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주부 박모(여, 55세)씨는 멀미약인 '키미테'(명문제약)를 귀 밑에 붙이고 해외여행을 떠났다. 박 씨는 해외에서 숙소도 찾지 못하고 말도 제대로 못하는 이상 행동을 보였다. 여행에서 돌아온 뒤에는 여행 동안의 일을 거의 기억하지 못했다. 5월에는 정모(10) 어린이가 키미테를 붙였다가 정신착란 증세를 보여 뇌검사를 받는 일도 있었다.

14일 소비자원에 의하면 이처럼 키미테를 사용한 후 환각, 착란, 기억력 감퇴 등의 부작용 관련 상담이 올 들어 13건에 이른다고 밝혔다. 일부에게선 몇 가지의 증상이 겹쳐서 나타나는 경우도 있었다. 눈동자가 커지고 수면, 보행장애를 겪은 사람들도 있었다. 소비자원은 "붙이는 멀미약의 주성분인 스코폴라민 부작용" 이라고 설명했다. 스코폴라민은 피부를 통해 흡수돼 구토나 반사 중추를 억제, 멀미로 인한 메스꺼움과 구토를 예방하지만 기억력 손상, 환각, 착란 등의 부작용 발생 위험이 있어 미국이나 영국, 프랑스 등의 나라에서는 의사의 처방이 필요한 전문의약품으로 취급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스코폴라민 성분의 함럄에 따라 어린이용과 성인용으로 구분하고, 어린이, 성잉용 모두 일반의약품으로 약국에서 구입할 수 있다. 최근 의약품 재분류에 따라 향후 어린이용 제품은 전문의약품으로 전활이 될 예정이다.

이송은 소비자원 식의약안전팀 조정관은 "성인용 역시 전문의약품으로 전환해야 한다" 고 말했다. 이는 성인에게서도 부작용이 많이 신고된다는 이유이다. 실제로 올해 소비자원이 상담한 키미테 부작용 13건 중 8건이 성인에게서 일어났다.

소비자원은 키미테 사용 중 환각, 착란, 기억력장애 등 이상 증세가 발생하면 즉시 제품을 제거하라고 당부하고, "소비자 위해 사례가 연령 구분 없이 보고됨에 따라 성인용 제품도 전문의약품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식품의약품안전청에 건의할 계획" 이라고 말했다.

한편, 명문제약이 1985년 출시한 '키미테'는 국내 멀미약 30여 종 가운데 유일한 패치형이다. 마시는 것과 패치형을 통틀어 멀미약 중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제품이기도 하다. 지난해 성인용은 208만개, 어린이용은 136만개가 판매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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