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연령층을 위협하는 간암 예방을 위해 C형간염 국가검진 포함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대한간암학회는 간암이 한창 활동기인 30~60대의 암사망 원인 1위를 차지하는 만큼 간암의 조기검진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간암의 주요 원인 중 하나인 C형간염을 생애전환기 국가검진에 포함할 경우 ‘비용대비 효과적’ 예방이 가능하다는 점을 데이터로 제시, 학술대회 등을 통해 적극 알려나가고 있다.

 

잊혀진 질환 ‘간암’, 생산연령대 여전히 위협

“현재 정부 정책기조는 암성질환과 심혈관계 질환으로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전체적 통계로 본 사망원인이 아닌, 고령화 사회로 가는 상황에서는 젊은 층 사망원인이 높은 쪽의 지원이 더욱 절실합니다.”

현재 사망원인 1위는 암, 2위는 심혈관계 질환이다. 그러나 암도 하나의 질환으로 봐서는 안 되고, 각각 암의 특성과 사망 연령대를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 엄 차기회장의 설명이다.

또한 암의 발생율과 사망률도 유의해서 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위암은 사망률이 3위, 대장암은 4위, 간암은 발병률은 4~5위에 해당하지만 사망률은 2위로 폐암 다음으로 높기 때문.

“폐암은 호발 연령대가 70대이지만, 간암은 최대 호발 연령대가 60대 초반으로 30~50대에서 압도적으로 발병할 뿐 아니라 사망률도 1위”라며 “생산연령대 사망률이 높아서 국가 경제적으로도 문제가 심각하다”고 강조한다. 특히 간암은 간경화증에서 대부분 진행되므로 이 둘은 하나로 합쳐서 위험률을 따져야 한다는 점도 덧붙였다.

“B형 간염 백신이 나오고 간암 치료 성적도 좋아지면서 경각심이 줄어들어 ‘잊혀진 질환’이 되었지만, 간암은 최근 15년간 여전히 사망률이 증가하고 있는 상태”라며 “특히 B형 간염 예방백신이 등장한지 30년이 됐으므로 백신 이전 세대는 과거 유병률을 그대로 가지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즉, B형간염 백신이 30년 전 등장해 간암발생률이 대폭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실상 백신 이전 세대들이 간암 최대 호발 연령대인 60대를 향해가고 있으므로 백신으로 인해 간암이 줄어들 때까지는 향후 20여 년은 더 걸릴 것이라는 설명이다.

 

생애전환기 국가검진에 ‘C형간염 검사’ 포함해야

좌측부터 간암학회 김윤준 총무, 엄순호 회장,임영석 간암등록사업위원장
좌측부터 간암학회 김윤준 총무, 엄순호 회장,임영석 간암등록사업위원장

간암학회에서 강조하는 점은 췌장암 같은 암은 일찍 발견해도 치료를 못하는 경우가 많지만, 간암은 일찍만 발견하면 가장 효과적으로 완치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모든 암이 마찬가지로 조기발견이 중요하지만, 비용대비 효과를 따져보면 간암만큼 조기발견이 유용한 경우도 드물다는 것. 간암 위험군은 ‘간경화증’, ‘B형간염’, ‘C형간염’ 환자로 명확하기 때문이다. “위암은 전체적 스크리닝 검사를 해야 하지만 간암은 이 세 위험군에 대해 감시 검사만 하면 된다”며 이를 통해 “위암보다 10배 정도 비용 효과적인 예방이 가능하다”고 강조한다.

물론 국가암검진사업에 간암이 포함돼 있지만 비효율적인 면이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간암 검진 대상자는 40세 이상 남녀로 병원에서 세 가지 질환(간경화증, B형간염, C형간염) 코드에 한 번이라도 입력된 환자에게 국한돼 있기 때문. 이에 “병원에 한 번도 오지 않은 환자는 간염이 있어도 간암 검진 대상자에 선별되지 않는다”며 “감시검사 간격도 현재는 2년 단위인데, 학회 및 국제적 추천 간격은 6개월이 바람직하다”고 말한다. 이에 대한 추가적 재원에 대해서는 위험 요인이 없는 사람들의 검사를 줄이거나 없애 가용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은 조언이다.

이와 함께 학회가 또 한 가지 강조하는 점은 C형간염의 국가검진 포함이다.

현재 B형간염 검사는 전 국민 검진에 포함돼 있으며, 양성이 나온 사람에 한해 간암 검진이 이뤄지고 있지만 C형간염은 국가검진에 포함돼 있지 않다. 또한 C형 간염은 일반 병원에서도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검사를 잘 하지 않는다. 이에 간학회와 간암학회는 함께 C형간염 검사를 국가검진사업에 포함해 달라고 정부에 요청하고 있다. 다만 “C형간염이 쉽게 걸리지는 않으므로 자주할 필요는 없다. 생애전환기 건강검진에 포함되면 가장 적당할 것”이라며 “현재 C형간염 치료제 효과는 매우 우수해 간경화로 진행되는 것을 차단하고 암 진행도 현저히 낮출 수 있어 조기검진만 된다면 치료가 쉽다”고 덧붙인다.

또한 또 한가지 검진사업의 문제는 환자들에게 간암위험 높다는 것은 비밀로 보장해 주어야 하는데, 무작위로 통보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엄 차기회장은 “이러한 점들을 감안한 정교한 정책과 재원을 투자한다면 적은 재원으로 간암 조기발견을 통한 국가 생산성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간이식 수준 세계탑, 뇌사자 공여는 절대부족

“국내 간이식 분야는 세계 탑 수준입니다. 외과적 수술 기술도 우수하고 결과도 좋아 5년 생존율은 미국에도 뒤 떨어지지 않습니다. 문제는 뇌사 공여자의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뇌사 공여자가 늘어 생체 간이식을 안 하는 시대가 왔으면 좋겠습니다.”

현재 스페인의 경우 뇌사 공여자의 장기가 10만명당 35명 꼴로이지만, 우리나라는 인구 10만명당 5, 6명 정도로, 서구 선진국에 비하면 턱없이 낮은 수치이다.

간간히 부모자식간의 생체 간이식 소식이 전해지기는 하지만, 이 보다는 뇌사자 공여가 가장 바람직하다는 게 학회 측의 입장이다. “생체 간이식이 위험한 것은 아니지만, 혹시라도 불필요한 희생과 고통은 줄이는 게 최선”이라며 “성숙된 사회로 갈수록 뇌사자 장기이식이 증가해야 한다”는 것.

또한 금연이 사회적으로 컨센서스가 어느 정도 이뤄진 것처럼 지방간의 주요 요인인 건강한 음주 문화에 대해서도 강조되어야 한다며, 이 같은 대국민 인식 전환을 위해서도 간학회와 함께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는 방침이다.

간암 고위험군의 적극적 발굴과 조기발견 위한 국가검진의 필요성을 데이터를 통해 계속 제시하는 한편, 간학회와 함께 국민 인식 전환에도 적극 나서는 간암학회의 노력이 생산연령대를 위협하는 간암 예방에 큰 역할을 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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