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대학교 의과대학 내과학교실 한승희, 이종훈

 

염증성장질환은 임상적으로 크게 궤양성대장염(ulcerative colitis)과 크론병(Crohn’s disease)으로 분류되며, 이는 만성적 염증질환으로 유전적 감수성과 장내세균의 자극이 원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에서 발표된 연구에 의하면 염증성장질환은 1980년대 중반 이래로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으며, 100,000명당 궤양성 대장염은 1968년에 0.34명이던 것이 2008년 5.4명으로, 크론병은 0.05명에서 5.1명으로 크게 늘었다.

염증성장질환은 가족성 용종증(familial adenomatous polyposis)및 유전성 비용종증 대장암(hereditary non-polyposis colorectal cancer)과 더불어 대장암 발생의 3대 고위험군으로 알려져 있으며, 일반 인구에 비해 2배에서 11배까지 대장암의 발생위험이 높다고 보고된다. 유병기간이 길어질수록 대장암의 발생률이 높아진다고 생각할 때 우리나라도 염증성장질환의 증가에 따른 대장암의 증가가 예상되므로 이의 예방이 중요해지고 있다.

이를 위해 American Gastroenterological Association (AGA)와 British Society of Gastroenterology (BSG)에서 발표한 바에 따르면, AGA에서는 병변의 범위에 따라 1년에서 3년, BSG에서는 위험도를 분류하여 1년에서 5년 간격으로 대장내시경의 시행을 권유하였고, 원발경화성담관염(primary sclerosing cholangitis)이 동반된 경우에는 AGA와 BSG에서 동일하게 1년 간격을 권유하였다. 하지만 대장내시경의 전 처치와 대장내시경 자체의 거부감으로 인해 유병기간 동안 주기적인 대장내시경 검사가 지속적으로 시행되기 힘들고, 중간암(interval cancer)은 더욱 늘고 있는 추세로 보고되었다. 이러한 대장내시경의 한계로 인해 약제를 사용한 대장암의 예방이 더욱 중요시되고 있다.

이번 종설에서는 현재까지 밝혀진 염증성장질환에서 대장암의 약물적 예방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데 도움이 되고자한다.

 

 

 

 

 

 

 

 

 

 

 

 

 

 

 

본 론

유전적 요인과 관여하는 유전자의 변이가 주된 원인인 산발성 대장암(sporadic colorectal cancer)과는 다르게, 염증성장질환과 연계되어 있는 염증성 대장암(colitis-associated colon cancer)은 장상피층의 만성염증에 기인하며, 관련되는 유전적 기전 또한 다르다. 전체 대장암의 65-85%를 차지하는 산발성 대장암이 ‘adenoma-cancer’의 경로를 거친다면, 염증성 대장암은 ‘inflammation-dysplasia-cancer’의 경로를 거친다. 따라서 염증 조절을 통한 염증성 대장암 예방가능성이 제기되었고, 이에 대한 최초의 발표는 1994년 스웨덴에서 궤양성 대장염 환자들을 대상으로 이루어졌다.9 이 연구에서 sulphasalazine을 사용한 경우 절반 이상의 염증성 대장암이 예방되는 결과를 보였고, 이후 5-aminosalicylate(5-ASA)뿐 아니라 corticosteroids, 면역조절제(immunomodulator), folic acid, ursodeoxycholic acid (UDCA) 등의 약물에 대한 연구들이 추가적으로 진행되었다. 이에 대해 대규모의 대조군 및 무작위연구가 필요한 실정이나, 염증성장질환 치료의 한계로 인해 현실적으로 어려운 점이 많다. 본 종설에서는 상기 약물들에 대해 현재까지 발표된 여러 연구결과에 대해 정리하였다.

 

1. 5-Aminosalicylates (5-ASA)


5-ASA는 염증성장질환에서 염증을 완화하여 염증으로 인한 상피세포의 과도한 turnover를 억제하고 생리적인 자멸사의 균형을 유지하도록 한다. 이는 Wnt/β-catenin 신호전달계를 방해하여 종양세포 형성을 억제하는 peroxisome proliferator activated receptor (ppar-γ)를 활성화시킴으로써 이루어진다. 또한 5-ASA는 항산화제로 산화적 손상과 이로 인한 장점막의 DNA변이를 억제하며 microsatellite instability를 감소시킨다. 이러한 이유로 현재까지 5-ASA의 염증성 대장암의 예방에 대한 수많은 연구들이 이루어졌다.

그 중 2005년에 이전의 9개의 연구를 메타분석한 발표에서 교차비는 0.51로 5-ASA는 유의하게 대장암을 예방하는 효과를 보였다. 하지만 최근의 발표에서는 이전에 비해 5-ASA와 대장암의 관련성이 약한 경향을 보일 뿐만 아니라, 2011년 코호트연구에서는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으나 5년 이상 5-ASA를 사용한 남자에서 대장암의 발생확률이 높음을 보였다. 2005년 이후에 발표된 의미있는 결과들을 정리해 놓은 Table 1을 보면, 조사대상이 병원인구인지 혹은 일반인구인지의 여부에 따라 결과가 달리 보이는 것을 알 수 있다.

