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 - 연세의대 내분비내과 차봉수

 

글리타존계 약제의 개발 배경

글리타존계 약물이란, 티아졸린디온(thiazolidinedione)기를 가진 PPAR-γ 효현제(peroxisome proliferator-activated receptor-γ agonist)의 이름이 트로글리타존, 로지글리타존 및 피오글리타존이었기 때문에 불리게 된 이름이다. Thiazolidinedione계 약물이기 때문에 약자로 ‘TZD’계 약제라고 부르는 것이 더 적절하다.

처음 이 약제는 고지혈증 치료제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발견하였는데 peroxisome은 매우 긴 지방산(very long-chain fatty acid)을 작은 단위로 잘라주는 기능을 하는 세포내 소기관이다. 즉, 지방산 산화에 역할을 하는 peroxisome을 활성화시키는 물질을 발견했는데 그 물질이 인슐린 감수성을 향상시키는 효과가 있음을 알고 당뇨병 치료제로 개발된 것이다.

비만, 대사증후군 및 제2형 당뇨병은 결국 에너지대사 장애가 있는 상태이며 PPAR-γ는 에너지대사와 관련해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전사인자로, 대사질환이 있는 경우 이 물질이 더 많은 역할을 해야 한다. 글리타존 약제가 이 PPAR-γ 의 기능을 활성화시켜 인슐린 감수성을 향상시키게 한다. 인슐린 저항성이라는 의미는 매우 다양한 기전으로 설명되고 있다. 따라서 인슐린 저항성을 개선하는 약제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반면 환자에 따라 원하지 않는 반응이 나타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셈이다.

 

글리타존계 약제의 역사

1990년대 후반, 미국에 소개된 트로글리타존(troglitazone)은 처음으로 개발된 인슐린 저항성 개선제로 엄청난 관심 속에 발매되었으나 간독성 위험 가능성 때문에 시장에서 퇴출되었다. 간독성문제를 예상하지 못했던 이유는 사람에만 해당되는 문제로, 동물을 이용한 전임상에서는 발견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 후 개발된 로지글리타존(rosiglitazone)은 약제로는 매우 특이한 운명을 갖게 된다. 2000년 초반 소개되면서 제2형 당뇨병은 물론 대사증후군의 원인으로 생각하는 ‘인슐린 저항성’을 개선시킬 수 있는 약제로 내분비분야뿐 아니라 심뇌혈관분야에서도 많은 관심을 받게 되고 전세계적으로 당뇨병약제로는 가장 많은 매출을 기록하게 된다. 그런 과정에 2007년 Nissen 등 연구자에 의해, 로지글리타존 사용이 심혈관질환의 발생을 증가시킬 수 있음을 NEJM 논문에 게제하면서 이 약제의 안정성에 전세계가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당시 이 약제의 심혈관질환 안정성을 전향적으로 연구하는 ‘RECORD’ 연구가 진행 중이었으나 그 결과를 기다리기도 전에 2010-2012년 기간 동안 대부분의 나라에서 이 약제 사용을 상당히 제한하는 조치가 내려진다. 하지만 2013년 말 미국 식약청(FDA)에서 RECORD 연구 결과를 토대로 로지글리타존의 심혈관계 안정성의 문제는 의미가 없음이 공표되면서 이 약제에 대한 그동안의 우려가 사라지게 되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1일 4mg 용량(서양은 주로 8mg을 사용)을 사용하고 제2형 당뇨병환자의 비만도도 서양에 비해 상당적으로 낮은 편이다.

실제로 임상에서 이 약제를 처방하면서 심혈관질환 발생에 영향을 준다는 느낌은 거의 받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조만간 한국에서도 로지글리타존 처방이 다시 재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로지글리타존과 비슷한 시기에 사용하기 시작한 피오글리타존(pioglitazone)은 로지글리타존의 역풍에 살아남아 현재까지 변함없이 처방되고 있는 유일한 글리타존 약제다. 이에 더해 최근 한국 제약사에서 새로운 글리타존 약제가 개발되어 2014년 초에 발매가 시작되었고 성분명은 로베글리타존(lobeglitazone, 종근당 Duvie®)이다.

 

