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 의과대학 피부과학교실 조소연

 

백선(무좀)은 진균(곰팡이)의 일종인 피부사상균이 피부의 각질층에 기생하여 피부, 손발톱 및 모발에 나타나는 질환을 일컫는다. 백선은 어루러기, 칸디다증과 함께 표재성 진균증에 포함된다. 전 세계적으로 흔한 질환이며 피부과 외래환자의 약 10%를 차지한다.

 

백선의 진단

백선은 임상적으로 다양한 양상을 보일 수 있기 때문에 육안으로 보기만 해서는 확진할 수 없고 반드시 환부의 각질을 무딘 칼로 충분히 긁어내서 현미경으로 직접 진균을 확인하거나 피부생검, 진균 배양을 이용해서 확진해야 한다. 그 외에도 생화학적, 면역학적 기법으로 원인진균을 동정하는 방법이 있으나 비용이 많이 들어 주로 연구용으로 시행되고 있다. 백선은 임상적으로 접촉피부염, 한포진, 농포 건선, 칸디다증, 각화증식증, 매독, 약진, 윤상 홍반 등과 감별해야 한다. 특히 습진과의 감별이 매우 중요한데, 백선을 습진으로 자가진단하거나 오진하여 습진약인 스테로이드 연고를 바르면 국소적으로 면역이 억제되어 진균이 더 깊게 숨어 들어가고 병변의 모양이 변형되어 진단만 더 어렵게 만드는 ‘잠행백선’으로 진행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피부과에서는 이런 현상을 매우 흔히 겪게 된다. 병원에 오기 귀찮다고 약국에서 습진약만 사서 바르다가 병을 키우는 것이다.

 


<KOH 검사. 균사와 포자를 현미경으로 확인할 수 있음>

간단하면서도 즉시 확진을 할 수 있는 검사법이고, 모든 표재성 진균증의 진단에 기본이 되는 검사다. 감염이 의심되는 모발, 손발톱, 피부의 각질 및 수포를 칼로 긁어 채취하여 유리 슬라이드에 놓고 10-30%의 KOH 용액을 떨어뜨린 후 커버글라스로 덮어 20-30분간 방치하거나 알코올램프로 몇 초간 열을 가해 각질을 녹인 후 현미경으로 검경하여 균사와 포자를 확인한다. 이 때 섬유질, 각질세포의 세포막, KOH 결정 등과 포자를 잘 감별해야 한다.

 

▲ 피부생검


<피부생검조직에서 각질층에 d-PAS에 핑크색으로 염색되는 진균의 세포막 (화살표)>

KOH 검사에서 진균이 나오지 않을 경우 감염부위 피부를 국소마취 후 3-4mm 크기로 펀치 생검하고 diastase-periodic acid-Schiff (PAS) 및 Grocott’s methenamine silver (GMS) 라는 특수염색을 시행하여 피부 각질층에 균사나 포자가 염색되었는지 확인한다. PAS 염색은 진균을 붉게, GMS 염색은 검게 염색시킨다. 조직을 처리하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약 1주일이 걸린다.

 

▲ 진균배양검사

병변에서 각질을 많이 채취하여 Sabouraud dextrose 배지에 접종하여 배양하는데, 실온이나 25℃에서 적어도 4주 이상 배양해야 백선균이 자라므로 진단에 시간이 오래 걸리고 민감도가 낮다는 단점이 있다. KOH 검사에서 양성이나 배양에서 음성인 경우가 있는데 이는 세균으로 인해 진균의 배양이 억제되기 때문이다.

 

백선증의 치료

발무좀은 초기엔 항진균제 연고를 용법에 따라 하루 1-2회 도포하고, 국소치료로 호전이 되지 않으면 경구약을 3-12주간 내복하면서 검사를 병행하여 경과를 관찰한다. 손발톱무좀은 3개 이상의 조갑이 침범된 경우, 그리고 한 조갑의 2/3 이상이 침범된 경우 반드시 경구약을 장기간 투여해야 완치할 수 있다. 두부백선은 모낭 깊숙이 진균이 침범하므로 반드시 항진균제를 1-6개월간 경구 투여해야 완치할 수 있다. 체부백선은 병변이 한 개이거나 숫자가 많지 않을 경우엔 국소치료제만 발라도 된다. 이 때 병변 부위뿐만 아니라 경계를 넘어 8-10cm까지 1달 이상 도포해야 한다. 아울러 곰팡이는 고온다습한 환경을 좋아하므로 환부를 건조하고 통풍이 잘 되며 시원하게 하고 매일 비누로 씻어 청결하게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발에 땀이 많이 나는 사람은 깨끗한 면양말을 몇 켤레씩 갖고 다니다가 발이 젖으면 새 양말로 갈아 신도록 한다. 신발은 너무 꽉 끼거나 신축성이 없고 딱딱하거나 앞이 좁거나 굽이 높은 신발은 좋지 않다. 크기가 넉넉하고 앞부분이 넓어서 발가락이 편안한 신발을 신어야 한다. 완선 때는 사각팬티를 입는 게 도움이 된다. 발톱무좀이 있으면 발톱의 가장자리를 절대 짧게 깎지 않고 1자로 깎아야 발톱 모서리가 안으로 자라 들어가 내인성 발톱으로 진행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백선 치료의 완료 시점은 육안으로 정상모습일 뿐만 아니라 KOH 검사, 진균배양검사에서 모두 음성이 나온 시점으로 해야 한다.

