그 이유는 첫째, 허혈성 심혈관 질환 발생위험이 서양인보다 낮고, 이상지질혈증 치료의 심혈관질환 예방효과를 본 연구가 충분하지 않을 뿐 아니라, 두 번째는 약제에 대한 반응도 서양인과 달라 동일 스타틴 용량에서 LDL콜레스테롤 강하율이 더 높은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들로 우리가 미국 기준을 꼭 따라갈 이유가 없는 것”이라며 “그러나 한국인에 적합한 이상지질혈증 치료지침 제정을 위해서는 더 많은 임상근거가 필요하며 이를 위해 임상연구위원회에서 심혈관질환 발생 예측모델 등 꼭 필요한 임상연구를 학회주도로 진행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 환자군 등록 시작

“이상지질혈증의 진단과 치료 관련 새로운 연구결과들이 계속 나오고 있으므로, 지속적으로 진료지침을 업그레이드 해 나갈 예정입니다. 이를 위해 연구위원회의 연구를 상시 연구로 전환해 부족한 데이터들을 계속 수집해 나갈 것입니다.”

이러한 일환으로 현재 임상연구위원회에서는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 환자군 등록을 시작했다. 이들 환자들의 국내의 유병율 및 임상적 특성 규명은 물론, 최근 PCSK9억제제 등 새로운 치료제들이 나오고 있어 적극적인 치료를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와함께 학회는 국민뿐 아니라 의사들 교육도 더욱 강화할 방침이다. 매년 4회 전국을 돌며 진행하는 연수프로그램(GLAM: Guidelines for lipid and atherosclerosis management)을 확대해, 개원의나 전문의 외에 전공의, 전임의 등으로 대거 넓혀 나갈 예정이다.

특히 학회는 4회째 국제학회를 개최한 만큼 국제화에 더욱 매진해 내년 학술대회부터는 유럽 동맥경화학회 등 다른 학회들과 공동주관 세션도 만들 방침이다.

국제적 학술 활동과 함께 새로운 환자군을 적극적으로 찾아내 진료지침을 끊임없이 업그레이드 하며 학회 본연의 역할을 충실히 해 나가고 있는 지질동맥경화학회의 활동을 더욱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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