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취과에도 첨단 ‘맞춤의학’의 바람이 불고 있다.

마취 약물별로 환자 특성에 따른 약물의 모델링을 적용해 맞춤 의학을 구현하는 ‘마취약리학’이 발전을 거듭하며 주목받고 있다. 계량약리학 및 의공학이 접목된 학술로 정통 마취과의 순수 학문을 첨단 맞춤 학문으로 변모시키고 있는 대한마취약리학회 정성욱 회장을 만나 ‘마취약리학’의 모든 것을 들어봤다.

 

마취와 계량약리학이 만난 맞춤 의학 ‘마취약리학’

“기존에는 마취를 할 때 임상의의 경험에 근거해 투여해 왔다면, 우리 학회에서는 약물별로 환자 특성에 따른 약물의 약동/약력학에 근거한 맞춤 투여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이같이 마취의학과 계량약리학이 만난 것이 ‘마취약리학’ 입니다.”

학회는 지난 8월1일 서울아산병원 전산교육실에서 ‘선형회귀분석 워크숍’을 실시했다. 제목만 들어도 쉽지 않은 분야임이 직감된다. 정성욱 회장(전남의대 마취통증의학과)은 “마취약리학 분야 및 이의 근간이 되는 선형회귀분석 등은 의사들 사이에서도 매우 어렵고 잘 모르는 분야”라고 말한다.

즉, 마취약리학은 계량약리학을 기본으로 약물에 대한 약동학/역력학 모형을 사용하여 환자의 특성에 따라 약의 투여를 맞춤화 할 수 있는 일종의 ‘맞춤 약물학’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NONMEM (nonlinear mixed effect modeling)’이라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통해 약제 별 모델을 만들어 환자에게 투여한다. 이 NONMEM의 통계적 기반이 되는 것이 ‘비선형회귀분석’이며, 이 모든 이론의 바탕이 되는 것이 8월 1일 워크샵에서 교육한 ‘선형회귀분석’인 것이다.

이번 워크숍에서는 통계학자인 IBK 경제연구소의 강맹수 박사가 단순회귀분석과 다중회귀분석 두 가지 주제로 나누어 강의를 진행했으며, 마취과 대학교수 및 의료시스템학과 교수 등 40여 명이 참석했다.

진입장벽이 높고 어려운 분야이다 보니 아직 잘 모르거나 관심을 갖지 않는 마취과 의사들도 많다. 이에 대해 정 회장은 “자동차 운전에 부속을 다 알지 못해도 운전은 할 수 있는 것처럼 선형회귀분석을 몰라도 프로그램과 기존 모델링을 통해 투여를 할 수는 있다”며 “그러나 더 좋은 모델을 만들기 위해서는 운전만 할 줄 알아서는 안 된다. 실제로 전공의들의 NONMEM을 통해 얻어진 약물의 모형을 이용한 마취가 늘어나고 있으므로 대학교수들이 선형회귀분석 같은 원리를 배우는 것은 필수”라고 전했다.

 

환자 특성별 적정량 투여하는 모델링 구축

위에서 언급했듯이 마취약리학을 가능케 하는 컴퓨터 프로그램인 NONMEM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약제별로 약동/약력학 모형을 얻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러한 모델링을 구축하는 것이 학회에서 하는 중요한 연구 분야중 하나인 것.

이에 대해 학술이사인 노규정 교수(서울아산병원 마취통증의학과)는 “모델링이란 마취 약물이 투여된 여러 환자들의 피를 뽑아서 약물 혈중 농도를 통해 모델을 만드는 것”이라며 “이를 통해 같은 모델을 갖고 있는 환자들에게 가장 적정량을 투여하는 것으로, 나아가 개인의 유전자 정보까지도 넣을 수 있도록 발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즉, 이러한 모델링은 마취 약물마다 필요하다. 예를 들면 대원제약에서 만든 프로포폴은 노규정 교수가 만든 ‘노모델’이라는 공식명칭으로 마취과에서 사용하고 있다.

그렇다면 마취약제 별로 모형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노 학술이사는 “그 동안은 의사의 경험적으로 환자 상황에 따라 마취 약물을 가감해 왔다”며 “그러나 같은 약이라도 환자 특성에 따라 효과가 달라지므로 특성이 다른 환자마다 모형을 이용하여 과학적 근거로 약물을 투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의공학과 함께 발전…“미래 마취의학의 트렌드 될 것”

정성욱 회장과 노규정 학술이사
정성욱 회장과 노규정 학술이사

“대한정맥마취학회로 시작한 학회는 약리학의 필요성을 느끼고 2009년 ‘대한마취약리학회’로 변모했습니다. 최근에는 수학적 개념과 함께 의료공학적인 개념이 합쳐져 발전하면서 또 한 단계의 도약과 변화를 추구하고 있습니다.”

이같이 발전 방향에 따라 앞으로는 ‘마취약리학기술학회’로의 명칭 변화도 모색하고 있다는 정 회장.

이같이 마취약리학은 수학적인 통계와 의공학, NONMEM이라는 프로그램에 따른 의료기기와 마취의학이 콜라보레이션 된 학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학회는 제작년 과학기술원 의료기시스템학과와 MOU를 맺고 함께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서울대 의공학과와도 MOU를 추진하고 있다.

또한 학술에서도 이러한 조화를 위한 프로그램을 마련해 학술대회 및 워크숍을 다양하게 진행하고 있다. 일례로 지난 추계 학술대회 때는 의료기기 업체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생리학 강연 프로그램을 개설해 큰 호응을 얻었다. 의료기기 개발에 있어서도 기본적인 의료지식을 갖춰야 경쟁력 있는 제품이 개발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노 학술이사의 진두지휘 아래 전 세계 최초로 의료기기 업체 대상 ‘생리학’ 강의록을 발간하기도 했다.

학회원 구성도 마취과 전문의 150명을 비롯해, 전공의, 간호사 회원은 물론 의공학자 등도 회원으로 넓혀나가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전공의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전공의 교육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올해 역시 다가오는 9월 첫째 주 토요일 5회째 전공의 교육이 진행될 예정이다.

이 밖에도 학회는 매년 1월 불확도 심포지엄, NONMEM 워크샵, 4월 춘계학회, 8월 선형회귀분석 워크샵, 9월 전공의 교육, 10월 의료기기 심포지엄 등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정 회장은 “이런 학술분야를 몰라도 마취과 의사로 사는 데 불편은 없다. 그러나 앞으로 마취학의 트렌드가 될 마취약리학에 대해 제대로 알고 싶다면 환자별로 딱 맞는 마취약제 용량을 연구하고자 하는 과학적 성찰과 배움의 욕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본연의 전문과 보다는 인기 분야에 따른 본질을 벗어난 학회들이 우후죽순 생겨나는 가운데, 본연의 학술에 더욱 철저한 연구로 발전을 이끄는 마취약리학회가 새삼 주목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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