일반인구를 대상으로 한 4개의 발표를 메타분석한 2012년도의 연구에서 5-ASA는 대장암의 예방효과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의 원인으로 병원인구를 대상으로 하는 경우가 일반인구에서 무작위 추출하는 경우보다 대조군과 비대조군을 선택하는 부분의 선택오류 발생가능성이 높다는 점과, 염증성장질환을 치료하는 과정 중 5-ASA 이외의 치료약물의 이차적인 이득을 보았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반대로 대규모 코호트 연구의 경우 이질성(heterogeneity)으로 인한 제3의 인자가 개입할 오류 또한 존재한다.

5-ASA는 염증성장질환의 치료 및 유지를 목적으로 사용되며 의료진이 환자에게 권유하는 데 부담이 크지 않으므로 5-ASA는 여전히 유용하며, 이에 대해서는 대규모 코호트 안에서 5-ASA 사용 및 질병의 범위에 따른 하위그룹을 나누어 연구를 진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2. Corticosteroids와 면역조절제

만성 염증 반응 과정 중에 염증세포로부터 분비되는 과도한 cytokine, chemokine들은 상피세포의 사멸을 억제하고 과성장을 유도하는 중요한 인자로 역할을 한다.8 이러한 과정 중 DNA가닥의 절단이나 단염기의 변이가 빈번히 이루어지고 이를 통해 종양 억제유전자의 변이가 유도된다. 이는 염증반응을 억제하는 corticosteroids와 면역조절제가 염증성 대장암을 예방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Corticosteroid에 대한 연구결과는 Table 2와 같이 염증성 대장암의 예방에 대하여 대부분 통계적 유의성을 가지지 못하고, 일반인구를 대상으로는 오히려 대장암의 발생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장기간 사용할 경우 부작용이 있어 대장암의 예방을 위해 권유하기는 힘들다.

반면에 azathioprine, 6-mercaptopurine, methotrexate와 같은 면역조절제들은 현재까지도 연구되고 있으며 Table 3과 같이 최근 발표에 따르면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염증성 대장암의 발생률을 낮추는 것을 볼 수 있다. 2012년 네덜란드에서 발표된 연구에서 2,578명을 대상으로 전향적 코호트 연구를 시행하였고 50mg 이상의 azathioprine을 적어도 6개월간 유지하였을 경우 대장암의 예방에 유의한 효과를 나타냈다. Thiopurine은 용량 의존적으로 약효가 서서히 발현되며, 최대 발현까지는 적어도 17주 가량의 기간이 필요하다. 따라서 상기 연구의 약물용량 및 사용기간의 차이가 결과의 차이를 보이는 원인이라 미루어 짐작해 볼 수 있다. 장기간 사용시 lymphoma와 non-melanoma skin cancer 등의 부작용 또한 알려져 있으므로 주의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그런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염증성장질환 치료에 면역조절제는 중요하게 사용되고 있다.

 

3. Ursodeoxycholicacid (UDCA)

원발경화성담관염의 60-80%에서 염증성장질환이 동반되며, 염증성 대장암이 발생할 가능성은 5배 가량 증가한다. 원발경화성담관염에서는 이차적으로 담즙의 분비가 과도하게 발생하게 되고, 소장에서 모두 흡수되지 못하여 근위부 대장의 점막을 자극하게 된다. 이는 원발경화성담관염과 염증성장질환이 동반된 경우 우측대장암이 더 흔하다는 것과 관련지어 볼 수 있다. UDCA는 이러한 과도한 담즙의 대장점막 자극을 억제하며 따라서 염증성 대장암을 예방하는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UDCA에 대한 연구들을 살펴보면 결과는 다양하게 나타나며 일부에서는 대장암을 증가시키기도 한다.

2013년 메타분석을 통해 UDCA의 용량에 따라 25mg/kg/day 미만의 low-to-medium군과 25mg/kg/day이상의 high군으로 나누어 보았을 때 low-to-medium군에서는 UDCA가 염증성 대장암을 예방하는 역할을 하지만 high군에서는 반대의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기 메타분석에서 low-to- medium군은 2001년부터 2012년까지 5개의 논문이 포함되었고 이 중 1개를 제외하고 적게는 0.97배에서 많게는 0.3배까지 염증성 대장암의 발생을 억제하는 효과를 보였다. High군에는 2011년에 발표된 논문이 포함되었고 오히려 염증성 대장암이 3.72배 증가하는 경향을 띠었다.

고용량군에서 혈중 UDCA의 농도는 증가하며 이는 장내세균에 의해 lithocholic acid와 chenodeoxycholic acid로 대사되는데, Chenodeoxycholic acid는 lithocholic acid로 전환되고 이는 산화적 스트레스 및 유전자 손상을 야기한다. 원발경화성담관염의 경우 권장되는 UDCA 용량은 적게는 17mg/kg/day에서 많게는 23mg/kg/day이다. 따라서 원발경화성담관염과 염증성장질환이 동반된 경우는 대장암의 예방을 위해서 25mg/kg/day 미만의 용량으로 UDCA의 사용을 권유할 수 있으며, 원발경화성담관염이 없는 염증성장질환의 경우는 앞으로 연구가 필요한 부분이라 하겠다.

