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청은 지난 15일 한국화재보험협회 대강당에서 '피임제 재분류(안)에 관한 공청회'를 가졌다.

이날 열린 공청회에는 종교계, 학계, 의료계, 시민단체 등 약 3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피임제 재분류안에 대해 격렬한 토론을 벌였다.

공청회는 약사회와 경실련 등의 피임제 일반약 전환 찬성 입장과 산부인과의사회, 천주교 등의 피임제 전문약 유지의 상반된 의견이 팽팽하게 맞섰다.

먼저 대한약사회 김대업 부회장은 "사후피임약은 일반약으로 전환할 만큼의 안전성이 확보됐다" 며 "일반약으로 그냥 전환하자는 것이 아니라 약사들에게 복약지도서를 만들고 강화된 관리체계를 만들자는 것" 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김 부회장은 "사전피임약의 전문약 전환은 비용이 높아지고 접근성이 떨어질 수 있는데 의사 처방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렸다면 모두가 납득할 이유와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며 "사후피임약을 처방하는 의사들도 배란기 중에 임신여부를 모르기 때문에 피임약 복용 여부는 여성의 선택으로 남아있는 것이 현실이다" 고 말했다.

경실련의 정승준 위원도 김 부회장의 발언에 힘을 보탰다. 정 위원은 "올바른 피임문화의 정착이 성 문란으로 연결되는 것은 별개" 라며 "40여년간 제재를 받지 않은 사전피임약을 갑자기 전문약으로 전환하려고 해 여성의 피임 권리를 하루 아침에 무너뜨리려고 한다" 고 주장했다.

한국여성민우회 김인숙 상임대표는 "우리나라 피임약 복용률은 현재 2%에 불과하다" 며 "사전피임약이 전문약으로 전환되면 결국 낙태율만 높아질 것" 이라고 말했다.

녹색소비자연대 조윤미 본부장은 "경구용 피임약의 안전성이 높아지고 있는데 정작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았을 때는 일반약으로 팔다가 이제와서 전문약으로 전환하겠다는 건 이해가 되지 않는다" 며 "전문약으로 전환하게되면 의료비가 3~4배 더 들어간다" 고 강조했다.

변호사협회 이명숙 변호사 역시 "비용은 비용대로 3~4배 더 지불하고, 진료기록을 남기면서 병원에 갈 사람이 얼마나 되겠나" 라며 일반약으로 약국에서 팔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대한산부인과학회 최안나 청소년성건강위원회 위원은 "우리나라 피임실태와 낙태문제를 봤을 때 사후피임약 일반약 전환은 정말 위험하다” 며 “이런 상황이 벌어지게 된 것은 산부인과 의사들의 책임이 크다” 며 사과했다.

이어 "피임에 관한 가장 전문가는 의사" 라며 "산부인과는 낙태하기 위해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피임하여 계획한 시기에 임신하도록 이용해야 한다" 고 말했다.

또 최 위원은 "전문의약품으로 전환시 진료비와 약제비등 환자 부담금이 높아진다는 주장은 말이 안된다” 며 “낙태에 쓰는 돈은 안 아깝고 피임진료에 드는 돈 얼마 더 드는 것이 그렇게 아깝냐” 며 비판했다.

낙태반대운동연합 김현철 회장은 "응급피임약은 말 그대로 정말 급한 상황에 마지막으로 사용하는 응급행위" 라며 "과거 스웨덴에서 사후피임약이 일반약으로 전환된 후 사용량이 두배로 늘고 낙태율도 증가했다" 고 밝혔다.

한국천주교 주교회의 생명운동본부 강인숙 생명의원은 "사후피임약은 단순 피임약이 아닌 살아있는 배아를 죽이는 화학적 낙태약" 이라며 "일반약으로 전환되면 청소년의 성문란이 발생할 수 있고 오남용은 불임의 원인이 될 수 있다" 고 설명했다.

한국생명윤리학회 홍석영 윤리위원장은 "사후피임약이 일반약으로 전환되면 더 많이 쓰고 사전피임약을 전문약으로 전환하면 사용량이 줄 개연성이 높다" 라며 "너무 빨리 전환하는 것은 위험하다" 고 말했다.

이에 식약청 이선희 의약품심사부장은 "피임제와 관련하여 시간이 오래걸리더라도 여건이 허락하는 한 계속 대화를 하겠다" 며 "현실적인 부분에서 우려하시는 부분이 많아 걱정도 되지만 보완대책이 어떤 것이 있는지 충분히 검토하겠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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