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를 기반으로 한 맞춤치료로 암 치료의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다.

1, 2대 노동영 병원장에 이어 지난 2월 제 3대 서울대암병원장으로 부임한 김태유 병원장은 이같이 유전체 기반 맞춤치료를 연구해 온 전문가이다. 김태유 병원장은 현재 국책과제로 암환자들의 유전체 정보를 분석하여 캔서 패널이라는 맞춤진단법의 상용화를 주도하고 있다. 또 맞춤치료센터를 개설함으로써 새로운 암 치료의 패러다임을 이끌고 있다.

 

맞춤치료 실현 위한 ‘유전자 분석’ 연구 진행

“기존 암 치료와 진단의 패러다임이 수술, 항암, 방사선이었다면, 최근에는 유전자 변이를 타깃으로하는 표적치료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우리 암병원에서도 복지부 연구중심병원과제의 일환으로 암유전체 패널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암 맞춤치료를 실현하고자 합니다.”

김태유 병원장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암 연구의 눈부신 발전이 있었으며, 그 중심에는 3가지 키 포인트가 있다.

첫 째는, 암에 대한 기초연구가 누적되면서 암이 유전자 변이에 의한 것이라는 것을 확신하게 된 것이다. 두 번째는 이러한 유전자 변이를 타깃으로 하는 표적치료제가 많이 개발된 것. 그리고 마지막으로 유전자변이를 분석할 수 있는 첨단기술이 개발됨으로써, ‘캔서 패널(Cancer Panel)’이라는 암 맞춤치료 진단법에 대한 관심이 세계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김 병원장은 “기존 암 치료가 일률적인 치료로 진행됐다면, 이제는 캔서 패널을 이용하여 암환자 개인별로 수백 개의 유전자를 분석해 각자에게 맞는 치료를 디자인하고 예측하는 맞춤치료 쪽으로 트렌드가 변하고 있다”며 “캔서 패널은 유전체 분석에 따라 맞춤 치료를 디자인 할 수 있는 진단법”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일환으로 서울대암병원에서는 복지부의 연구중심과제로 5개 암을 대상으로 약 1500예의 유전자 분석을 진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캔서 패널이라는 새로운 분석기술을 검증하는 과제를 맡은 것.

이렇듯 암 맞춤치료를 실현할 수 있는 캔서 패널에 대해서는 최근 열린 대한암학회에서도 주요 이슈로 다뤄진 바 있다. 특히 대한암학회는 세계적 미국 유전체 분석진단 장비 업체인 일루미나의 지원을 받아 한국의 암유전체 분석 컨소시엄을 구성,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캔서 패널 연구 진행을 준비하고 있는 상태다.

 

맞춤진단법 ‘캔서 패널’, 빠른 상용화와 함께 규제도 필요

이 같이 유전체를 기반으로 암 치료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지만, 국내에서 캔서 패널이 상용화되기까지는 난관이 많다.

현재 암 유전자 검사는 법에 규정돼 있는 범위에서만 진행이 가능하며, 캔서 패널의 경우는 국내서 아직 인정받은 기술이 아니므로 비용을 받고 진행할 수 없다. 따라서 현재는 병원별로 연구단계 수준이며, 이러한 연구 결과를 토대로 식약처에서 의료기기로 허가를 받은 후 복지부에서 신의료기술평가 및 급여타당성이 검토되어야 임상 실용화가 가능하다.

최근 산자부에서도 캔서 패널을 우리나라에서도 개발해야 한다는 점을 공감하고 국책과제를 통해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김 병원장은 “현재 3년 과제로 진행되고 있는데, 복지부 심사까지 모두 받으면 5년은 걸릴 것”이라며 “그러면 이미 신의료기술이 아닌 구의료기술이 될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이에 김 병원장은 현재 서울대암병원에서 진행 중인 1500예의 유전체 분석자료와 다른 병원들의 연구 자료를 합쳐서 신속히 실용화될 수 있도록 정부에 건의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중요한 기술로 인정되면 심사과정 유예 등으로 상용화를 앞당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 병원장은 유전체 검사가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을 것처럼 오해해서는 안 된다고 조언한다. “캔서 패널을 통해 검사해도 혜택 받을 수 있는 환자는 2~30% 정도이고, 그 중에서도 정확한 치료약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경우는 5~10% 정도 밖에 안 된다”며 “이에 정부에서도 남용을 우려하고 있다. 상용화도 중요하지만 규제도 필요한 이유”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전 의료기관에 허가를 하기 보다는 지역마다 몇 군데를 지정해서 암이나 선천기형 등 선별적으로 허용하면 남용의 문제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한편, 2017년부터 대한유전체학회장을 맡는 김 병원장은 이러한 내용이 포함된 유전체 검사 표준화 지침을 만들어 의료기관에서 검사할 수 있도록 법을 통과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본원과 치료-입원 연계로 효율화…의료의 질로 경쟁”

“우리 암병원은 대규모 암센터에 비해 규모가 크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서울대병원과 유기적인 연계로 효율적인 암 치료와 연구를 실현하고 있습니다. 이제 암병원은 규모 경쟁이 아닌 암 환자에게 필요한 맞춤치료와 유전체 진단 등 의료의 질로 승부해야 합니다.”

서울대암병원은 202병상 규모로, 여타 빅5 병원들의 암센터에 비하면 3분의 1 정도다. 그러나 대규모 암센터들이 투자대비 고전하고 있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러한 현실에서 서울대암병원은 본원과의 유기적인 연계로 규모의 경쟁이 아닌 의료의 질 경쟁을 하고 있는 것.

서울대암병원은 외래와 낮병동, 임상연구 중심으로 이뤄지고, 입원은 대부분 본원에 한다. “실제 본원의 1500베드 중 암 환자가 3, 40%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다른 대형 암센터에 비하면 병동 규모도 결코 적지 않다”며 “지난 6월 말까지 외래에서 입원, 수술까지 본원과 유기적으로 연계하는 혁신적 개선을 마쳤다”고 소개했다.

그리고 최근에는 암맞춤치료센터를 오픈하고, 15분 진료를 선언했다.

“맞춤치료센터는 기존 치료로 치료되지 않는 암환자에게 유전체 검사를 통한 새로운 약을 시도하기 위한 센터”라며 “이러한 매커니즘을 환자가 이해할 시간을 주자는 의미에서 15분 진료를 선언한 것”이라고 전했다. 맞춤치료센터는 3층에 진료실을 새로 만들었으며 4월에 시작해 9월부터 본격 운영될 예정이다.

유전체 연구를 통한 다양한 표적항암제의 임상연구를 주도해 오며, 유전적 특성에 맞는 맞춤치료 연구에 매진해 온 김 병원장. 암치료의 패러다임을 선도함으로써 암환자들에게 대한 새로운 희망을 전해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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