 

▲ 국소 치료제

발무좀의 경우, 항진균제 크림을 용법에 따라 하루 1-2회 이환된 발전체에 골고루 잘 펴 바르고, 다 나은 후에도 약 한 달간 더 바른다. 4-6주간 도포해도 완치되지 않으면 경구 항진균제를 1-4주 복용한다. 한 번 무좀이 생긴 사람은 여름마다 재발하는 경우가 흔하므로 특히 중장년층은 다 나은 후에도 평생 주 1-2회 발 앞쪽에 무좀연고를 바르는 게 재발을 막는 데 도움이 된다. 국소 항진균제에는 allylamine 계인 terbinafine, azole 계인 ketoconazole, fluconazole, sertaconazole 등, morpholine 계인 amorolfine이 있다. 항진균제의 작용기전은 진균 세포막 성분의 합성을 막아 살진균 혹은 정진균효과를 나타내는 것인데 각 계통 별 약물의 작용 단계는 다음 그림과 같다.


<진균 세포막의 구조 및 각 항진균제의 작용 단계>

 

Terbinafine은 squalene epoxidase 효소를 억제하여 피부사상균엔 살진균효과, 칸디다엔 정진균효과를 나타내며, 가장 비용 대비 높은 효과를 보인다. Azole 계 약물들은 imidazole (bifonazole, clotrimazole, econazole, ketoconazole, miconazole, sertaconazole), triazole (fluconazole, itraconazole, voriconazole) 여러 가지가 있는데 모두 lanosterol demethylase 효소를 억제하여 진균 세포막의 ergosterol 합성을 막고 독성 전구체인 스테롤이 세포막에 축적되게 하여 효과를 나타내는데, terbinafine보다 세포막 형성의 더 나중 단계에 작용하여 살진균보다는 정진균작용을 나타낸다. Amorolfine은 ergosterol 합성을 두 단계에서 억제하여 살진균효과를 나타낸다.

급성 염증이나 2차 세균감염이 동반된 경우엔 먼저 과망간산칼륨 용액으로 냉습포를 하여 진물과 부종을 감소시키고 국소 및 전신항생제를 사용하여 가라앉힌 후 진균에 대한 치료를 한다. 염증이 심할 경우 약 1-2주간 경구 스테로이드를 투여하기도 한다. 각질층의 과각화증이 심하면 2-4% salicylic acid 연고 혹은 urea 연고를 사용하여 각질을 제거하는 것도 무좀치료에 도움이 된다. 두부백선의 경우, selenium sulfide 혹은 zinc pyrithione이 함유된 항진균 삼푸를 사용하면 치료에 많은 도움이 된다.

손발톱무좀 용 nail lacquer 형태의 국소도포제도 있는데, 환자가 위장이 안 좋아 경구약 복용을 할 수 없거나, 경구약과 동시에 시행하여 치료기간을 단축시키는 목적으로 혹은 경구약으로 완치 후 유지요법/재감염 방지 요법으로 시행하게 된다. 보험적용이 되는 약은 Hydroxypyridone인 ciclopirox(로푸록스®)와 morpholine인 amorolfine(로세릴®) nail lacquer의 두 종류가 있는데 두 약물 모두 피부사상균에 대해 살진균효과를 나타내며 손발톱무좀의 완치율을 높이고 재발을 막는 효과가 있다. Ciclopirox는 철 등의 다가 양이온을 킬레이트화하여 이들에 의존하는 진균의 미토콘드리아 효소를 억제하여 피부사상균에 살진균효과를 낸다. 매니큐어 형태의 약물을 이환된 손발톱에 바르면 용매는 증발하고 유효성분은 농축되어 장기간 살진균효과를 나타내는데, 로푸록스와 로세릴은 각각 2-3일에 한 번, 일주일에 1-2회 기존 약을 알콜패드로 닦아내고 사포로 조갑을 갈아낸 후 칠해야 하는 불편이 있다. 치료효과는 48주간 단독치료 시 로푸록스가 최대 67%, 로세릴이 70%로 후자가 약간 높다.

최근에는 지우고 갈고 다시 칠하는 불편을 없앤 ciclopirox(풀케어®) 제품이 출시되어 일반약으로 판매되고 있다.