 

4. Folic acid

Folic acid의 부족은 산발성 대장암의 원인 중 하나다. Folic acid는 유전자의 합성 및 보수와 세포사멸의 조절에 있어 중요역할을 하며, folic acid의 부족은 nuclear factor-kppa B (NF-κB) 기전에 교차반응을 일으켜 sonic hedgehog(Shh) 신호를 활성화시켜 대장암의 침습성을 높인다.

이러한 folic acid의 부족은 염증성장질환의 경우 위장관의 영양분 흡수 부족, sulfasalazine과의 경쟁적 흡수 등으로 인해 더 흔할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염증성장질환의 환자들에게 folic acid를 보충함으로써 염증성 대장암을 예방하는 효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고, 최근에 발표된 일반인구를 대상으로 folic acid와 위약을 비교한 메타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folic acid는 대장암 뿐 아니라 어떠한 부위의 암에도 예방효과가 없었다. Folic acid의 염증성 대장암의 예방효과는 Table 4에서 보듯이 대부분의 연구들이 통계적 유의성을 가지지 못하였으며, 가진다 하더라도 대상 환자군의 수가 적어 의미를 부여하기는 어려웠다. 이러한 이유로 현재 folic acid는 염증성 대장암을 예방하기 위해 추천하는 것에 큰 이점이 없다.

 

5. Non-steroidal anti-inflammatory drugs (NSAID), aspirin and statins

만성 염증반응이 특징인 염증성장질환의 경우 염증세포가 생성하는 과량의 cytokine은 NF-κB의 활성을 유도함으로써 장상피세포의 cycloocygenase-2 (COX-2)를 과발현되게 하고, 그 결과 과량의 프로스타글란딘을 생성하며 상피세포의 성장을 유도한다. NSAID, aspirin은 COX-2의 기전에서 프로스타글린딘의 생성을 억제하여 염증성 대장암의 예방을 기대할 수 있다. Table 5와 같이 대부분의 연구에서 NSAID와 aspirin은 염증성 대장암을 예방하는 데 통계적 유의성을 가지지 못하였으나, 비교적 감소하는 양상을 보였다. 또한 2006년 376명을 대상으로 문진을 한 연구에서는 NSAID와 aspirin이 유의하게 예방효과를 보였다. 대장암의 위험성이 높지 않은 경우 NSAID 및 aspirin을 예방목적으로 사용하기에는 출혈 등의 부작용이 우려되는 것이 사실이나, 고위험군에서는 75mg에서 160mg의 저용량을 하루 한 번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의미를 가진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

Statin은 3-hydroxy-3-methyglutaryl-coenzyme A reductase(HMG-CoAR)의 억제제로, 종양세포의 성장과 전이 및 신생혈관 생성을 억제하고 세포면역을 증강하며 종양억제 cytokine을 활성화시킨다고 알려져 있다. 최근 일반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42개의 연구를 메타분석한 결과 statin은 유의하게 대장암을 예방하는 효과를 보였다. 이는 코호트 연구, 대조군 연구, 무작위 연구에서 모두 같이 나타났으며, 특히 지용성 statin을 사용한 경우와 aspirin을 병용한 경우 그 효과는 더욱 컸다. 또한 2012년 발표된 대조군 연구에서는 statin의 용량이 많을수록, 기간이 길수록 큰 영향력을 보였으나, statin에 대한 연구가 항상 같은 결과를 보이지는 않았다.

그 원인으로 HMG-CoAR의 유전적 다양성과 KRAS 변이가 제시되고 있으며, 향후 이에 대한 연구가 더 필요하다.

 

결 론

염증성장질환 환자들을 대상으로 염증성 대장암을 예방하기 위한 연구들이 지속적으로 진행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명백한 예방효과를 가지는 것은 원발경화성담관염이 같이 있는 경우의 UDCA 뿐이다. 또한 5-ASA와 면역조절제는 이점이 많으나 모든 연구들이 같은 결과를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이들 약제는 염증성장질환의 치료 및 유지에 사용되는 동시에, 염증성 대장암의 예방효과를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약제들이다. Corticosteroids는 이점보다는 부작용이 많다는 점에서, folic acid는 통계적 유의성을 보이지 못한다는 점에서 의미를 부여하기 힘들어 보인다. NSAID와 statin에 대해서는 아직 더 많은 연구가 이루어져야 하지만, 최근 statin의 암 예방효과에 대한 긍정적 연구가 보고되고 있다.

최근에는 신생혈관의 억제 및 장내세균을 이용한 염증성 대장암 예방 뿐 아니라 cocoa polyphenols부터 matrix metalloproteinase까지 다양한 부분에서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앞으로는 지금까지의 연구들과는 다른 대규모의 무작위 전향 연구가 이루어져 염증성 대장암의 예방이 가능해지기를 기대한다.

<논문협조 - 대한소화기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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