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화관 미생물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속속 밝혀지면서 제약계에 큰 관심을 끌고 있다.

30여 년 동안 소화관 미생물을 연구해 온 경희대 약대 김동현 교수가 동성제약 제 17회 송음의·약학상을 수상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김 교수는 아직 밝혀지지 않은 수천 가지 소화관 미생물 역할 규명을 평생 지속하는 한편, ‘프리바이오틱스(probiotics)’와 ‘프리바이틱스(prebiotics)’로 대표되는 소화관 미생물을 이용한 치료 약물 개발도 돕는다는 계획이다.

 

‘소화관 미생물, 거의 모든 질병에 관여’

“이제까지 소화관 미생물은 설사나 대장염을 일으키는 대장균 정도로만 생각했습니다. 최근에 들어서야 질병 유발 보다 좋은 일을 하는 역할이 더 크다는 것을 알아냈죠. 이에 몇 년 부터는 빅파마들도 앞 다투어 소화관 미생물 연구에 적극 나서기 시작했습니다.”

김동현 교수는 소화관 미생물과 노화, 비만, 대장염 등의 질병을 주로 연구해왔으며, 학술지에 발표된 논문만 448건, 저서 20편으로 꾸준한 연구활동을 하고 있다. 특히 소화관 미생물과 관련된 효소의 산업적 응용에 지대한 역할을 한 공로를 인정받아 올해의 송음 의·약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김 교수에 따르면 인간의 세포보다 10배나 많은 수와 약 3천여 종에 이르는 미생물이 우리 몸에 서식하고 있다. 그 중에서 대장균 같이 질병을 일으키는 미생물은 극히 일부이며 오히려 대부분 몸에 좋은 일을 하고 있다는 것. 특히 소화관 미생물은 거의 모든 질환에 관여 한다는 것이 김 교수의 주장이다. 비만과 아토피, 당뇨 뿐 아니라 심지어 정신질환에 관여하는 미생물도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배추를 썩지않게 하면서 오랫동안 먹을 있도록 하는 발효시켜 김치를 만드는 것도 미생물의 역할이다.

이러한 미생물의 원리를 이용한 대표적인 응용이 ‘한약 발효’이다. 인삼이 체질마다 받는 사람이 있고 안 받는 사람이 있는데, 어떻게 하면 모든 사람들에게 효과가 있게 할 수 있을까를 연구한 그는, 그 열쇠가 사람마다 다른 미생물의 작용 때문이라는 것을 알아냈다.

그 이후로 발효인삼, 발효홍삼, 발효녹용 등이 응용되기 시작한 것. 그러나 주의해야 할 점도 있다고. “한약 중에서는 발효가 되면 안 되는 약도 있다”며 “하나는 발효로 인해 독성물질이 생기는 경우이며, 또 하나는 효능이 없어지는 경우”라며 이를 알고 적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프로바이오틱스·프리바이오틱스, 효능 규명 여부 따져봐야

최근 이러한 소화관 미생물을 이용한 ‘프로바이오틱스’, ‘프리바이오틱스’ 제품들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예전에는 제약사들이 소화관 미생물을 이용한 약으로는 항생제 정도만 생각했다”며 “하지만 지난해와 올해, 빅파마들이 소화관 미생물을 연구안하면 도태 되는 팀이라고 인식될 정도로 관심이 커지고 있다”는 것.

그렇다면 ‘프로바이오틱스’, ‘프리바이오틱스’의 개념과 질병 치료의 원리는 무엇일까.

우선 앞서 언급했듯이 인간의 소화관 안에는 좋은 미생물과 나쁜 미생물 살고 있다. 각각 질병에 관여된 어떤 미생물이 늘어나느냐에 따라 질병에 걸리는 것으로, 예를 들어 지방 많은 음식은 살을 찌개 하는 미생물을 잘 자라게 하는 원리이다.

이렇듯 살아있는 생균을 이용해 좋은 균주를 늘리고 나쁜 균주를 죽이는 원리가 ‘프로바이틱스’이며, 섬유소 같이 좋은 미생물의 먹이로 활용하는 것이 ‘프리바이오틱스’이다.

김 교수는 “생균이냐 사균이냐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생균인 유산균이 죽으면 프리바이오텍스가 되어 좋은 미생물의 먹이가 되기 때문”이라며 “가장 중요한 것은 효능이 입증된 유산균인가라는 것”이라고. 즉, 고유의 균주들마다 특성이 있기 때문에 각자 주민등록번호 같은 각 유산균의 역할이 연구됐는지, 어떤 효능이 밝혀졌는지를 따져보고 골라야 한다는 것이다.

한 예로, 동성제약이 지난해 출시한 스웨덴 바이오가이사와 독점공급 출시한 프로바이오틱스 ‘바이오가이아 베이비드롭’의 경우, 락토바실러스(속) 루테리(종) DSM17938(품종)으로 모유에서 유래한 특허 받은 품종이다.

김 교수는 이 같이 “자신에게 필요한 균이 어떤 것인지, 본인의 건강상태에 따라서 골라야 더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재차 강조한다.

 

“미생물 규명 지속…각 질병들 케어 길 열고파”

“30년 소화관 미생물 연구를 시작할 때는 미국 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관심이 없었습니다. 당시 주변에선 제가 쓸데없는 일을 한다고들 했죠. 앞으로 어떤 소화관 미생물이 어떤 때, 어떤 질병을 일으키는지에 대해 연구해 당뇨병 등 각종 치료에 도움을 주고 싶습니다.”

김 교수가 아무도 관심 없던 소화관 미생물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설사약이 듣지 않는 일부 사람들에 대한 궁금증 때문이었다. 당시 일본에서 공부하던 그는 설사약 작용기전을 따지다가 소화관 미생물이 작용하지 않으면 약효가 나타나지 않는 다는 것을 알게 됐다. 미국에서는 분자생물학분야가 연구되고 있었지만, 더 늦으면 일본과 경쟁이 안 될 것 같아 한국으로 건너온 후 좋은 미생물 다루는 법에 대한 연구를 시작한 것. 그 후 30년이 지나서야 세계적으로도 큰 관심 분야가 된 것이다.

“사람에 기생하여 살고 있는 미생물종과 그 유전체도 다양하지만, 이 미생물이 조합을 이루어 나타나는 현상은 더 다양하다”며 “이 조합들이 사람의 건강에 어떻게 영향을 주는지 규명해 나가는 것이 앞으로의 숙제”라는 김 교수. 30년 한길을 걸어 이뤄낸 연구성과를 바탕으로 더 많은 질병을 케어하는 데 도움이 되고 싶다는 그의 다짐이 든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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