 

▲ 경구 치료제

손발톱무좀, 두부백선, 국소치료에 잘 반응하지 않는 기타 부위 무좀에는 경구약 복용이 필요하다. 발톱무좀은 흔히 완치가 안 되는 것으로 생각하고 치료를 포기하거나 중간에 임의로 치료를 중단하는 경우가 많은데, 피부과 전문의에게 제대로 진단을 받고 올바른 치료를 받으면 모두 완치할 수 있다. 다만 손발톱은 천천히 자라고 발톱은 원래 손톱보다 성장속도가 3배 이상 더디므로 치료 기간이 손톱의 경우 6개월, 발톱의 경우 최장 18개월까지도 걸릴 수 있으므로 인내심을 갖고 하루라도 일찍 치료를 시작해야 그만큼 치료기간이 단축된다. 손발톱무좀의 경구치료제는 이환된 조갑이 손톱인지 발톱인지 여부, 병변의 개수, 모양 및 심한 정도, 환자의 연령, 선호약물, 순응도, 경제적 여건, 당뇨 등 다른 질환의 유무, 병용 약물의 유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선택해야 한다. 경구약 복용 전에는 기본적으로 간기능, 각종 간염항체검사 등의 피검사를 시행하여 원래의 간 상태를 파악해야 한다.

현재 처방 가능한 경구약은 terbinafine, itraconazole, fluconazole의 세 가지다. 경구약의 작용기전은 위에 기술한 동명의 국소제제와 동일하다. Terbinafine은 하루 250 mg을 1회 복용하며 드물게 위장관 장애 정도의 부작용만 일으키는 매우 안전한 약이다. 간기능에도 영향을 거의 주지 않아 미국 FDA에서 간기능 추적관찰이 필요 없다고 발표하였고, FDA 임신 카테고리 B 약물로 임신 중에 복용해도 안전하다. 손발톱무좀 때는 손톱은 6주, 발톱은 12주까지 처방하는데 진균학적 치유율이 76%로 약물들 중 가장 높고, 다른 약물과의 상호작용도 거의 없어 1차 선택적 약물이다. 복용 중단 후 적어도 30주까지 조갑에 약성분이 남아 있다. 이 약은 한 달에 일주일 복용하는 주기요법은 장점이 없어 시행하지 않고, 대신 최근 한 달 복용, 한 달 휴식, 다시 한 달 복용하는 교대간헐요법이 기존 표준요법과 진균학적 치유율이 유사한 것으로 나타나 사용되기도 한다. 손발톱무좀의 재발율은 terbinafine이 12%, itraconazole이 36%로, terbinafine이 더 우수한 재발방지 효과를 보인다. Itraconazole은 피부무좀의 경우 하루 200 mg을 2-6주 정도 피부상태에 따라 복용하고 손발톱무좀의 경우 4주에 1주일씩만 아침, 저녁 200 mg씩 (하루 총 400 mg) 복용하는 주기요법이 매일 복용하는 방법보다 효과가 높아 선호되는데 손톱은 2회 주기, 발톱은 3회 주기 요법이 인정된다. 이 약은 산성 pH 및 식사와 함께 복용해야 흡수가 잘 된다. Fluconazole은 일주일에 하루씩, 한 번에 150 mg을 복용하는데 손톱무좀은 6개월, 발톱무좀은 12개월까지 복용할 수 있다. 진균학적 치유율은 azole계가 terbinafine보다 낮아서 itraconazole 주기요법은 63%, fluconazole은 48%이다. Azole계 약물의 단점은 사람의 주된 약물대사효소인 cytochrome p450의 한가지 주형에도 작용하여 약물상호작용이 많다는 것이다. 대개 손발톱무좀이 있는 환자는 중장년층이라 당뇨, 고지혈증 등도 있어 이에 대한 약물도 많이 복용하는데 azole계 약물은 당뇨약, 고질혈증 치료제 (lovastatin, simvastatin, atorvastatin), 신경정신과 약물 (midazolam, triazolam, phenytoin), macrolide계 항생제 (erythromycin), rifampin, digoxin, cyclosporin, warfarin, quinidine, isoniazid, proton pump inhibitors, cisapride 등의 작용을 억제하거나 촉진하여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또한 azole 계 약물은 광범위 항진균제로, 전신칸디다감염증 등 다른 감염원에 대해 전신적 치료제로 사용해야 하므로 90% 이상이 피부사상균 감염인 백선에 섣불리 처방하여 내성을 키우는 것은 위험하다.

 

결론적으로 백선 (무좀)은 각질층이 존재하는 우리 피부 어느 부위에나 발생할 수 있고 가장 흔한 발무좀부터 치료기간이 가장 길고 경구약 투여가 필요한 손발톱무좀까지 생길 수 있으며, 습진, 세균감염 등 다른 피부질환과 육안으로 감별하기 어려우므로 반드시 피부과 전문의의 확진을 통해 올바른 치료를 해야 완치할 수 있다. 손발톱무좀의 경구약 중에서는 terbinafine이 살진균작용이 가장 탁월하며 하루 1회 복용으로 편리하고 재발율이 가장 낮으며 약물상호작용 염려 없이 다른 약을 복용하는 환자들에 안전하게 처방할 수 있고 간기능 장애 등 부작용도 거의 없어 1차 선택약이다. 아울러 항진균제 nail lacquer, 연고를 병용하면 치료효과와 환자 순응도를 높일 수 있다. 무엇보다 무좀 치료는 환자 개개인에 따라 맞춤처방이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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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협조 - 대한피부과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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