글리타존 약제의 치료 효과

▲ 글리타존계 약제의 작용 기전

글리타존 약제의 가장 중요한 작용 부위는 (PPAR-γ가 특히 중요한) 지방조직이라고 생각한다. 글리타존에 의해, (당뇨병, 비만 및 인슐린 저항성인 경우 증가된) 만성적인 염증상태가 개선되면서 정상적인 지방분화가 일어나면서 작은 지방세포의 비율이 증가한다. 이런 효과에 의해 인슐린 작용이 좋아지고(인슐린 저항성 개선) 지방세포에서 분비하는 지방세포-유래 사이토카인의 분비도 개선된다(TNF-α와 같은 염증물질 분비 감소 및 아디포넥틴과 같은 좋은 물질 분비 증가). 지방 조직의 기능이 개선되면서 간이나 근육에 축적된 과다한 지방이 지방조직으로 옮겨 저장되는 현상이 이어진다. 이처럼 글리타존약제는 인슐린이 작용하는 주요 장기인 지방, 간 및 근육조직에서 인슐린 효과를 증진시키는 역할을 한다. 이와 함께 인슐린을 분비하는 췌장의 베타세포에의 역할도 역시 중요하다. 베타세포에서의 역할이 직접적인 효과인지 간접적인 효과(이상지혈증 감소 등)인지는 단정 짖기 어렵지만 이 약제에 효과가 있는 경우 매우 장기간 그 효과가 지속되는 특성을 고려한다면 베타세포의 작용 개선도 이 약제가 가지는 중요한 장점 중에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당뇨병이나 대사증후군상태에는 베타세포 역시 염증상태이며 글리타존약제가 이런 부분을 개선함으로 인해 인슐린 분비능이 향상될 것으로 생각한다.

 

▲ 임상적 기대효과

혈당 강하능은 당화혈색소 기준으로 대략 0.5-1.0% 정도 감소를 기대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기저 혈당이 높거나 체지방량이 많은 경우 혈당강하효과가 크게 나타나지만 장기적인 혈당 강하능 유지에는 무엇보다 약제 사용시 인슐린 분비능이라고 생각한다. 즉, 인슐린 분비능이 좋은 경우 초기 문제점(예를 들면 체중 증가, 붓기 등)을 해결하면 장기간 안정적 혈당유지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는 약제이다. 이 점이 글리타존 약제가 가지는 가장 큰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인슐린 저항성이 개선됨으로 인해 이상지혈증이 개선된다. 약제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으나, 초기 LDL-콜레스테롤이 증가하는 경우가 있는데 대개 1년 정도 시간이 지나면 처음 수준으로 돌아 온다. HDL-콜레스테롤은 대부분의 경우 기저치에 비해 10-30% 정도 증가하는데, 특히 기저치가 아주 낮은 경우 개선효과가 더 좋다. 중성지방치의 변화는 약제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어 피오글리타존과 로베글리타존은 (추가적인 PPAR-α의 기능) 처음부터 중성지방치를 내리거나 적어도 증가시키지는 않는 효과를 보인 반면 로지글리타존(순수한 PPAR-γ 효능제)의 경우 초기에는 상승하는 경향이 있다가 대략 시간이 지나면서 원래 수준으로 돌아간다. 혈장검사에서 TNF-α 및 CRP 등을 포함한 염증인자치는 감소하고 adiponectin과 같은 좋은 물질의 농도는 증가한다. 이들 수치는 대사질환에서 비롯된 전신염증상태를 개선해주는 지표로 간주할 수 있다.

 

▲ 글리타존계 약제의 문제점

이 약제의 주요 작용 부위가 지방조직이기 때문에 약제 사용 초기에 체중이 증가할 수 있는데 이는 실제 체지방양이 늘어난 것과 수분저류에 의한 체액 증가한 것이 합이다. 일반적으로 체중이 늘어난 경우 혈당강하효과가 더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고 내장 지방은 줄이고 피하지방으로 이동을 촉진한다고 알려져 있으나 실제 일선에서 사용할 때 상당한 부담이 되는 것 같다. 체중의 문제는 대부분 생활습관의 개선으로 해결할 수 있다. 약제 사용과 관련한 지방량의 증가는 남자는 대략 6개월, 여자의 경우 12개월 정도가 되면 더 이상의 체중증가는 약제 사용 자체의 원인일 가능성은 낮다. 붓는 문제는 소량의 potassium-sparing diuretics (예를 들면 spinolactone 12.5mg/d)를 사용하면 된다. 하지만 개인에 따라 심한 부작용이 있는 경우 용량 감량이나 중단을 고려해야겠다. 임상적으로 가장 우려되는 부작용은 심부전증이다. 따라서 중등도 이상 심부전증이 있을 경우는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으나 경험적으로 이 약제 자체가 심부전증 유발에 크게 기여하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정리

제2형 당뇨병은 개인마다 매우 복잡한 병인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혈당 조절이 쉽지 않을 뿐 아니라 장기간 지속시 혈당조절은 점점 어려워지게 되어 있다. 따라서 가장 중요한 생활습관의 관리(적절한 체중관리 및 육체적 활동 강화 등)를 강조면서 환자에게 적절한 약제를 사용하면서 주의 깊게 관찰하여야 되겠다. 최근 많은 당뇨병약제가 개발되어 혈당관리가 예전에 비해 편리해진 반면 약제 선택에 또 다른 고민을 해야만 한다. 글리타존 약제는 당뇨병 약제들 중 인슐린 저항성을 개선할 수 있는 유일한 약제(insulin sensitizer)이기 때문에 적절한 환자에게 사용하면 장기간 안정적 혈당 조절에 매우 효과적인 약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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