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이식 수술은 뇌사자에게서만 장기를 받을 수 있을 뿐 아니라, 호흡활동으로 직접적으로 외부에 노출되는 장기 특성 상 이식 후 감염위험이 높아 장기 이식 수술 중에서도 가장 난이도가 높은 분야로 손꼽힌다.

지난 2007년부터 폐 세포가 딱딱하게 굳어지는 ‘폐섬유증’ 진단을 받고 최근 2년 반 동안 자리에 서지도 못한 채 침대에 겨우 앉아서만 생활했던 인도인 남성 환자가 지난 3월 25일 흉부외과 백효채 교수로부터 양측 폐를 모두 이식받고 재활과정을 거쳐 건강한 모습으로 어제 6월 14일 퇴원했다. 

한국에서 제2의 삶을 얻게 된 주인공은 올해 43살 된 주한 인도인 ‘아쇽쿠마르 샤르마’(Ashok Kumar Sharma) 씨.

18년 전인 25세 때 한국으로 건너와 섬유 수출업에 종사하던 아쇽쿠마르 씨는 ‘폐섬유증’ 진단을 받은 후, 치료를 받기 위해 인도로 돌아갔으나 폐질환 관련 전문의가 전무한 현지 상황 때문에 증상이 점차 악화됐으며 다시 한국으로 건너와 평소 신문과 방송 등을 통해 잘 알고 있던 ‘폐이식 명의’인 백효채 교수를 찾았다.

폐렴과 각종 합병증으로 입퇴원을 반복하면서 2011년 8월 장기이식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아쇽쿠마르씨는 폐기능 저하로 숨쉬기조차 힘들어 일상적인 대화를 구사할 수 없을 정도였으며 한때 81kg에 이르던 건장한 체격도 51kg으로 줄었을 뿐 아니라 기침 때문에 눕지도 못하고 침대에 겨우 앉아 하루하루를 연명하는 생활을 이어나갔다.

폐이식 수술을 받지 못하면 그리 오래 살지 못할 것이란 불안감과 지속되는 호흡곤란으로 괴로운 나날을 보내던 아쇽쿠마르 씨에게 7개월 만에 폐이식 수술이 가능한 공여자가 나타났다는 희소식이 전해졌으며, 3월 25일 혈액형이 맞고 체격이 비슷한 뇌사자로부터 양측 폐를 공여 받아 드디어 이식수술을 받았다.

폐 이식 수술 후 아쇽쿠마르씨는 의료진의 세심한 감염관리 속에 오랜 침상 생활로 약해진 전신건강과 약해진 근육재활치료에 전념하여 최근 보조기를 이용해 보행연습을 시작하면서 하루가 다르게 건강을 되찾아갔다.

아쇽쿠마르씨는 현재 자신의 몸 상태에 대해 “폐이식 수술 후 호흡을 자유롭게 할 수 있어 몸은 물론 마음까지 가벼워진 느낌이다. 백효채 교수에게 새로운 삶을 얻어 살아가는 느낌이며 앞선 대한민국의 의술이 아니었다면 새로운 삶을 얻지 못했을 것이다. 비록 몸은 인도인 부모님께 받았지만 숨을 불어넣어주는 폐는 한국사람의 것을 받았기에 숨을 쉴 때 마다 ‘진정한 한국인’이 된다는 느낌이 강하다”라고 소감을 밝히면서 “폐이식 수술이 가능한 나라들을 찾아보니 한국, 미국, 유럽, 일본, 호주, 등 몇몇 의료 선진국만이 가능한 것으로 파악됐다. 세계적 의료수준을 갖춘 한국에서 생활하고 있었던 점, 구하기 어렵다는 폐 공여자를 그래도 빨리 만날 수 있었다는 점에서 나는 아주 운이 좋은 사람이다. 몸이 더 좋아지면 사업에도 집중하겠지만 비슷한 질환을 겪는 많은 인도인들에게 한국의 앞선 의술을 소개하는 도우미 역할에도 충실하고 싶다”라고 덧붙였다.

이번 인도인 남성 폐이식 수술과 관련해 백효채 교수는 “인도사람이라 하여 한국인과 특별히 다른 점이 없기에 늘 시행하던 수술 방법을 적용했다. 호흡곤란으로 걷는 것은 물론, 서는 것조차 어려워하던 폐섬유증 환자에게 인공호흡기 없이 살아갈 수 있는 제2의 인생을 선물했다는 것이 흉부외과 의사로서 뿌듯함을 갖는다. 국적과 인종을 초월해 생명이 위태롭던 환자에게 새로운 인생을 열어줄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의사로서 사명감과 행복감을 느낄 수 있었다”고 소개했다.  

지난 1996년 대한민국 최초로 폐이식 수술에 성공한 연세대 강남세브란스병원은 2012년 6월 현재 총 63건의 폐이식 수술을 진행하여 이 분야에서 독보적으로 많은 수술건수를 보유하고 있으며 많은 장기생존자를 외래 추적관찰 중이다.

강남세브란스병원 폐이식팀은 수술 전․후에 시행 된 수준 높은 간호능력과 공여자에게서 폐를 안전하게 적출하고 완벽한 보존을 가능케 한 기술까지 갖춰 폐이식 수술 분야에서 세계적인 의료선진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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