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질을 극심하게 떨어뜨리는 두통에 대한 치료법이 최근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이러한 국내 두통 치료의 학술 발전을 이끌어 온 대한두통학회가 국민 뿐 아니라 의사들에게도 두통에 대한 인식과 치료에 대해 제대로 알리는 데 팔을 걷어붙였다. 김병건 신임회장은 내년 두통의 날 제정과 두통 홍보대사 위촉, 교과서 발행을 비롯해 데이터베이스 구축 및 전국 1차 의료기관 보수교육을 통해 두통 분야를 대내외적으로 알려나갈 예정이다.

 

편두통, 뇌졸중 보다 경제적 손실 많아

“편두통은 국내 성인 5명 중 한명이 겪고 있는 매우 흔한 병입니다. 하지만 개인에 따라 증상이 매우 다양해 진단이 어려울 수 있고 치료 필요성에 대해 환자는 물론, 의사들조차도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환자의 5분의 1 미만에서만 제대로 치료하고 있는 현실입니다.”

WHO의 세계질병부담(global burden of disease) 조사에 따르면 가장 유병율이 높은 질환 두 번째와 세 번째가 각각 긴장형두통과 편두통이다. 그 중 편두통은 두통질환 중 가장 중요하고 활발하게 연구되는 분야이며, 치료법도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김 회장은 “편두통은 모든 질환 중 8번째로 질병으로 인한 부담이 큰 질환”이라며 “2012년 당뇨나 뇌졸중보다 경제적 사회적 손실이 더 크다는 WHO의 연구 결과가 나오면서부터 편두통 치료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환자수로 따지면 긴장형두통이 더 많지만 긴장형두통은 통증 강도가 약하고 진통제로도 조절이 잘 된다. 그러나 편두통은 통증의 강도가 크고 삶의 질도 매우 떨어뜨리는 병으로, 편두통 환자의 11.1%가 지난 3개월간 평균 3일 동안 직장, 학교, 집안을 전혀 할 수 없는 경험을 한다는 것.

“편두통은 참으면 되는 병으로 생각하고 참는 환자들이 많아서 두통을 만성화시키고 삶의 질을 매우 떨어뜨린다”며 “게다가 환자 뿐 아니라 의사들도 치료의 필요성을 못 느끼거나 소홀히 여기는 경우가 많아 학회에서 교육 및 홍보를 통해 적극 알릴 계획”이라고 전했다.

 

80년대 말부터 본격 연구…급성기·예방약 발전 거듭

세계적으로 두통이 학문으로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1990년대부터이다. 대한두통학회도 그 무렵인 1998년 대한두통연구회로 시작됐다.

김 회장은 “그 전에는 편두통은 치료가 잘 안 된다고 생각했다가 80년대 말 급성기 치료제인 ‘수마트립탄’이 나오면서부터 치료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며 “그 이후 다양한 트립탄 제제가 급성기 치료약으로 출시되면서 세계적으로 두통 치료에 관심이 높아지고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었다”고 전했다. 또한, 2000년 초반에는 항전간제인 토피라메이트가 편두통의 예방약제로 허가를 받으면서 급성기 뿐 아니라 예방에 있어서도 치료가 활발해졌다. 토피라메이트는 기존의 예방약제들인 플루나리진, 프로프란올롤, 아미트립틸린 및 발포르산 등의 예방약제 와는 다른 기전의 약제로 예방약제의 선택폭을 확대시켰다. 그 이후로는 새로운 약의 개발이 주춤하다가 2010년 보톡스가 만성편두통에 활용되면서 만성편두통 치료의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되었다.

현재는 CGRP라는 두통을 유발하는 신경전달물질의 항체를 이용한 약물이 예방약제로 개발되고 있어 많은 가장 유망한 약제로 기대가 되고 있다. 김 회장은 “CGRP 길항체 또한 예방약으로 임상이 진행되다 간수치를 높이는 이유로 중단됐지만, 향후 급성기 약물로 재출시될 전망”이라고 전했다.

이 같이 두통 치료에서는 급성기와 예방약의 적절한 조절과 동반된 질환에 따른 예방약제의 선택이 관건이다. 우울증이 동반된 편두통의 경우 삼환계항우울제나 벤라팍신이 효과적이며 불안이 동반된 경우 부스피론을 시도해볼 수 있다. 김 회장에 따르면 보통 한 달에 두 번 정도 아프면 진통제를 먹도록 하고, 일주일에 한 번 이상 아플 때는 예방약을 쓰는 것이 일반적이 원칙이다. 일주일에 두 번 이상 진통제를 복용하게 되면 약물과용두통이 생기게 된다. “이를 막기 위해 진통제는 일주일에 2번 이하로 제한하고 예방약을 통해 진통제를 쓰지 않거나 적게 쓰도록 조절한다”면서 “예방약을 먹으면 두통의 빈도가 줄어들고 통증 강도가 약해져 진통제 투여 횟수를 줄일 수 있고 진통제에 대한 반응도 개선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러한 약물 이외에도 침습적 치료방법과, 신경자극을 통하여 통증을 완화시키는 새로운 장비들도 속속 출시되고 있어서 편두통 치료에 많은 발전을 불러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두통의 날 제정, 전국단위의 보수교육 등 대국민·대의사 교육강화

“올 초부터 두통의 날을 정하고 홍보대사 위촉 등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또한 전국을 돌며 두통보수교육을 실시하고, 내년 두통교과서 발행과 두통진료지침도 새로 만들 예정이며, 두통 데이터베이스도 구축할 계획입니다.”

지난 7월 5일 열린 두통학회 춘계학술대회를 기점으로 김재문 전임 회장에 이어 신임회장으로 임기를 시작한 김 회장이 제시한 앞으로 할 일들이다.

1,450여 명의 회원들이 활동하고 있는 대한두통학회는 일본, 대만과 함께 아시아에서 두통 학술을 선도해 나가고 있다. 2005년 한일 두통학회 개최로 국제 학회 포문을 열었으며, 2010년에는 아시아두통학회를 국내 개최한 데 이어 내년에 다시 한번 아시아두통학회를 한국에서 개최한다.

김 회장은 특히 아직 국민 인식이 미진한 두통에 대한 대국민 홍보를 대대적으로 펼쳐나갈 계획이다. 또한 의사들의 교육도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다. “많은 두통 환자들이 가족뿐만 아니라 의사들조차도 알아주지 않는다고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며 “바쁜 외래에서 오랫동안 문진을 해야 하고 치료약물에 익숙하지 것도 한 이유”라고 지적했다.

이에 학회는 전국을 돌며 지역 일차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두통 치료에 대한 보수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대구, 부산에 이어 오는 9월 12일 전남대병원에서 광주, 전남 지역 보수교육을 실시할 예정이다.

김 회장은 마지막으로 의사들이 기피할 수밖에 없는 수가 체제에 대해서도 한 마디 했다. “편두통이 가장 많은 나이는 30대로 경제적 손실이 매우 클 수밖에 없다”며 “불필요하고 비싼 많은 검사보다 시간의 개념으로 수가를 개선하고, 예방 쪽에 더 투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회가 복잡해지면서 앞으로 급증할 수밖에 없는 두통에 대한 연구를 아시아에서 선도해 나가며 국민들의 아픈 머리를 책임지는 두통학회의 활약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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